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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뜻은 그것이 아니었다


검찰 개혁 아닌 조국의 임명에 저항한 것이다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술 취한 노인의 뜻은 술에 있지 않고, 풍경에 있었다.”(醉翁之意不在酒, 在乎山水之間也)

한 노인이 숲속에 있는 절에 자주 들러 술을 마시고 취했다. 그래서 그를 보는 모든 사람들은 그가 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그 노인은 술보다 절에서 감상할 수 있는 숲속 풍경을 좋아했던 것이다. 이 명귀는 중국 송나라 구양수의 ‘취옹정기’에 나오는 말로, 중국 정치가들이 오늘날에도 즐겨 쓰는 말이다. 이 면에 다른 뜻이 있을 때를 일컫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언뜻 촛불의 힘과 대통령의 지시에 밀려 개혁에 완고하게 저항하던 검찰이 백기를 든 모양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체 개혁안을 발표한 대검찰청은 개혁안이 문 대통령의 지시의 후속조치이기도 하지만, 상당 기간 내부적으로 마련하고 추진해온 내용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은 인사 청문회 단계부터 복안이 있었다. ‘꼭 해야할 일, 반드시 필요한 일에 집중해서 하자’고 말했었다”고 덧붙였다.

한 달 이상을 정국에 회오리를 몰고 온 조국 사태의 시발점은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자에 대해 수사를 시작하면서였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윤 총장은 문 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으로, 문무일 전 총장과 달리 검찰 개혁에 반대의 뜻을 표한 적도 없고, 개혁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 왔다.

따라서 검찰이 조국 일가족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자 모두가 놀랐다. 특히 패닉 상태에 빠진 민주당은 검찰을 비난하며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몰아세웠는데, 사실 자신의 눈을 찌르는 자해행위였다. 그러면서 물러서는 것은 검찰 개혁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조국 지키기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조국 사태를 보는 많은 사람도 검찰의 갑작스런 조국 일가 수사 개시에 의아해 했다. 대체적으로 윤 총장이 조국 장관과 더불어 검찰 개혁을 실행하는 데 어떠한 어려움도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서 윤 총장의 마음속을 살필 필요가 있다. 윤 총장은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박근혜 정권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물을 먹고 지방에 좌천됐었다. 그는 지방에 내려가며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 후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하면서 부활을 알렸다. 과거의 억울함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라는 답변도 많이 회자됐다.

윤 총장의 과거 행적과 말들을 종합해 보면 그는 검찰 조직에 대한 정정당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한 자부심을 가지고 박영수 특검팀에서 국정농단 수사를 완수했고,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검사의 꽃이라고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고, 그 자리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인정을 받아 검찰총장의 자리에 까지 이른 것이다.

그러던 윤 총장이 어느 날 갑자기 검찰 개혁을 저지하는 적폐 세력의 수괴 처럼 여론의 몰매를 맞는 것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윤 총장은 검찰 개혁과는 별도로 조국 장관이 부적격자라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신을 크게 써준 사람에 대한 충정에서 그러한 의사를 조국 장관 임명 전에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수사에서 많은 것이 드러났듯이 사법권을 행사하는 수장으로서는 부족함이 많은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임명을 막기 위해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라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수사를 통해서라도 부적격자인 조국이 자신의 평생 명예인 검찰의 책임자로 오는 것은 막으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사권을 보복에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장관 임명 저지를 위해 동원한 것은 윤 총장의 진의를 국민들이 의심케 하는 계기가 됐다.

수사가 격렬히 진행되면서 윤 총장을 포함한 검찰은 수 십 년에 걸친 적폐를 개혁하려는 세력에 맞서 저항하는 것처럼 비춰졌다. 급기야 같은 진영 울타리 안에서 검찰과 집권 세력이 대립하는 이전투구 형식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의 지명을 철회할 의사가 없었다. 문 대통령은 부인 정경심 교수가 검찰에 의해 기소가 된 상태에서도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다”며 조국 장관을 임명했다. 당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주요 인사들도 검찰이 수사하는 조국의 혐의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은 채 검찰의 개혁 저항 구도로 몰고 가면서 자신들이 야당 시절 어김없이 비난했던 수사 개입의 행태를 재현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조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 번복되는 것은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 시점에서 감내할 수 없는 것이다. 끝까지 조국을 지켜냄으로 해서 통치력의 누수를 막으려는 의도가 강했던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한 고집스러움으로 인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을 경험해야 했는데, 이는 국민의 여론이 작금의 사태에 대해 문 대통령 편에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한 민심에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지지층 이탈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이 잠복해 있다. 불을 보듯 뻔한 일을 앞에 두고 피하지 못한 것은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집권당의 ‘꼰대 근성’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윤 총장이 즉각 검찰 개혁을 발표한 것에서 자신의 뜻이 개혁 저지에 있지 않음을 명백히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윤 총장의 뜻은 앞으로 검찰 개혁에 대한 추가 대책이 나오면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수사를 마무리해서 윤 총장이 우려했던 조국 장관의 부적절성을 증명해야하는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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