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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 세계 마트 흔든 '리들' 매장 가보니


70% 이상 PB 제품 구성…유통 간소화로 가격 경쟁력 확보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 독일이 최근 '유통 강국'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바로 독일의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DS·Hard Discount Store)인 '리들'과 '알디' 덕분이다.

알디는 1948년 시작된 독일 최대의 할인점 체인으로,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1만 여개에 가까운 점포를 두고 있다. 리들 역시 독일에서 1973년 할인점 사업을 처음 시작한 이래 현재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29개국에서 1만 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알디와 리들이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선택과 집중' 전략에 있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대신, 품목을 대폭 줄여 유통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그만큼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방식이다. 또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강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리들과 알디는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하며 독일·영국·스위스 등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오프라인 유통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

이로 인해 알디와 리들이 진출한 지역의 경쟁 유통업체들은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 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연구진에 따르면 리들이 개점한 지역에서 경쟁 마트들은 주요 품목의 가격을 최대 55%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마트 오픈 대비 3배 가량의 가격이 더 내려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들은 월마트보다 약 9% 가량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미국에서 고객들을 빠르게 끌어들였다"며 "리들의 초저가 전략 때문에 저소득층이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유럽의 많은 마트들도 결국 타격을 입고 시장점유율이 대폭 낮아져 속앓이를 했다"고 말했다.

'알디' 역시 영국에 진출한 후 현지 유통업체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영국 최대 유통업체 테스코의 경우 알디에게 점유율을 빼앗겨 지난해 기준 69.3%로, 5년 전보다 7% 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알디는 영국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며 지난해 영국 마트 순위 7위까지 올랐다. 또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영국 식료품 시장에서 알디와 리들의 점유율은 4년만에 9%에서 13.1%로 상승했다.

이에 테스코는 알디와 리들에 맞서 지난달 할인마트 '잭스'를 론칭했다. '리들 이펙트' 효과로 최근 낮은 가격을 내세운 창고형 대형할인점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자체 할인매장을 선보인 것이다. 이를 위해 테스코는 지난 3월 대형 도매업체인 '부커'를 인수했으며, 7월에는 까르푸와 식품 공동구매, PB 상품 공동 개발을 위한 협업을 맺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리들'과 '알디'를 벤치마킹한 사례가 있다. 바로 '홈플러스'다.

홈플러스는 올해 6월 말 대구점을 리모델링해 '홈플러스 스페셜'을 처음 선보였다. 이곳은 슈퍼마켓부터 대형마트,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의 특장점을 모아놓은 하이브리드 점포로, 알디와 리들처럼 유통 과정과 진열 방식 등을 바꿨다.

특히 리들처럼 상품을 박스 단위로 진열했으며, 박스가 텅 빌 때까지 상품을 교체하지 않도록 해 직원 부담을 줄였다. 또 '심플러스'라는 자체 브랜드도 론칭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올해 '심플러스' 상품을 700여 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주목하고 있는 리들 점포를 실제로 방문해 보니 기존에 접했던 대형마트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깔끔한 상품 진열이 강점인 국내 대형마트와 달리, 지난 11일 스위스 제네바 도심에 위치한 리들 매장은 종이 상자에 물건이 그대로 쌓여 진열돼 너저분한 느낌마저 들었다. 일부 진열대에는 상품이 어지럽게 널려있기도 했다.

그러나 매장 안에는 평일 오후 2시쯤이었음에도 손님들로 가득했다. 스위스 유통체인인 '쿱', '미그로스' 등 일반 슈퍼마켓보다 20~50% 가량 저렴한 상품들이 많은 탓에 장을 보러 오는 인근 주민들이 많이 찾는 듯 했다.

이곳에서는 아침식사로 주로 먹는 크로아상이 개당 790원, 베이컨이 5천500원, 케첩이 1천430원, 주스 1 리터가 1천7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었다. 보통 한 끼에 2만~3만 원이 훌쩍 넘는 스위스 물가를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다. 또 빵은 매장에서 직접 구워 공급됐다.

리들 매장 안의 대부분의 진열대에는 자체 브랜드 제품들이 빼곡히 놓여져 있었다. 이곳은 전체 판매 상품 중 70~80%가량이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구성돼 있었고, 품질도 상당히 좋았다. 더불어 간편식 제품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는 '쿱', '미그로스'와 달리, 일반 식료품 위주로 제품을 구성한 것도 눈에 띄었다.

업계 관계자는 "리들은 중개인 없이 공급자로부터 바로 상품을 가져와 중간 비용을 없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제조 비용에 대한 통제력도 높아져 가격을 비교적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는 것도 큰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리들 매장은 '쿱', '미그로스'와 달리 매장 안에 직원들도 많지 않다. 매장 곳곳에는 소비자가 직접 상품의 무게를 측정하고 가격을 알 수 있는 자동화 기계들이 비치돼 있었고, 상품이 박스 단위로 진열되는 탓에 직원들이 매대 진열 작업에 나설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 계산대에서도 소비자들이 직접 장바구니를 정리할 수 있도록 배치한 것도 눈에 띄었다.

매장에서 만난 한 여성 고객은 "길 건너편에 미그로스가 있지만 식재료를 살 때 주로 리들을 찾게 된다"며 "품질도 좋은 데다 믿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대형마트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PB 브랜드를 앞 다퉈 론칭하는 등 이미 '리들형 모델'이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유통 단계를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트들이 PB 브랜드 제품을 더 많이 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 매장의 활용도를 높여 매장의 수익성을 높이고 집객효과를 일으켜 구매를 발생하는 기업이 향후 생존 가능성이 높다"며 "정체기를 맞은 국내 대형마트들이 '리들'이나 '알디'를 벤치마킹하는 사례는 점차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네바(스위스)=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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