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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칼바람 분 유통街, 조직문화도 혁신해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실적 악화로 '생존 위기'에 빠진 유통 대기업들이 최근 고강도 인적 쇄신에 나섰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유통 3사 주요 계열사 대표는 대부분 교체됐고, 일부는 처음으로 외부 수혈까지 강행했다. 온라인 중심으로 급변하는 유통시장 환경을 반영한 듯 각 기업들의 임원 인사 발표는 내용, 규모면에서 모두 파격적으로 진행됐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호실적을 이끌던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기엔 각 기업들의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각 사별 수장들은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계열사 위주로 줄줄이 교체됐다. 롯데는 유통 BU장부터 백화점, 슈퍼, e커머스, 롭스 등 4개 사업부문 대표가 바꼈다. 백화점 수장은 처음으로 사장급이 아닌 전무급이 선임됐고, 롯데쇼핑 각 사업부문을 원 탑(One Top) 대표이사 체제의 통합법인으로 재편시켰다.

신세계도 주요 계열사인 이마트와 백화점 대표를 모두 교체했다. 특히 이마트는 지난 10월 인사에서 처음으로 외부수혈이라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에 선임된 강희석 대표는 나이도 이갑수 전 대표보다 12살 어린 1969년생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세대교체' 의지가 강하게 보이는 대목이다. 백화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공격 경영으로 좋은 성과를 낸 차정호 대표가 수장으로 선임됐다.

현대백화점도 이동호 부회장과 박동운 사장이 물러나고 1960년대생을 각 계열사 대표로 전면 배치해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백화점 수장은 김형종 한섬 대표가 맡게 됐고, 한섬·현대리바트는 각각 김민덕 대표, 윤기철 대표가 이끌게 됐다.

이 같은 세대교체 바람은 한샘, LG생활건강에도 불었다. 한샘은 최양하 전 회장이 지난 10월 말 명예 퇴임했고, 1965년생인 강승수 부회장이 새로운 수장이 됐다. LG생활건강도 1985년생 여자 상무가 새롭게 선임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조성우 기자]
[사진=조성우 기자]

이처럼 기업들이 세대교체에 나선 것은 e커머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쇼핑 환경 속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에 창사 이래 최초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롯데쇼핑은 3분기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나 급감해 시장의 충격을 줬다. 이는 '새벽배송'을 앞세운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속 성장 영향이 가장 컸다.

이에 유통 대기업들도 세대교체와 함께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사업재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의 경우 강희태 사장을 유통 BU장으로 기용해 내년에 오픈하는 '롯데ON'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는 유통 계열사 온라인몰을 모두 모은 '롯데ON'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 본격 나선다는 각오다. 신세계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3호점을 최근 본격 가동하며 올해 출범한 온라인통합법인 SSG닷컴 지원 사격에 나섰다.

각 기업들이 이번 인사 발표를 마무리하며 재도약의 의지를 밝혔지만,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젊은 피 수혈과 함께 변화의 움직임은 보이지만, 의사 결정이 빠른 이커머스와 대응하기에는 조직 문화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선 유통 대기업들이 이커머스 업계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여전히 부족하고, 대기업 문화에 젖어 의사결정 과정이 너무 더디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SSG닷컴의 모바일 앱 사용자 환경(UI)이 이용자 편의성 관점에서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각 기업들은 기존 대기업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 몇 사람이 바뀐다고 기존 조직 문화가 쉽게 바뀔 리 없다. 자금력이 있음에도 쿠팡,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들보다 온라인 시장에선 왜 저평가가 돼 있는 지 더 깊게 고민해야 할 때다. 젊은 피 수혈도 좋지만, 이젠 조직 문화도 시대에 맞게 '혁신'이 필요한 때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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