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당 추천 5·18 조사위 3인 중 2인 '자격 미달'

5·18 특별법상 자격 요건 기준 '미비' 국회 사무처에 후보 접수조차 안해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자유한국당의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 추천을 둘러싼 여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당 추천 인사들의 조사위원 자격 요건 자체가 조사위 활동의 근거가 되는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의 규정에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한국당 추천 인사들의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과거 부정적 발언이나 극우적 성향으로 인한 논란과는 별개 사안이다. 한국당은 17일 오후 현재까지도 국회 사무처에 해당 인사들에 대한 추천 공문조차 발송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별법 시행 이후 4개월이 지났지만 5·18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위 임명과 구성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당은 지난 14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 후보 3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상임위원 후보는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비상임위원 후보는 각각 이동욱 도서출판 자유전선 대표와 차기환 변호사다.

우선 5·18 진상규명 특별법은 지난해 2월 여야 합의로 제정됐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이후 4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명예회복에 대한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인식이 특별법 제정의 취지다.

지난 14일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 및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자유한국당의 5·18 조사위원 추천에 반발, 원내 지도부를 항의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현 정부 출범 이후 신군부 계엄군이 헬기를 동원, 시민들에 기총사격을 했다는 증언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발포명령과 관련된 군의 내부문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여성가족부와 국방부 등 정부 부처 조사 결과로 미성년자, 임신부 등 여성들을 대상으로 계엄군의 집단 성폭행이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5·18 진상규명을 담당할 조사위원회는 상임위원 3명과 비상임위원 6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국회의장이 상임위원 1명, 여야가 각각 상임위원을 포함한 4명을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최종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문제는 한국당 추천 인사들 중 권태오, 이동욱 조사위원 후보의 자격이 특별법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우선 특별법은 조사위원 자격으로 "판·검사·군법무관 또는 변호사의 직에 5년 이상 재직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학에서 역사고증·군사안보 관련 분야, 정치·행정·법 관련 분야, 또는 물리학·탄도학 등의 교수·부교수 또는 조교수의 직에 5년 이상 재직한 사람"도 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법의학 전공자로서 관련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역사고증·사료편찬 등의 연구활동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국내외 인권 분야 민간단체에서 5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 선임 대상이다.

조사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상임위원의 경우 한국당 권태오 후보는 군 출신 인사다. 2014년 중장으로 예편할 때까지 한미연합사 특수작전처장, 육군 8군단장 등을 역임했다. 군사·안보 분야의 전문성을 일부 인정할 수 있지만 특별법에선 이 경우에도 조교수 5년 이상의 대학 교수직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조사위원 추천TF 관계자는 "권 후보의 경우 상임위원 후보이지만 군 경력 중에서도 특별법 자격 규정과 연관된 내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대 이후 민주평통 등 활동을 특별법이 인정하는 분야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동욱 자유전선 대표의 경우도 한국당이 공개한 내용으로는 월간조선 전 기자, 한국갤럽 전 전문위원 경력이 전부다. 특별법상 자격 규정을 적용하기 어려운 셈이다. 민주당 조사위원 추천TF 관계자는 "과거 5·18 취재경력을 법 해석을 아주 넓게 적용할 경우 특별법상 역사고증·사료편찬 행위로도 볼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소명을 위한 충분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는 이상 임명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기환 변호사의 경우 제 27회 사법시험(1985) 출신으로 수원지법 판사를 지냈다. 다른 추천 인사들과 비교하면 적어도 특별법상으로는 적합 인사인 셈이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KBS 이사회 이사 등을 지냈으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김병준 비대위원장

자유한국당 원내 관계자는 이처럼 적격 여부가 불거질 수 있는 소지에 대해 "원내 지도부 소수만 후보 추천에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증을 비롯한 실무작업에서 일부 소흘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 추천 상임위원 후보는 5·18 연구의 권위자인 안종철 현대사회연구소장이다. 민주당의 경우 상임위원으로 송선태 5·18 기념재단 이사를 추천했다.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비상임위원은 민주당이 이윤정 오월민주여성회장, 이성춘 송원대 국방경찰학과 교수를, 민주평화당이 민병로 전남대 법학대학원 교수를 추천했다. 이윤정 회장의 경우 5·18 관련 인권 분야 민간단체 경력이, 이성춘 교수와 민병로 교수의 경우 군사안보, 정치·법 관련 분야 교수직 경력 등이 반영됐다.

자유한국당과 함께 보수 야당으로 분류되지만 바른미래당이 추천한 오승용 비상임위원 후보는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로 관련 분야 전문가로 볼 수 있다. 국정원의 과거사 진실규명위 조사관,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등 경력도 있다.

조사위원 후보는 국회 사무처가 각 당의 후보 추천 사항을 공문으로 접수, 기초적 자료를 취합해 국방부로 이첩한다. 여기서 인사검증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면 본격적으로 조사위 구성이 이뤄진다.

국회 의안과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쪽에서 아직 후보 추천 내용을 담은 공문이 접수되지 않았다"며 "조사위 임명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5·18 진상규명 특별법은 지난해 9월 14일로 시행됐지만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출발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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