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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극장·가다] 도발과 억제 사이에서 좌초한 섹시 코미디 '은장도'


 

얼마 전 TV 드라마를 런칭하며 주연급 여배우들이 순결서약을 거행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극이 끝날 때까지 물의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사전 서약식을 치룬 것. 뒷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예계인지라 '가십' 때문에 작품의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인 셈이다.

그러나 '순결서약'이라는 단어의 어감 자체가 풍기는 시대착오적인 뉘앙스는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화끈하고 통쾌한 그녀들의 성담론

현실과 도덕 의식 사이에서 실소를 머금는 이가 한 둘이 아닌지라 충무로에서는 일찍부터 이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임상수 감독이 내놓은 센세이셔널한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는 알 것 다 알만한 나이의 노처녀들이 늘어놓는 걸쭉한 성담론이 중심이다.

나름대로의 섹스 라이프를 가진 두 친구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순결을 지키고 있는 한 친구가 솔직하고 화끈하게 까발리는 이야기 속에서 남자주인공들(무명시절의 설경구와 조재현)은 그야말로 꿔다 놓은 보릿자루와도 같다.

남자의 존재가 미미한 것은 여성이 자신의 성에 주체가 될 때가 이제는 되지 않았냐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 과감하고 섹시하게

30초 광고에서 미모를 과시하던 신애의 첫 주연작인 '은장도'는 홍보 문구와 예고편 등이 오히려 호기심을 떨어뜨린 경우라 할 수 있다.

막상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은장도'는 거침없는 대사와 현실적으로 공감을 일으키는 상황 등이 엉성한 스토리 라인과 배우들의 오버 액션을 어느 정도 상쇄시키는 미덕을 갖춘 작품이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두 번의 난에서 열녀를 배출한 안동의 뼈대있는 가문에서 태어난 민서는 초경을 하던 날, 아버지로부터 은장도를 하사받는다.

이제 자신의 몸을 알아서 지키라는 엄명과 함께.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민서는 헌신적인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피끓는 청춘의 두 남녀는 애써 본능을 억누른다.

다만 그 도가 지나쳐 억지스러운 설정이 공감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시대가 변하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도 변했다.

"남자가 못나서 여자를 지켜주지도 못하고, 왜 여자에게만 죽으라고 하느냐"는 대사처럼 강요된 순결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정명화기자 dv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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