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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기아차-한국지엠, 비정규직 대하는 상반된 태도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라서 비정규직 이슈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 애매하다."

최근 한국지엠 창원공장과 부평공장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국지엠 사측과의 계약 종료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것과 관련한 사측의 답변이다. 이 말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마치 한국지엠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국지엠과 전혀 상관없는 노동자들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왜 한국지엠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측에 맞선 집단행동을 2004년부터 시작했을까. 원청인 한국지엠 사측과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닌 것은 맞지만, 원청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지휘·명령해서다.

고용노동부가 한국지엠의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것은 2005년이다. 이후 대법원이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 불법파견 확정 판결을 한 바 있다.

특히 2013년 대법원의 판결은 한국지엠뿐 아니라 일반적인 자동차 생산 공정 전체를 불법파견으로 보고 합법 도급은 불가능하다고 본 첫 판결이었다. 자동차 생산 공정 특성상 각 공정이 독립적일 수가 없어서인데 노동자 수, 작업시간, 작업 속도 등에 대해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율성을 가지지 못하고 조립, 도장, 차체, 품질 관리 등의 공정이 비슷해서다. 결국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으로부터 지휘·명령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원청인 한국지엠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인소싱(하청업체에 아웃소싱한 공정을 다시 가져오는 것)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나기 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2004년부터 한국지엠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측의 불법파견에 맞선 집단행동을 반복하고 있을까.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 주체가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밖에 없어서다.

앞서 한국지엠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토대로 한국지엠 사측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고 원고 승소 판결을 얻어냈고, 민사 소송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처음 소송을 제기한 것이 2013년 6월, 정규직으로 채용이 된 것이 2016년 6월이다. 그리고 이들은 겨우 5명뿐이다.

한국지엠에서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2008년과 2015년 각각 1천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최근 위기에 처한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가 560여 명이다.

그러는 동안 정작 불법파견 문제를 만들어 온 주체들은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지엠 사측은 유연한 인력 운영과 비용 절감 등 사업상의 편의를 위해 원청의 직접 지휘·명령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어 기본적으로 불법성을 가진 사내하도급을 통해 노동력을 이용해왔다. 정부는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고, 불법파견 판결이 나도 사측이 이를 충분히 무시로 일관할 수 있게 묵인해 왔다.

사실 이러한 일련의 구조적이고 해묵은 문제는 한국지엠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조업 전반에 만연한 문제이면서, 특히 자동차업계에서 현대·기아자동차도 오랫동안 풀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양재 본사 앞에서 매일같이 시위를 할 정도다.

다만 최근 현대·기아차는 이 문제를 만들어 온 주체인 사측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특별고용 형태로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물론 이 또한 2004년 고용부의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불법파견 판정과 현대·기아차에 대한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이 여러 차례 나온 이후 조치다. 사내하도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현대·기아차의 이러한 행보는 고질적인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문제를 인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할 정도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하자 교섭권이 있는 창원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측과의 노사협의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유급순환 휴직과 2022년 CUV 생산이 시작될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채용 등을 요구했다.

반면 한국지엠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창원공장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560여 명에게 정규직 여부를 가리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포기 등을 조건으로 퇴직 위로금을 제시한 상태다. 한국지엠은 이제 현대·기아차로부터 불법파견의 대명사 자리를 넘겨받을 지도 모르겠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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