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년]이정대 KBL 총재 특별대담③"경기인들 인식 바꿔야 한국 농구 산다"

"농구 성공하려면 구단 이기주의 등 버려야 산다" 지적


[조이뉴스24 이성필·김동현 기자] 한때 농구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였다. 체육계에서 처음으로 '오빠 부대'가 등장했고 동시에 실업팀과 아마추어팀 할 것 없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한 유일한 종목이었다.

이러한 인기를 발판 삼아 1997년 한국 프로농구, KBL이 출범했다. 시작은 좋았지만, 점점 쇠락의 길을 걸었다.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시달렸고 각종 사회적 악재까지 겹치면서 농구 인기는 몰락 일로였다. 2002년과 2014년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뒀으나 식어가는 농구 열기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정치인·경기인 출신 총재들이 연이어 행정부를 맡았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농구대잔치' 시절보다 못하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렸고 팬들의 발걸음도 점점 줄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9대 총재로 이정대(63)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취임했다. KBL 역사를 바꿀 만한 선택이었다. 21년 KBL 역사상 가장 성공한 기업인이 소방수로 등판한 것이다. 이 총재는 현대자동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성공한 사업가이자 그룹 재정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또 현대그룹 재직 당시 평범했던 프로축구 전북 현대라는 그룹 내의 원석에 아낌없는 지원을 쏟아 아시아 최고 구단으로 성장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농구와 연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이 총재가 지난 4개월간 보여준 행보는 그간의 수장들과는 방향성 자체가 달랐다. 경기력 위주의 농구가 아닌, 재미있는 농구로의 발전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수직적이고 딱딱했던 KBL 사무국은 조금 더 유연해지는 중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2년 8개월여의 임기가 남은 지난 5일, 신사동 KBL 센터에서 창간 14년을 맞은 '조이뉴스24'가 이 총재를 만나 2시간 동안 특별대담을 나눴다.

<②편에서 이어서…>

이정대 KBL 총재는 오랜 시간 기업인이자 경영인의 직함을 달았지만, 이제는 엄연히 농구인이다. 단 비경기인 출신일 뿐이다.

앞선 1부와 2부에서 밝혔듯 그는 경기 자체에 관여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단 방향성만 정한다. 김동광 경기본부장에게 "내가 모든 걸 책임지지만 경기에 대한 것은 본부장께서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했다. 규제나 모든 것도 다 없애라고 했다. 프로에선 절대 인위적인 팩터가 들어가선 안된다"고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출발한다. 심판들과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의견을 전한다. 그 스스로가 경기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이 이해한 지점에서 출발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까지의 집행부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일들이 더러 있었다. 이를테면 직전 집행부는 대다수가 농구 경기인으로 꾸려졌는데 이들이 경기에 관여하는 팩터를 직접 만들기도 했었다. 심판과 선수, 경기장에 있는 감독관 등 모두가 영향을 받았다.

물론 KBL 임원이라는 자리가 결코 쉬운 자리는 아니다. 대외적으로 농구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도 맡아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구단들의 결속력을 다져 새로운 제도에 대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최종결재권자의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이 둘 다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총재의 움직임과는 분명 이전 집행부들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그 스스로 "봉사하러 왔다"고 말할 정도이니 KBL을 대하는 태도가 전 집행부보다는 훨씬 유연하다.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1부와 2부에서 설명했듯이 어떤 의미에선 농구를 보다 투명하게 바꾸고 있다. 농구판의 행정 방식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것과도 같다.

그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도, 농구계가 가장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 행정력이다. 현대 그룹에서 30년 이상을 근무하며 그는 기업 행정 제반을 깊숙하게 이해하고 있다. 그 행정력을 농구계에도 그대로 발휘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는 "기업에 오래 있다보니까 조직의 동기 부여 방법을 보게 됐다"면서 "목표와 목적을 새롭게 설정해주는 것만으로 조직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재미있는 농구'다.

