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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통 부재'로 일관한 페르노리카의 오만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수 년간 불거져 온 '임페리얼 매각설'이 현실화됐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2000년 진로발렌타인스를 인수하며 한국에 진출, 그동안 '임페리얼'의 생산·판매를 전담했다. 하지만 주류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적 악화로 고전하다 결국 로컬 위스키 시장에서 발을 빼게 됐다.

그 과정에서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노조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 22일 공식 자료를 통해 "3월 1일부터 임페리얼 위스키의 영업과 판매 활동은 '드링스인터내셔널'이 맡는다"며 "전략적 글로벌 브랜드에 보다 주력하기 위해 조직도 그에 맞게 개편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기 명예 퇴직 신청도 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장 투불 페르노리카 코리아 사장 [사진=페르노리카 코리아]
장 투불 페르노리카 코리아 사장 [사진=페르노리카 코리아]

이 같은 일방적 통보에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페르노리카는 직원 수를 221명에서 94명으로 줄일 예정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노조는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이는 평소 페르노리카가 국내 직원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보여주는 일례로 보인다. 페르노리카는 최근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실시 결과, 부당노동행위와 성희롱 혐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위 임원은 직원에게 "내가 씹던 껌 씹어"라는 망언을 내뱉었지만, 장 투불 사장은 "(해당 임원 발언이) 해고 사유는 아니다"고 말해 화를 더 키웠다.

앞서 이 사건으로 장 투불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소환됐지만 모르쇠로 일관해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국회의원들과도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장 투불 대표가 직원들에게 어떻게 했을지 예상되는 대목이다.

장 투불 사장 부임 전에도 이 같은 논란은 더 있었다. 2011년부터 5년간 페르노리카코리아를 맡았던 장 마누엘 스프리에 사장은 "멍청한 한국인", "시키는 대로 해라" 등의 망언을 직원들에게 퍼부었다.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내부 분위기 침체로 인해 '임페리얼'의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임페리얼'은 위스키 시장이 침체기를 겪기 전까지 국내 양주 시장의 독보적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지만 노조와의 마찰, 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회사의 잘못으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998억 원 보다 크게 줄어든 820억 원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페르노리카 본사는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는 오히려 적극적이었다.

프랑스 본사는 지난해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의 영업이익이 48억9천만 원으로 급감했지만, 115억 원의 배당금을 챙겨 결국 이 회사에 35억 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도록 내버려 뒀다. 지난 3년간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법인이 챙긴 배당금은 458억5천만 원에 달한다.

페르노리카는 임페리얼 매각 이유를 경영난으로 돌리고 있지만, 실상은 프랑스 본사의 이익에 한국법인이 희생을 당한 셈이다. 또 한국법인 직원들의 고통도 불가피해졌다. 소통도 하지 않던 페르노리카가 "이번 조직 변화로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는 직원들을 위해 최선의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위선적인 태도로 비춰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장 투불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가 2017년 7월 본사 사옥 이전과 함께 한국 전통방식의 '고사'를 진행하며 강조한 말이 있다. 장 사장은 당시 "직원들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장 투불 대표를 포함한 페르노리카 관계자들이 이제라도 이 말의 의미를 스스로 되새기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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