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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톡] "장마 끝 더위 시작"…'호캉스' 필수품 빙수 5종 먹어보니


부드러운 달콤함에서 새콤달콤함까지…호텔별 콘셉트 '각양각색'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짧지만 강렬했던 장마를 마지막으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8월 첫 주말부터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 지방의 낮 기온이 35도 안팎으로 오르고, 각 지자체도 폭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시원한 휴식을 즐기기 위한 피서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름 휴가하면 떠오르는 산과 바다,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도 많지만, 멀리 떠나는 대신 집과 도심 인근에서 조용히 휴가를 즐기는 피서객도 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떠오른 트렌드가 바로 도심 호텔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호캉스’다.

'호캉스'를 상징하는 '핫 아이템' 중 하나는 빙수다. 수년 전부터 SNS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신라호텔 서울의 '애플망고빙수'가 어느새 여름을 상징하는 상품 중 하나로 자리잡았고, 롯데호텔 등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이 앞다퉈 자신들만의 콘셉트를 담은 빙수를 연이어 내놓았다.

이에 '호텔마다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는 빙수의 맛을 한 번 비교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지난 두 달 동안 서울 시내 5개 호텔의 빙수를 시식한 후 비교해 봤다.

대상 호텔은 ▲파크 하얏트 서울 ▲롯데호텔 시그니엘 서울 ▲워커힐 ▲그랜드 하얏트 서울 ▲신라호텔 서울까지 5개 호텔이다. 부드러움·단맛·상큼함·깔끔함·양 등 5개 카테고리로 비교를 진행했다. 호텔 빙수에 대해 가성비를 평가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로 생각돼 제외했으며, 주관이 들어갈 여지가 큰 가심비 항목도 제외했다. 또 비교에 최대한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시식 당일 시식기를 작성했다.

◆중후하고 깊은 맛, 파크 하얏트 서울 크림 브륄레 빙수

<부드러움 ★★★★★ 단맛 ★★★★★ 상큼함 ★★★ 깔끔함 ★★ 양 ★★>

파크 하얏트 서울이 이번해 새롭게 선보인 크림 브륄레 빙수는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과 헤이즐넛 아이스크림, 럼 시럽 등이 조화된 빙수였다. 오렌지와 계피로 향을 낸 커스터드 크림에 우유얼음과 헤이즐넛 아이스크림을 얹었다. 이 위에 카카오닙스와 우유얼음을 덮고, 다시 크림을 올려낸 2중 구조로 만들어져 있었다.

 [사진=이현석기자]
[사진=이현석기자]

한 입 먹자마자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계피 특유의 맛을 간직한 크림의 맛이 입 안에 퍼졌다. 그 후 헤이즐넛 아이스크림의 깊은 맛과 우유 특유의 맛이 크림 맛을 뒷받침했다. 이후 빙수에서 느끼기 어려운 카카오닙스의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느껴져 빙수가 아닌 아이스크림을 먹는 느낌도 조금 느껴졌다.

크림 브륄레 빙수는 지금까지 먹어본 빙수들 중 가장 차별화된 맛이었다. 다만 그와 함께 빙수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느끼함도 조금 느껴졌으며, 이는 오렌지 껍질 캔디로 뒷맛을 중화시킨 다음에도 잠시 입에 남아있었다. 또 다소 양이 적어 둘이 먹기엔 모자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고얼음 맛과 티타임의 운치를 함께, 롯데호텔 서울 모스키노 디저트 세트

<부드러움 ★★ 단맛 ★★★ 상큼함 ★★★★ 깔끔함 ★★★ 양 ★(티세트X) ★★★★★(티세트O)>

롯데호텔 서울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모스키노'와 손잡고 여름 시즌을 위한 디저트 세트를 준비했다. 비록 시그니처 메뉴인 코코넛 망고 빙수는 시식을 진행한 당시 사정상 먹어볼 수 없었지만, 애프터눈 티 세트와 함께 즐기는 망고 빙수는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진=이현석기자]
[사진=이현석기자]

롯데호텔 망고 빙수 자체는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망고 빙수의 맛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시중 빙수보다 신선한 망고를 사용해 동남아 과일 특유의 풋내가 적고, 보다 상큼한 맛이 강하게 나 청량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빙수와 함께 제공되는 팥도 비교 대상 중 가장 단맛과 고소한 맛의 중심을 잘 잡고 있어 기억에 남았다.

빙수의 양은 비교 대상 중 가장 적어 다소 아쉬웠지만, 함께 제공되는 애프터눈 티 세트를 고려하면 오히려 가장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이 롯데호텔 서울이었다. 이와 함께 거대한 모스키노 테디베어를 바라보며 먹는 디저트는 든든한 친구와 함께 먹는 것 같은 기묘한 착각까지 불러일으켰다.

◆정공법으로 승부하는 '남자의 빙수', 워커힐 망고빙수

<부드러움 ★★ 단맛 ★★★ 상큼함 ★★★★ 깔끔함 ★★★★ 양 ★★★★>

워커힐 망고빙수도 빙수 자체는 롯데호텔처럼 흔히 상상할 수 있지만 좀 더 고급스러운 망고 빙수다. 다만 이 위에 얹어진 달콤한 샤벳 아이스크림과 잼에 찍어먹는 스틱 과자가 망고의 다소 떨떠름한 뒷맛을 훌륭히 중화시켜줘 차별화를 이뤘다. 그러면서도 망고빙수 하면 기대되는 맛을 훌륭히 충족시키는 정석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이현석기자]
[사진=이현석기자]

또 타 호텔의 빙수들이 고급스러운 사기 그릇에 담겨져 나오는 것과 달리, 시원함을 유지시켜주는 금속 그릇에 한가득 담겨나오는 워커힐 망고빙수의 모습은 약간의 위압감마저 느끼게 했다. 물론 그렇게 듬뿍 담겨 나온 덕분에 먹는 내내 조금씩 흘리게 된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었지만.

