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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가수 박일준…이방인의 아픔 딛고 아빠가 돌아왔다


[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요즘은 (혼혈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 당시만 해도 혼혈가수는 독특한 이미지를 가졌죠. 더불어 팝송을 리메이크한‘오 진아’라는 곡을 부르니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죠. 박일준 선배는 말 그대로 이슈였어요.”

“대단했죠. (박일준 씨)가 한창 인기가 많을 때, 배드민턴장에 박일준 씨를 닮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그 사람 오기만 기다렸어요. 멋있어서. 라켓을 들고 올라오면 가슴이 두근두근했어요.”

설운도와 전원주는 박일준을 이렇게 기억한다.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박일준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박일준 [MBC]

19일 방송되는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는 '아빠가 돌아왔다 가수 박일준' 편이다.

◆ 출생이 빚어낸 이방인의 삶

박일준은 “까만 피부 때문에 친구들이 놀려도, 제가 혼혈아일 거란 생각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왜냐면 양부모님이 제 곱슬머리를 감추려고 싹 깎아버리거나 모자를 씌워줬거든요”라고 말한다.

박일준은 6.25전쟁이 끝난 직후에 태어났다. 미군이었던 아버지는 그의 존재도 모른 채 고국으로 돌아갔고 친어머니는 혼혈아라는 이유로 세 살이었던 그를 고아원에 맡겼다. 어릴 때부터 까만 피부 탓에 늘 놀림의 대상이었던 그. 이후 양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유일한 가족이었던 그들마저 박일준이 가수로 성공할 무렵인 70년대 후반에 세상을 떠났다.

유명인이 된 뒤에도 편견과 차별은 끝없이 이어졌고, 그 이유로 결혼도 어려웠다. 사람들은 그를 가까이하기보단 멀리했다. 늘 이방인처럼 살아온 인생길의 유일한 친구는 술이었다. 어렵게 가정을 꾸렸지만 출생으로 빚어진 고통은 가족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아들 박형우는 “하루는 딸이 와서‘아빠는 얼굴이 왜 한국인과 다르게 생겼어?’라고 묻더라고요. 그제야 딸 친구들이 아빠가 외국인이라고 놀린다는 걸 알게 됐죠”라고 말한다.

돈만 벌어다 주면 되는 줄 알았던 가장 박일준, 가족을 챙기기보단 밖에서 술과 함께한 시간이 더 길었다. 동갑내기 아내 임경애(66)와 두 자녀 박형우(38), 박혜나(35)는 가장의 부재 속에 살았지만 박일준의 상처는 그를 똑 닮은 아들 형우, 딸 혜나에게 대물림됐다.

자녀들도 박일준이 그랬듯 놀림감의 대상이 된 것. 결국 박일준은 어린 아들 형우를 친척이 사는 볼리비아로 유학 보냈다. 편견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으로 유학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02년, 박일준이 간경화로 인한 식도정맥 출혈로 쓰러졌다. 생사의 갈림길에선 그는 여섯 번의 대수술 끝에 가족들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뒤늦게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은 박일준은 일이 없는 날엔 아침 일찍 손녀를 등교시키는가 하면, 아내를 따라 장 보는 나날이 즐겁기만 하다. 가족들은 달라진 박일준의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박일준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박일준 [MBC]

같은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는 그들. 똑 닮은 외모처럼 서로를 아끼는 마음도 끈끈한 3대 가족의 현재는 웃음 잘 날이 없다. 시집간 딸까지 합세해 온 가족이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떠나는 날. 매니저 신공을 발휘하는 아들과 똑 부러지는 딸의 협동에 일사천리, 출발부터 순조롭다.

홀로 방황했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사랑으로 기다려준 가족들. 그들이 그려낸 유쾌한 이야기를 '사람이 좋다'에서 만나본다.

박일준은“나한테도 이런 가족이 있다는 게 되게 고마운 거예요. 내가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일하지 못할 때까지는 가정을 책임져야겠구나”라고 감사해 한다.

한편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는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55분에 방송된다.

정상호 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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