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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구원투수' 이채욱 부회장, 주총서 아름다운 퇴장


건강 악화로 경영일선서 물러나…부회장직 유지하며 조력자 역할 할 듯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현 회장의 구속으로 4년간 오너 공백에 놓였던 CJ그룹을 묵묵히 지켜왔던 이채욱 부회장이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2014년부터 이사회 의장으로서 정기주총 때마다 룹 경영 전략 등의 메시지를 전했던 그는 이번 주총에서 마지막으로 이사회 의장을 맡아 인사말을 전하며 주주들에게 이별을 고했다. 27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필동로 CJ인재원에서 열린 '제65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그는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도 이날 마지막 의장직을 수행했다.

이채욱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CJ그룹의 발전을 위해 지난 한 해에도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준 주주들에게 임직원을 대표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운을 뗐다.

경북 상주 출신인 이 부회장은 샐러리맨 출신 전문경영인으로, 1972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해외사업본부장을 거쳐 삼성GE의료기기 대표, GE코리아 회장 등 글로벌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고, 2008년부터 4년 4개월간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지냈다. 또 한국인 최초로 유엔자문기구 국제공항협의회(ACI) 세계총회 이사를 맡았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눈 여겨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3년 4월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그를 영입했다. 오너 일가 외에 전문경영인을 부회장으로 영입한 것은 이채욱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재현 회장이 2013년 8월 구속 수감된 후 이채욱 부회장은 CJ대한통운에서 CJ지주사로 자리를 옮겨 손경식 CJ그룹 회장,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비상경영위원회 일원으로 활동하며 그룹 경영 안정화를 위해 힘썼다.

이채윽 부회장은 '오너 부재' 위기 속에서 이 회장을 대신해 대외 활동에도 적극 나섰으나, 2~3년 전 폐에 문제가 생기면서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이후 여러 차례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이재현 회장을 비롯한 CJ그룹 경영진이 그의 사퇴를 만류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그룹이 점차 안정되면서 이번에 그의 뜻이 받아들여지게 됐다. 이채욱 부회장을 대신해 앞으로 CJ그룹의 대외 활동은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이 맡게 됐다.

이채욱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지난 5년간 수행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으나, CJ그룹은 이 부회장의 공로를 예우키로 하고 부회장직은 계속 유지키로 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글로벌 경영 감각을 기반으로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그룹 비전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 이채욱 부회장은 CJ그룹의 지난해 경영 성과와 올해 사업 방향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하며 의장으로서 마지막 역할도 충실히 했다.

이채욱 부회장은 "지난해 세계 경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 동남아 등 신흥국이 동시에 회복세를 보이면서 한국의 수출도 호조를 보였으나 반도체,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되면서 산업간 격차가 확대됐다"며 "국내 경기는 북핵 위기에 따른 한반도 정세 불안정, 사드 사태로 인한 영향 등으로 내수부진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CJ그룹은 '그레이트 CJ(Great CJ)'라는 미래 비전 하에 온 임직원들이 각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창의와 혁신으로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 결과 각 사업 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들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CJ그룹에 따르면 식품 및 식품서비스 부문에서는 지난해 구조혁신을 통한 사업 체질 개선으로 경쟁 우위의 기반을 구축했다.

CJ제일제당은 시장 및 고객 관점에서 사업구조 재편을 시행해 시너지 창출 및 기업가치 제고를 추진했다. 식품 부문은 컵반 등 HMR사업 대형화 및 미국 냉동사업 확대로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고, 바이오 부문은 고수익·고성장 제품인 트립토판·발린으로 원가경쟁력 우위 기반 하에 시장지위를 강화했다.

CJ프레시웨이는 사업구조 혁신 및 프레시원 개선을 기반으로 역대 최고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B2B 소스 등 상품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CJ푸드빌은 투썸의 선전으로 시장 양강체제를 구축했고, 뚜레쥬르 신BI 확산을 통해 질적 우위 기반을 확보했다.

신유통 부문에서는 CJ대한통운은 신규수주 증가 및 택배 MS 확대로 매출을 큰 폭으로 신장시켰고, 인도, 중동, 베트남에서 성공적인 로컬 챔피언 인수를 통해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부문은 업계를 선도하며 광복본점 및 강남본점 플래그십 스토어 확대, 포맷 다각화 기반 마련 등의 더 큰 성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CJ오쇼핑은 적극적 사업 혁신으로 업계 수익성 1위를 달성하고, 펀샵 인수, 다다스튜디오 확대 등 상품 및 플랫폼 차별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또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부문에서는 다양한 창조적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문화사업의 글로벌화에 앞장섰다. 특히 CJ E&M은 웰메이드 드라마 '도깨비'로 역대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고, 콘텐츠 연계한 음악 대형 히트상품인 '워너원' 발굴 및 마마(MAMA)의 3개국 확대개최로 사업기반을 확대했다.

CJ CGV는 용산 사이트 리뉴얼을 통해 국내 1등 사이트를 달성했고, 러시아 시장 진출로 글로벌 확대를 더욱 가속화했다. CJ헬로는 400만 방송 가입자 확보를 달성하고 렌털사업 본격 확대 등 신성장 영역을 육성했다.

이채욱 부회장은 "올해 세계경제는 경기회복세 지속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계획, 자국 우선의 보호무역정책 강화 가능성 등 다수의 위험요소들이 잠재돼 있다"며 "국내 경제는 수출이 회복되고 있으나 반도체 업종에 편중돼 있고, 사드 사태 완화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들의 비용 부담 증가,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이자부담 증가 등이 내수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들을 고려할 때 올해 역시 순탄치 않은 경영환경이 예상된다"며 "올해는 3가지 경영기조 실천을 통해 '그레이트 CJ' 달성을 위한 경쟁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CJ그룹은 먼저 사업 전반의 획기적 성장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국내 사업에서의 압도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에서 적극적 사업확장을 통해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기존에 진출한 지역은 역량을 집중해 성과를 창출해나가고, 신흥국 등 신시장으로의 진출 또한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CJ그룹은 세계 일류 수준의 사업경쟁력을 기반으로 전 사업부문에서 독보적 1등 지위를 확보해 나가고, '온리원(OnlyOne)', '일류인재·일류문화'와 'CSV'가 축을 이루는 CJ경영철학을 올해 더 심화시켜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올 한 해도 전 구성원이 '그레이트 CJ'를 향해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도전정신으로 매진할 것"이라며 "그레이트 CJ를 넘어 월드 베스트(World Best) CJ를 향해 지속 정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그 결실은 주주 여러분과 함께 나눌 것"이라며 "지금까지 애정을 갖고 지켜봐 줬듯 앞으로도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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