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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정 기능 상실한 빛바랜 사외이사제도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국내 기업 이사회의 구조가 법률 개정을 통해 선진화된 구조로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운영 제도와 실태 간의 간극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배구조연구원이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개사를 대상으로 이사회의 운영 실태와 사외이사의 독립성·다양성·전문성을 조사한 결과 기업내부의 감시자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제도에 여전히 허점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사외이사제도란 회사의 경영을 직접 담당하는 이사 이외에 외부의 전문가들을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임하는 제도다. 즉, 대주주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이사회에 포함해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사외이사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하는 경영진과도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야 한다. 따라서 사외이사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회사의 경영상태를 감독하고 조언하기 용이한 직책이다.

사외이사제도는 기업의 주요 방침을 결정하는 이사회가 외부 감시기구로 기능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국지배구조연구원의 조사결과 사외이사제도가 외부 감시기구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외이사의 장기연임, 독립성 훼손, 과다겸임 등의 이슈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의 경우 지배주주에 대한 독립적인 견제 역할을 하기보다는 업무에 필요한 경력과 자질을 갖춘 자를 선임해 보완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또 보여주기식 구성에 그칠 뿐 아니라, 자정 기능을 상실해 오너리스크와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예도 있었다.

실례로 LCC 업체 진에어는 사외이사가 있었지만,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불법 등기임원 재직과 갑질 논란 등의 오너리스크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기단도입과 신규노선 취항 제재를 받는 진에어는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이사회 과반으로 확대하겠다고 국토부에 개선안을 제출한 바 있다.

진에어는 개선안에 따라 현재 이사회 구성에 1인 이상의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해야 한다. 진에어 이사진은 현재 7명으로, 이 중 사외이사는 3명이다. 사외이사로는 남택호 지암회계법인 회계사, 박은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곽장운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 3명이 선임돼 있다.

진에어가 내년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 1명을 더 선임하면 전체 이사회 인원이 7명에서 8명으로 늘어나고, 사외이사는 3명에서 4명으로 확대돼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사외이사로 등록된 박은재 변호사의 경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공사 비리 사건 변호를 맡고, 물벼락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전 전무가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에 출석할 당시 변호인으로 함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경우 사외이사의 전문성은 둘째치고 비리 의혹과 갑질 논란을 일으킨 기업소유주의 변호를 맡은 사외이사가 그 기업의 적절한 견제와 감시 활동을 벌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의결권 가이드라인에서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저해의 결격사유 중의 하나로 회사의 특수관계인이거나 최대 5년 이내에 특수관계인이었던 자를 규정하고 있다. 100개사 중 독립성 훼손이 의심되는 전직 임직원 또는 이해 상충이 우려되는 사외이사를 선임한 경우는 12명으로 파악됐다.

불법 등기임원 등재와 물벼락 갑질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면허취소 문턱까지 갔던 진에어는 당분간 기단도입과 신규노선 취항 제재로 사태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진에어가 자발적으로 개선안을 제출한 만큼 내년 주총을 통해 사외이사 권한을 얼마나 강화하고, 올바른 역할을 할지 국토부의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조사에서는 또 진에어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기업 이사회 공시자료가 질적인 측면에서 충실도가 크게 미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외이사의 임기에 대한 고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기업이 선별적으로 정보를 가려 기재한 것이다.

주주에게 신뢰를 주는 동시에 경영진에 쓴소리를 하고 소신 있는 한표를 행사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이사회가 있어야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기본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김서온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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