그러나 이러한 '재미있는 농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바로 현장에 있는 경기인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열정은 있지만 관리 방식에서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 총재는 "지금까지 기능적인 부분이 잘 만들어졌다면 이젠 행정적인 부분에서 조직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목표 설정을 확실하게 해주는 것"을 본인의 목적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구인들이)애도 많이 쓰고 했다. 하지만 기능적인 부분을 너무 신경쓰고 하다보니까 다른 부분을 등한시한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기능적인 부분에 치중하다보니 행정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는 집행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장 일선에 있는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부임한지 4달 만에 이 총재 또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각 구단이 자기들만의 이익을 추구하자는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각 그룹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걸 이해한다"면서도 "구단도 바꿔야 한다. 참 답답한 게 10개 구단이다보니 안건에 대한 의견이 전부 모아지기가 어렵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낮은 구단들이 이기주의를 보이게 되면 결국 하향 평준화 뿐이다. 예산이나 샐러리캡 등의 규모를 의도적으로 계산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도태되는 구단을 버리고 갈 형편은 못 된다"면서 "공익을 위해서 대국적으로 농구를 대해달라고, 함께 나아가자고 부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단 이기주의의 폐해는 제도 도출에서도 드러난다. 팬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외국인선수 신장을 정할때도 말들이 많았다. 비단 신장 문제 뿐만 아니라 이사회에서 모든 구단들이 의견을 낼때는 기본적으로 본인들의 구단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애매모호한 제도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것이다. 동시에 몇몇 경기인 출신들은 "국내선수들이 죽는다"는 목소리로 이같은 외국인제도의 흐름을 막으려 한 적도 더러 있었다.

이 총재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무한경쟁체제로 가야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총재는 "미국 프로농구(NBA)에 일본 선수들이 진출하고 또 NBA 출신 선수들도 일본이나 중국 등을 찾는다"면서 우리도 대회적으로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나온 이야기는 '그런 선수들이 오면 토종들이 죽어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평생 하향 평준화된 이상한 리그가 된다. 우리는 이렇게 살다 죽자는 것인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결국 경기인들의 쇄국 정책이 무너져야 산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역사를 봐도 쇄국정책 쓴 나라들은 다 망했다. 오픈하지 않으면 안된다. 개방하지 않으면 스스로 소멸한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무한경쟁으로 가는 것이 결국 답"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비경기인이지만 재무 분야에서 성과를 올리고 또 전북 현대라는 아시아 최고 구단 최고의 성과를 올려왔던 그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당장의 수익이 아닌 거시적인 시선 또한 갖췄다. 그는 "지금 당장 내가 뭔가 얻겠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10년 뒤에 오는 총재들은 KBL의 참맛을 꼭 느낄 수 있는 쟁적인 기반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농구 경기인들의 흐름만이 구단 나아가 프로스포츠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이 총재는 "결국 농구계 전체가 틀을 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공담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아직은 멀었다. 한 명, 한 구단이 깬다고 해서 절대 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 코치진, 프런트와 KBL 사무국까지 모두 이런 부분에 이해를 하고 틀을 깨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농구계에 몸담은 사람들이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결국 텃밭이 튼튼해야 제대로 된 싹을 틔울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총재가 현장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이러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재미있는 농구'를 위해서이기 때문에 더욱 긍정적이다. 이 총재는 1부와 2부에서 언급했듯, 리그의 제도 변경과 재정적인 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것들이 조금씩 효과를 보면서 부정적이기만 했던 농구에 대한 여론도 차츰 바뀌어나가고 있다.

성역이라 여겨졌던 경기인들에게도 그는 과감하게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결국 그들이 바뀌어야 한국 농구가 바뀌고, 한국 프로 스포츠가 바뀐다는 것을 지적한 셈이다.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김동광 경기본부장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분명한 것은 KBL이 농구 그 자체를 위해 더욱 힘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이 총재가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지금과 같은 철학으로 어떤 변화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리=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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