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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정위 때문에 속타는 롯데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아직까지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이 없어 그저 답답하기만 하네요. 나름 최선을 다해 공정위의 지침을 따르려고 하지만,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얼마 전 통화한 롯데 측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의 매각과 관련해 묻자 이처럼 답답함을 토로했다. 인천점과 부평점 매각가를 감정가의 절반으로 낮춘 데다, 최근까지 10차례의 공개매각과 33차례에 걸친 개별업체 접촉에도 매수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문 닫은 롯데백화점 인천점. [사진=이현석기자]
지난달 28일 문 닫은 롯데백화점 인천점. [사진=이현석기자]

롯데백화점이 인천점과 부평점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공정위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신세계 인천점 인수가 기정사실화 되자, 공정위는 시장 독과점을 우려해 2013년 4월 롯데 측에 인천점과 부평점을 매각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롯데백화점은 올해 5월 19일까지 2개 점포를 팔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만약 매각하지 못하면 하루 1억3천만 원 규모의 이행강제금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 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공정위가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에 '인수자가 백화점으로 운영하는 조건'이 아니면 팔 수 없도록 시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의 침체와 더불어 온라인 쇼핑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유통업계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처사다.

현재 오프라인 유통은 영업시간 제한, 신규 출점 제한 등 정부 규제와 더불어 경기 침체, 고용 악화, 가계부채 증가 등의 영향으로 민간 소비 성장마저 둔화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7%에 달했던 주요 유통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 초반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오프라인 업체들은 온라인 시장으로 잇따라 진출하며 생존 전략 모색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온라인 채널로의 소비 이동이 빠르게 바뀌면서 지난해 온라인 판매액 성장률은 월평균 15% 수준에 달했다. 반면 오프라인 판매액은 월평균 2~3% 성장에 머물렀다.

이 같은 상황 속에 백화점을 운영하려는 사업자가 나타날 리 만무하다. 더군다나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 인근에는 최근 오픈한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이 들어서 있고, 인근에 뉴코아아울렛과 홈플러스 등이 위치해 있어 백화점으로 운영하기엔 쉽지 않은 환경이다. 백화점 사업에 악조건인 셈이다.

여기에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28일부로 인천점 영업을 종료하면서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한 이 건물은 흉물로 남게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가 '백화점 용도로만 매각하라'는 조건을 완화하지 않는 이상 인천 지역의 골칫덩이가 될 가능성도 커보인다.

롯데백화점은 한 달 반 가량 남은 시간 동안 매각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지만, 공정위의 결단 없이는 해결되기 힘든 상황이다. 공정위는 롯데가 성실하게 백화점 매각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건 변경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만 보이고 있다.

기일까지 매각을 못했을 때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면 롯데는 매월 40억 원 가량을 손해보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이 같은 상황이 되면 롯데는 일단 다른 백화점에서 매출을 끌어올려 이에 따른 손해를 감수한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이 오래 유지되면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공정위가 이번에 한 발 물러서 조건 변경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 부평구청이 부평점을 매입해 일자리와 창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일단 공정위의 조건 완화가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공정위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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