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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OTT '규제' 대상 아닌 풀어야할 '숙제'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국내 OTT 산업의 경우 아직까지 한계가 많고 해외 사업자에게 눌려 존재감이 부족하다. 국회서도 입법적으로 정책적으로 뒷바라지해 해외 OTT에 잠식되지 않게 노력하겠다."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6일 한국OTT포럼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열흘만에 이 말은 무색해졌다. 지난 26일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OTT 서비스를 방송사업 유형 중 하나인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자'로 별도 역무를 신설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국내법상 OTT 서비스는 법적 지위가 모호해 규제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게 이유였다.

OTT를 규제 틀 안으로 포섭시키겠다는 의미기에 짧은 기간임에도 업계와 학계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기존 유료방송 규제와 수위만 다를뿐 전반적인 내용은 비슷하다는게 이유였다. 신고제 도입, 별도심의, 경쟁상황평가, 자료제출의무, 약관신고 등 대부분의 유료방송 규제틀을 그대로 옮겨왔지만 그 어디에도 진흥은 없었다.

이 같은 국회 움직임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OTT를 방송법 범주에 넣을 수 있는가라는 전제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다. OTT가 방송인가라는 정의적 관점에서도 뚜렷한 결론이 난 바 없다.

이같은 혼란은 개정안에서도 찾을 수 있다. OTT를 '부가유료방송사업'에 넣을 수 없어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자'라는 새로운 유형을 만들었지만, 내용은 새롭지 않고 기존 틀을 답습하고 있다. 개념이 모호하니, 내용이 새로울 수 없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해 열린 수많은 OTT관련 공청회와 토론회, 세미나 등을 통해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 역시 데이터 부족이었다. 글로벌 사례가 지속적으로 열거되고 있으나 국내 OTT 사업을 설명할 때는 주요 사업자의 로고만 오르내릴뿐 정확한 근거가 희박하다. 업계도 자료제출 의무를 이행할 의지가 있다고 피력했다.

영국의 경우 자국 콘텐츠 보호를 위한 진흥정책의 일환으로 전국단위의 OTT포럼을 설립, 방송사와 콘텐츠제작사, 정부의회, 시청자단체, 전국지역대표까지 참여시켰다. 신사업에 대한 규제를 법으로 규율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 보호뿐만 아니라 콘텐츠 산업 육성까지 고려한 처사다.

EU 역시 규제보다는 수평적 완화로 나아갔다. 유럽의 경우 간접광고 규제가 굉장히 강했으나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PPL 규제를 거의 풀었다. 진입장벽 역시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했다. 미국의 경우 유료방송을 OTT가 추월했으나 아직까지 별 다른 규제 없이 성장세를 관망하고 있다.

올해 국내 OTT 시장은 전환점을 맞고있다. 콘텐츠연합플랫폼과 SK브로드밴드 통합법인을 통한 토종 OTT 웨이브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를 계기로 방송 및 통신업계가 자체 콘텐츠 강화를 통한 OTT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도 넷플릭스는 자금력을 앞세워 콘텐츠 수급에 열을 올리고 있고, 하반기에는 디즈니 플러스 등 해외 OTT 사업자 공세가 예정돼 있는 형국이다.

지난 16일 OTT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의 제시한 넷플릭스 사례가 떠오른다. 이 날 최 연구위원은 '넷플릭스 오리지날 콘텐츠인 '킹덤'을 본 시청자들이 "지상파에서는 이런것을 못 만든다"고 비판하는데, 이를 반대로 뒤집으면 규제 형평성이 없다는 의미'라며 씁쓸해했다.

자칫 섣부른 규제가 해외 사업자에게 기회가, 반대로 국내 사업자에게는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최소한 보다 면밀한 규제안을 만들기 위해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OTT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심의 및 규제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충분한 영양분을 흡수하지 않은 모판을 논에 가져다둔다고 해서 당장 쌀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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