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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류' 재계의 호소에 '4류' 정치는 뭐하나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우리나라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인데, 정치는 4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995년 국내 언론사 베이징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은 폭탄발언을 쏟아냈다. 25년이 지난 지금 국회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이같은 발언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적용되는 듯싶어 안타깝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의 이른바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의 내용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국회의원을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으로 하되, 정당득표율의 연동률을 50%로 하기로 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 더욱이 여야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단 한 의석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위성정당' 설립이라는 꼼수까지 내놓고 있다. 게리맨더링(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구 획정)을 위한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저 한숨만 내쉬고 있다.

그 사이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탄력근로제 보완 입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정치권은 택시업계의 눈치에 고개를 숙였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타다금지법(여행법 개정안)은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발목을 붙잡았다.

정치권이 동물국회 모습을 보여줄 그 시각, 경제단체 수장들은 내년 한국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개혁을 호소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눈물까지 보이며 한국경제의 역동성 저하를 우려하고 모든 제도와 기득권 장벽을 들어내고 의식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상의회관 집무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 신년 간담회에서 "선거 반년 전부터 모든 법안 논의가 전부 중단되는 일이 항상 반복했는데 지금은 그 대립이 훨씬 심각하다"며 "동물국회, 식물국회, 아수라장 국회라는 말까지 나오며 경제 입법이 막혀 있어 참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통계로 본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은 심각하다. 임금을 올려 소비를 증진시키고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은 실패로 돌아섰다. 올해 1~3분기 민간소비(명목) 증가율이 2.3%로 2009년 1~3분기(1.2%) 이후 10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수출 역시 정부가 올해 목표로 했던 6천억달러 2년 연속 달성은 실패로 끝났다. 관세청이 집계한 12월20일까지의 누적 수출액은 전년보다 10.3% 줄어든 5천271억달러에 그쳤다. 반도체를 비롯해 일반기계, 석유화학, 석유제품 등 주요 품목의 수출실적이 일제히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내년에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세를 보이는 한편, 물가 상승률도 목표 수준인 2.0%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지만 또다시 정치권 소식이 들려온다. 한국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일방 처리에 반발해 총사퇴를 결의했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정치마저 중심을 잡지 못하면 나라의 장래는 어두울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말처럼 정치권이 '4류'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2류' 재계의 외침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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