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로 열고 '동무생각'으로 마무리...아리수가곡제 더 풍성해졌다

1월18일 세종체임버홀 개최...한국가곡 100주년 맞아 톱성악가 12명 출연


[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 아쉽다. ‘붙박이 성악가’ 송기창이 빠져 속상하다. 대한민국 대표 성악가와 한국가곡 애호가들이 해마다 1월이면 두근두근 기다리는 ‘아리수가곡제’가 오는 1월 18일(토)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개최된다. 벌써 10회째 열리는 뼈대 있는 콘서트다. 1회부터 9회까지 개근한 바리톤 송기창이 이번에는 해외 공연 일정이 겹쳐 함께 하지 못한다. 비록 무대에는 서지 않지만 마음은 늘 ‘아리수가곡제’를 향하고 있을 것이다.

# 기대된다. 새 얼굴이 나온다. 소프라노 서활란과 바리톤 한명원이 ‘아리수가곡제’에 데뷔한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음에도 그동안 스케줄이 맞지 않아 출연하지 못한 두명의 가수가 새롭게 힘을 보탠다. 서활란은 ‘리라꽃 네 향내’로 이른 봄소식을 배달하고, 한명원은 ‘마중’으로 웰컴송을 선사한다. 두 사람은 이제 ‘아리수가곡제’의 한 식구가 되는 셈이다.

제10회 아리수가곡제 출연자들. 위쪽 왼쪽부터 임청화·김지현·이윤숙·서활란·신승아·김성혜. 아래쪽 왼쪽부터 이현·이정원·이재욱·김승철·한명원·이정식.

일부 논란이 있지만 2020년은 한국가곡 100주년이다. 홍난파가 1920년 ‘애수(哀愁)’라는 제목의 바이올린곡을 선보였고, 이후 1926년에 김형준이 이 기악곡에 노랫말을 붙인 ‘봉선화’가 세상에 나왔다. 곡이 먼저 발표되고 6년 뒤에 가사를 쓴 ‘어정쩡한 탄생’ 탓에 ‘봉선화’를 한국가곡의 효시로 보지 않는 의견이 있다. 오히려 1922년 이은상의 시에 박태준이 곡을 붙인 ‘동무생각’을 최초의 한국가곡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열 번째로 열리는 ‘아리수가곡제’는 정상의 성악가 12명이 출연한다. 여러 사람이 즐겨 부르는 인기가곡은 물론 비교적 최근에 만든 창작가곡까지 골고루 넣은 프로그램으로 새해 음악회를 활짝 연다. 오프닝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봉선화’로 열고 클로징을 ‘동무생각’ 합창으로 마무리한다. 한국가곡 100주년과 관련해 이러쿵저러쿵 잡음이 나올 수도 있어 ‘절묘한 절충’을 선택했다.

먼저 K클래식 전도사로 통하는 소프라노 임청화는 임승국의 대금과 호흡을 맞춰 ‘너희가 아리랑이란다(주응규 시·김성희 곡)’를 노래한다. 그동안 그는 ‘독도 아리랑’ ‘통일 아리랑’ ‘무궁화 아리랑’ ‘두물머리 아리랑’ 등 다양한 아리랑 시리즈를 선보였다. 임청화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푸시킨 시·김효근 역·곡)’에서는 비록 현실은 팍팍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긍정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세상은 고요하고 햇빛 찬란한데 / 오 나를 위로하는 눈부신 날개여 / 훨훨 날아라 높이 날아라 / 날아라 금빛 날개여” 한국가곡에서는 드물게 탱고리듬을 가미한 ‘금빛날개(전경애 시·이안삼 곡)’를 소프라노 김지현이 부른다. 이안삼의 클래팝(Cla-pop) 계열에 속하는 이 곡은 클래식과 팝의 장점을 모아놓아 귀에 쏙쏙 박힌다. 또한 김지현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애창가곡 ‘그리운 금강산(한상억 시·최영섭 곡)’을 통해 통일의 열망을 갈구한다.

