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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주의 뜨고, 모범생은 찬밥'...과정위 국감 '낙제점'


 

지난 9월23일 시작된 정보통신부에 대한 올해 국정감사가 8일로 종료됐다.

시작부터 통신업체 사장단 증인채택을 놓고 통신업체 길들이기라는 지적을 받았던 국정감사는 비화(秘話) 휴대폰 논란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올 국감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무의미하게 끝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통부의 1년 정책에 대한 감사를 통해 정책방향을 조망하고 내년도 예산편성에 반영하는 한편, 국민을 대표해 국정의 효율성과 국민편익을 높인다는 국감의 본래의미가 상실됐다는 지적이다.

올해 역시 과정위 여야 의원들은 평소 의원 개인의 관심사항이나 정치적 파장이 높은 휴대폰 도청 문제 등을 주요 이슈로 제기했다. 정책감사의 역할이 상실되면서 국감을 받는 정통부 역시 긴장하지 않은 채, 건성으로 감사에 임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무의미한 국감이 수년간 지속되자 업계와 정통부 일각에서는 "준비하느라 1년 중 20일을 일상 업무를 못하는 국감이 과연 필요한가" 하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국감 주제...의원들 준비 부족

올해 정통부 국감의 주요 이슈는 하나로통신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통신시장 3강 정책과 휴대폰 도청 의혹으로 모아진다.

9월23일 시작된 정통부 국감에서는 하나로통신 문제를 중심으로 통신시장의 3강 정책의 후퇴 여부를 따져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민주당 박상희 의원이 "기간통신사업자의 경영권을 외국투자가에게 내맡길 수 있느냐"고 질타하면서 시작된 하나로통신 문제는 "진 장관이 외자유치를 선호, LG그룹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장관의 정책적 혼선 논란까지 이어졌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과 민주당 허운나 의원은 "통신 시장 구조조정 문제와 연결해 하나로통신에 대한 정통부의 정책방향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의원들은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논조를 펼치며 뚜렷한 정책 대안은 제시하지도 못했다. 결국 정통부로부터 답변을 유도해 내지 못하고 각자 논리만 장황하게 풀어놓고 끝나버렸다는 지적이다.

휴대폰 도청 문제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권영세 의원이 복제휴대폰의 도청 가능성 제기와 함께 청와대와 일부 국무위원들이 비화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5년째 국감 단골 메뉴인 휴대폰 도청 가능성 문제의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결과는 휴대폰 도청에 대한 증거나 심도있는 논의, 현재의 기술 상황등에 대한 실체적 접근은 이루지 못한 채 국민들의 불안만 확산시킨 셈이 됐다.

지난 2000년에도 국정감사에서 휴대폰 도청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정통부, 국정원 등 정부기관들이 대대적인 언론광고를 통해 "휴대폰 통화에 대해 안심하라"고 당부했던 일이 있었다.

올해 역시 정통부는 국정감사 직후 장관의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은 안심하고 휴대폰을 사용해도 좋다"며 도청의혹 진화에 나섰다.

이처럼 올해 국감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대부분 지난해에도 동일한 이슈로 제기됐던 사안들이다.

지난해 국감에서의 주요 이슈는 SK텔레콤이 KT 민영화 과정에서 KT의 최대주주로 부상한 점을 중심으로 통신시장의 3강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었다.

특히 디지털TV 전송 기술 관련, 정통부의 입장 변경을 요구하는 질의는 지난해와 올해가 거의 같은 내용이었다.

지난해 국감에서 "디지털방송 전송기술을 현재 정통부가 선택한 미국식에서 유럽식으로 전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의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똑 같이 반복했다.

이와 관련, 정통부 한 관계자는 "의원들의 질의 가운데 80% 이상은 지난해 질의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심지어는 지난해 작성한 답변서를 그대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통부의 다른 한 관계자는 "매년 동일한 내용으로 시험문제를 내는 교수와 국정감사에 임하는 국회의원이 닮은 꼴"이라며 "항상 같은 문제를 내는 교수의 과목을 굳이 학생들이 신경써서 공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감에 임하는 정부의 자세를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알맹이 없는 국감이지만 국감 기간 동안 정통부 공무원들은 일상 업무를 거의 손놓다시피 했다. 국정감사가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행정에 지장만 주는 걸림돌로 전락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언론에 뜨고 싶은 욕심, 한탕주의 여전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의 1년 의정활동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활동중의 하나다. 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국감을 통해 언론의 조명을 받고 싶어한다. 문제는 욕심이 지나쳐 정부의 정책조망 보다는 정부의 실수를 폭로하는 방식의 한탕주의식 국감이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정부부처의 1년 정책을 종합적으로 조망하고 정책의 큰 줄기를 제시하는 의원들은 오히려 언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감을 '말초신경 자극형'으로 유도하고 있다.

과정위의 경우 한나라당 이상희 의원과 통합신당 남궁석 의원 등이 전체적인 e국감 정책이나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정통부의 정부 CIO 역할 정립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안은 언론은 물론, 정통부 공무원들로부터도 '공자님 말씀'으로 치부되며 외면을 받았다.

반면 매년 지속되는 휴대폰 도청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경우 다시 한번 논란의 불씨를 지피면서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언론의 조명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성공한 셈이다.

정부, 국감 지적 사항 개선 노력 없어

의원들의 이같은 질의 태도와 함께 정부 역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없어 매년 동일한 문제제기가 지속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박상희 의원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통신사업자는 서비스 계약을 해지한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파기하도록 해야 한다"며 관련 입법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사항이 개선되지 않은 채 올해 다시 한번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1천만에 달하는 해지자의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어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년 동안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IMT-2000의 활성화 정책 역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변함 없는 지적사항이다.

지난해 역시 IMT-2000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관련 중소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지적이 있었다.

올해 역시 이같은 지적은 동일하게 이뤄졌으며, 더 이상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출연금의 절반을 투자에 활용하는 조건으로 출연금을 감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 국정감사는 의원들의 준비 부족과 '한탕주의' 식 폭로, 정부부처의 불성실한 준비와 미흡한 지적사항 이행 등 감사를 하는 측과 받는 측의 무성의로 낙제점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국감을 지켜본 국민들의 평가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정부 역시 국민들이 믿고 행정을 맡기기에 부족한 것 아니냐는 자질부족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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