워커힐 망고빙수의 특이한 점은 양이 보기보다 많다는 점이다. 다른 호텔들의 빙수는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볼 때 혼자 먹기 조금 아쉬운 양이었다면, 워커힐 망고빙수는 남성 2명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함께 먹었을 때 너무 배가 불러 조금 남기게 됐다.

◆상큼함에 올인, 그랜드 하얏트 서울 복숭아빙수

<부드러움 ★★★ 단맛 ★★★ 상큼함 ★★★★★ 깔끔함 ★★★★★ 양 ★★★>

그랜드 하얏트 서울 복숭아 빙수는 복숭아 제 철을 맞아 8월부터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었다. 당도가 최상에 이른 시점에 수확된 복숭아를 메인 재료로 삼고 우유 얼음과 복숭아 아이스크림, 라즈베리 잼 등을 더해 보자마자 이 빙수는 상큼함을 극도로 끌어올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사진=이현석기자]
[사진=이현석기자]

실제 한 입을 먹자 입안 가득 복숭아의 달콤함과 라즈베리 잼의 상큼함이 입 안을 과격한 방식으로 정복해 나갔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시중 '슈팅스타' 류의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처럼 입 안에서 톡톡 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조금은 당황스러운 수준으로 상큼했다.

하지만 잠시만 이를 참고 기다리면 우유의 깊은 맛이 이를 훌륭히 중화시켜준다. 조금 깊은 단맛을 느끼고 싶다면 함께 제공되는 팥과 연유, 버터와플을 함께 먹으면 상큼함과 깊은 단맛이 조화된 맛을 느낄 수 있다. 양은 한 커플이 먹기 딱 적당한 수준이었으며, 그랜드 하얏트 서울 특유의 '남산 뷰'를 바라보며 먹는 기분은 그야말로 무릉도원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달콤상큼한 맛의 표본, 호텔신라 서울 애플망고빙수

<부드러움 ★★★★ 단맛 ★★★★ 상큼함 ★★★★ 깔끔함 ★★★★★ 양 ★★★★>

호텔신라 서울의 애플망고빙수는 호텔 빙수계의 상징적 이름이다. 지금의 트렌드를 만들어낸 일등 공신이자, '망빙'이라는 줄임말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게 만들 만큼 호텔 빙수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잡았다. 제주산 애플망고 한 개를 몽땅 넣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으며, 우유얼음 밑에 망고맛 아이스크림을 깔아 신선함과 달콤함을 모두 잡은 대표적 빙수로 평가받고 있다.

반짝거리는 은그릇에 예쁘게 담겨 나온 빙수 한 입을 입에 넣자 마자 다른 망고 빙수들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 느껴졌다. 망고의 풋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부드러운 망고의 상큼한 단맛이 우유의 부드러운 맛과 완벽히 조화됐다. 특히, 함께 제공되는 망고 샤베트를 함께 먹으면 딱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상큼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조금 더 빙수를 파먹다 보면 아래에 살짝 깔려 있는 망고맛 아이스크림이 우유얼음과 함께 먹는 사람을 맞이했다. 아이스크림에서도 망고 맛은 분명 느껴졌지만, 상큼하기 보다는 부드럽게 감싸주며 과일을 먹은 후 느껴지는 입안의 끈적거림을 잘 중화시켜 줬다. 또 성인 남성 두 명이 디저트로 먹기 딱 적당한 양이 제공돼 여성 세 명 정도는 즐겁게 먹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호캉스·호텔빙수는 더 이상 '허세' 아닌 '트렌드'

'호텔로 왜 피서를 가지?' 여름 휴가를 가까운 호텔에서 즐기는 친구가 하나둘씩 등장할 때마다 마음속에 들곤 하던 생각이었다. 또 길어야 한 시간 동안 담소를 나누며 즐기는 간식인 '빙수’에 수만 원을 투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서울 곳곳에 자리잡은 호텔을 방문해 빙수를 직접 먹어 보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있는 커플과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가족 단위 손님들을 만나보니 이런 생각 또한 하나의 편견이었음을 느꼈다.

또 '호캉스'와 '호텔 빙수'가 단순히 비싼 숙박시설에서 '격조 높은' 하룻밤을 보내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바쁜 일상 속 사랑하는 사람들과 '진짜 휴식'을 즐기며 아름다운 야경과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휴가의 형태라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실제 '호캉스'는 해외여행을 가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고, 산과 바다로 향하기엔 긴 시간과 체력을 길 위에서 소모해야 하는 휴가철 상황을 피하려는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최근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의 주말 공실률은 과거 대비 크게 낮아진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호실적을 견인하는 고객들 중 70~80%가 국내 고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가심비' 소비 성향을 고려해 볼 때, '호캉스'가 지금보다 더 높은 인기를 끌게 될 것이라 전망하며 차별화된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호텔을 재탄생시키기 위한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캉스'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좋은 대접을 받으며 푹 쉴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 등 다른 방식의 피서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바쁜 일상 속 '바쁘게 놀기'보다 '편하게 쉬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호캉스 시장이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많은 호텔들이 호캉스 관련 상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호캉스를 더욱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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