소프라노 이윤숙은 ‘차라리 침묵하고(윤경숙 시·김현옥 곡)’에 이어 ‘동심초(설도 시·김억 역·김성태 곡)’를 선물한다. ‘동심초’는 원래 당나라 여류시인 설도의 ‘춘망사’라는 시의 일부를 김소월 시인의 스승인 안서 김억이 번역을 하고 김성태가 1945년에 선율을 붙인 노래다. 1절의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와 2절의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 덧없어 / 만날 길은 뜬 구름 기약이 없네”는 같은 시를 서로 다르게 번역한 것이다.

왼쪽부터 피아노 장은혜, 피아노 이영민, 바이올린 허은혜, 대금 임승국, 기획진행 김정주.

똑같은 꽃인데도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꽃이 있다. 수수 모양으로 꽃이 달린 나무라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수수꽃다리’라는 예쁜 이름이 붙은 꽃을 영어권에서는 ‘라일락(Lilac)’, 프랑스어권에서는 ‘리라(Lilas)’라고 부른다. “여기에 리라꽃 네가 서 있지 않다면 / 이렇게 혼을 물들이는 봄향내가 가득할까 / 수십 그루 함께 꽃 향 짙게 모으지 않아도 / 너 외로이 홀로여도 형언하기 어려운 향으로 / 이 세상 감싸 안고 있으니 이 향에 취해 / 너와 함께 나이테 하나 더 새기고 있네” 소프라노 서활란은 5월에 활짝 피어나는 ‘리라꽃 네 향내(한상완 시·박영란 곡)’로 다섯달이나 앞당겨 봄을 몰고 온다. 이어 ‘죽도록 너를 사랑하다가(양성우 시·정덕기 곡)’도 부른다.

‘미인도’로 유명한 천경자 화백을 그리워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한 여인의 전설(김생기 시·정애련 곡)’을 소프라노 신승아가 들려준다. 그리고 “내게 사랑으로 다가온 당신은 / 아득한 그 옛날 내 생애 전에 / 내가 당신의 사랑이었나요” 황여정의 시에 임긍수가 곡을 붙인 ‘만남, 그 먼 날을 기다리며’도 기대되는 레퍼토리다.

지난 11월 한국데뷔 10주년 독창회를 연 소프라노 김성혜는 ‘저 구름 흘러가는 곳(김용호 시·김동진 곡)’과 ‘고독(황인호 시·윤용하 곡)’에서 자신의 특기인 고음을 접목한 콜로라투라 기교를 선보인다. “밤은 고이 흐르는데 어데선가 닭소리 / 산뫼에선 달이 뜨고 먼 산슭의 부엉소리 / 외롭다 내 맘의 등불 꽃같이 피어졌나니 / 내 사랑 불되어 타고 / 임 생각 아~ 내마음에 차라”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윤용하의 비망록에는 김 아무개 300원, 박 아무개 500원, 이 아무개 200원 등 남에게 빌린 푼돈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고 한다. 김성혜가 적막한 삶을 살다간 윤용하의 쓸쓸한 생애가 연상되는 ‘고독’을 어떻게 풀어 놓을지 궁금하다.

이현·이정원·이재욱의 ‘최강 스리 테너’ 무대도 설렌다. 이현은 ‘박연폭포(경기민요·김성태 편곡)’와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문효치 시·이안삼 곡)’를 노래한다. 그는 올해 초 평소 자주 부르는 최애곡 11곡을 담은 한국가곡 앨범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를 발표했다. 한국가곡의 매력에 눈뜨게 해준 이안삼 작곡가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타이틀도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로 달았다. 연인들이 이 노래를 듣는다면 이현의 폭발적 목소리를 타고 찬란한 한 점의 섬광 같은 사랑이 이루어지리라.

이정원이 펼쳐놓을 ‘황혼의 노래(김노현 시·곡)’와 ‘그리운 사람아(임승천 시·박경규 곡)’은 가슴을 적실 것으로 보인다. 치과의사였던 김노현은 쉰 살이 넘어 본격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북에서 월남한 그는 고향 생각이 사무칠 때마다 찾아갔던 부여 낙화암에서 1970년 ‘황혼의 노래’를 만들었다. “아지랑이 하늘거리고 / 진달래가 반기는 언덕 / 깨어진 꿈 추억을 안고 / 오늘 나는 찾았네” 이정원은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실향의 아픔을 섬세하게 담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지는 ‘그리운 사람아’에서는 햇살 가득 행복한 날 강바람 불어오면 생각나는 사람을 표현한다.

