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80%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대비 완료

모호한 규정·처벌규정 등 부작용도 우려…"법보다 기업문화 개선 먼저"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오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을 앞둔 가운데, 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은 관련 조치를 이미 했거나 조만간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법보다 기업문화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기업 300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기업 인식과 대응' 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10명 이상 근로자를 둔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과 조치 의무를 부여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조항을 뜻한다.

대부분 기업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 시행이 필요하다고 보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87.7%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기업 10곳 중 8곳은 법 시행에 따른 준비를 완료하거나, 조만간 마칠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요구하는 조치 시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34.6%는 조치를 완료했다고 답했으며, 조만간 완료 예정이라 응답한 기업은 50.5%로 대비 중인 기업이 전체 85%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은 44.6%가 조치 완료, 48.5%가 조만간 완료 예정이라 응답했다. 중소기업은 26.3%가 조치 완료, 53.8%가 조만간 완료 예정이라 응답했으며 19.9%는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응답해 차이를 보였다.

국내기업 80%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대비를 완료했거나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 조치사항에 대해 기업들은 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취업규칙 반영'과 '신고·처리시스템 마련' 뿐 아니라, 사내교육 시행, 취업규칙 외 예방·대응규정 마련, 최고경영자 선언, 사내 설문조사 등 법적 요구 외 조치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95.7%의 기업들은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서는 법적 조치보다 기업문화 개선을 더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의 주요 원인은 세대간 인식차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평적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괴롭힘의 주요 원인은 직장예절·개인시간 등에 대한 세대간 인식차가 35.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피라미드형 위계구조(22.6%), 임직원간 소통창구 부재(17.4%), 과도한 실적 경쟁(9.9%), 획일화를 요구하는 문화(8.7%) 등이 지적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소위 밀레니얼 세대로 지칭되는 신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베이비부머, X세대와 문화적 마찰을 빚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선 서로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정착을 위해서는 모호하게 정의된 법 규정을 명료화시키고, 구체적 적용 사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들은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대해 '괴롭힘 행위에 대한 모호한 정의'를 45.5%로 가장 많이 꼽았고, 정보 부족(37.2%), 처벌수위 기준 정립(24.9%), 전담인력 확충 등 행정·금전적 애로(16.9%), 내부 직원의 반발(3.0%)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에 바라는 정책 과제로는 '모호한 규정 정의(36.5%)'를 촉구했으며, 사례집 발간(32.9%), 예방교육 프로그램 운영지원(26.6%), 캠페인 및 홍보(26.6%), 신고·처리 프로세스 마련을 위한 컨설팅(19.6%) 등을 꼽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2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발간했지만 여전히 모호한 규정, 처벌규정 등으로 부작용과 집행부담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법은 최소한의 보완책일 뿐이며,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조직원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기업문화 개선활동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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