“아가의 숨을 품고 오는 바람아 / 때로는 하늘가에 부는 피리여 / 만 가지 부여안고 막힌 가슴에 / 보름달 덩그러이 뚫어 가오리” 이재욱은 ‘하늘빛 너의 향기(박원자 시·한성훈 곡)’에 이어 ‘바람아(홍일중 시·이수인 곡)’를 노래한다. 지난 2008년 발표된 ‘테너 이재욱이 부르는 이수인 서정 가곡’에 수록된 ‘바람아’는 노랫말이 예쁘다. 듣기만 해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매직송이다.

바리톤 김승철은 ‘귀천(천상병 시·변훈 곡)’과 ‘그대 앞에 봄이 있다(김종해 시·이안삼 곡)’를 연주한다. ‘귀천’의 작곡 비하인드 스토리는 뭉클하다. 성악가 오현명은 어느날 TV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라는 시가 낭독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는다. 바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다. 그는 다음날 곧장 천 시인의 부인 문순옥 여사가 운영하는 인사동 전통찻집 ‘귀천’에 들러 시의 전문을 받는다. 그리고는 두 살 아래의 작곡가 변훈을 찾아가 시를 내어 놓으며 곡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당시 변훈은 병석에 누워 있었지만, 오현명은 이 노래의 창작혼을 통해 병이 호전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의뢰한 것이다. 아름다운 우정의 힘으로 ‘귀천’은 탄생했다. 김승철은 ‘귀천’에 이어 ‘그대 앞에 봄이 있다’를 노래한다. 아무리 추워도 결국 당신 앞에 꽃이 핀다는 멋진 인생 응원가다.

“사랑이 너무 멀어 /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게 / 말 한마디 그리운 저녁 / 얼굴 마주하고 앉아 / 그대 꿈 가만가만 들어주고 / 내 사랑 들려주며 / 그립다는 것은 오래전 /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 / 사는 게 무언지 하무뭇하니 / 그리워지는 날에는 /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 꽃으로 서 있을게” 한명원은 허림의 시에 윤학준이 곡을 붙인 ‘마중’을 부른다. 애틋한 노랫말과 아련한 선율이 돋보이는 제8회 화천비목콩쿠르(2014년) 창작가곡 부문 1위 수상곡을 어떤 색깔로 표현할지 기다려진다. 한명원은 또한 바리톤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청산에 살리라(김연준 시·곡)’도 들려준다.

특별출연하는 바리톤 이정식은 ‘가고파 전·후편(이은상 시·김동진 곡)’을 부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가고파’ 전편은 1933년에 작곡됐고, 후편은 1973년에 만들어졌다. “물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다름질하고 / 물들면 뱃장에 누어 별헤다 잠들었지 / 세상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 여기 물어 보고 저기 가 알아보나 / 내 몫 옛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 가 안기자 가 안겨”(후편의 일부) 노래도 노래지만 ‘가고파’의 원작시조 10수 중 나머지 6수를 읽는 기쁨도 맛볼 수 있다.

남녀 듀엣송 하모니도 감동을 선사한다. 김지현과 이정원은 ‘향수(정지용 시·김희갑 곡)’를, 임청화와 이현은 ‘목련화(조영식 시·김동진 곡)’에서 원더풀 케미를 뽐낸다. 마지막곡으로 출연자들이 모두 ‘동무생각(이은상 시·박태준 곡)’을 한목소리로 노래한다.

바이올리니스트 허은혜는 오프닝으로 ‘봉선화(김형준 시·홍난파 곡)’와 ‘사랑(이은상 시·홍난파 곡)’을 연주한다. 오페라 음악코치 겸 피아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장은혜와 이영민은 번갈아 반주를 맡는다.

민병무기자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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