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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블록 쌓듯이'…多결정 소재 합성의 새로운 길 열었다


IBS-UC버클리, 규칙적 배열 ‘나노 다결정’ 합성…네이처誌 표지논문 게재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크기와 모양이 제각기 다른 알갱이들이 뭉쳐진 형태의 다결정 소재는 결정알갱이 사이에 생기는 미세한 틈이 일반적으로는 단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틈(경계결함)을 규칙적으로 통제하고, 원하는대로 제어할 수 있다면 오히려 기존의 소재가 갖지 못한 특별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현택환 단장(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은 미국 UC버클리 폴 알리비사토스 부총장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보도블록처럼 결정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성능이 대폭 향상된 나노 다결정 소재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공동연구팀은 다결정 소재의 결정 알갱이를 규칙적으로 배열해 경계결함을 균일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원하는 대로 경계결함의 밀도와 구조를 제어해 소재의 물성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경계결함과 다결정 소재 물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힌 학문적 성과와 함께, 산업적으로도 새로운 기능성 재료를 합성할 수 있는 길을 연 이번 연구는 16일 네이처紙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공동연구진이 합성한 나노 다결정 입자의 구조 [IBS 제공]
공동연구진이 합성한 나노 다결정 입자의 구조 [IBS 제공]

공동연구진은 다결정 소재의 경계구조를 규칙적으로 통제하고, 경계결함의 독특한 원자배열로부터 발현되는 특별한 물성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만약 다결정 소재의 결함을 원하는대로 제어할 수 있다면 특별한 성능을 가진 기능성 소재를 구현하는 것은 물론, 단결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싼 다결정 소재의 성능을 향상시켜 ‘가성비’를 높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벽돌 여러 장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보도블록이 균일한 틈을 가진 것처럼, 나노 결정 알갱이를 규칙적으로 배열해 균일한 패턴의 경계결함을 갖는 나노입자를 합성했다. 또한 이 합성법으로 결정 알갱이의 개수를 조절하면 경계결함의 밀도와 구조를 조절해 소재의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제작한 나노 다결정을 수소연료전지의 촉매로 사용해본 결과 촉매활성이 증가하며 전지의 성능이 향상됐다.

공동연구진이 합성한 이종접합체의 3차원 이미지. 연구진은 정육면체 모양의 코발트산화물 나노입자를 기판으로 이용해 코발트산화물-망간산화물 이종접합체를 합성했다. 레고블록을 조립한 듯 코발트산화물 나노입자의 각 면 위에 망간산화물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증착되며 서로 부착되어 다결정 나노입자가 완성된다. [IBS 제공]
공동연구진이 합성한 이종접합체의 3차원 이미지. 연구진은 정육면체 모양의 코발트산화물 나노입자를 기판으로 이용해 코발트산화물-망간산화물 이종접합체를 합성했다. 레고블록을 조립한 듯 코발트산화물 나노입자의 각 면 위에 망간산화물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증착되며 서로 부착되어 다결정 나노입자가 완성된다. [IBS 제공]

이번 연구에서는 정육면체 모양의 결정인 산화코발트(Co3O4) 나노입자를 기판으로 사용해 산화망간(Mn304) 결정을 성장시켰다. 산화망간 나노결정은 정육면체의 각 면에 수직한 방향으로 성장하고, 각 모서리를 기점으로 분할된다. 그렇게 정육면체 나노입자를 주형 삼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자라고, 결국 서로 만나 경계를 이루며 ‘경계결함’을 형성한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산화망간의 성장메커니즘을 규명해 균일한 크기의 결정알갱이가 규칙적으로 배열되도록 조절하는 합성법을 개발하고, 금속과 세라믹을 포함한 다양한 결정재료에도 적용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IBS는 이번 성과가 "세계적으로 나노입자 합성화학을 선도하는 나노입자연구단과 소재특성제어를 선도하는 UC버클리 연구진의 합작품"이라고 평했다. 공동 제1저자인 오명환 박사(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원,前 IBS 연구위원)와 조민지 연구원 부부가 합성법을 완성하고, UC버클리 및 로렌스버클리연구소가 최첨단 이미징 기법으로 합성된 소재를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다.

오명환 박사는 "그간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결정재료의 경계결함을 최소화시키는데 집중해왔지만, 이번 연구는 오히려 경계결함의 밀도를 높이고 그 독특한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이 핵심”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된 합성기술이 나노입자 디자인을 통해 소재의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묘수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징적인 물성을 갖는 결정재료가 발견될 때마다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해 온 것처럼 첨단 기능소재를 필요로 하는 여러 산업에 큰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현택환 IBS 연구단장은 "촉매, 배터리 전극 등 산업에 중요한 소재의 성능을 한층 개선할 수 있는 기술로 선진국과의 치열한 소재 산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오명환 IBS/UC버클리대 연구원, 조민지 IBS/서울대 연구원(공동 제1저자), 현택환 IBS 나노입자 연구단장, A. Paul Alivisatos UC버클리 교수(공동 교신저자) [IBS 제공]
(사진 왼쪽부터) 오명환 IBS/UC버클리대 연구원, 조민지 IBS/서울대 연구원(공동 제1저자), 현택환 IBS 나노입자 연구단장, A. Paul Alivisatos UC버클리 교수(공동 교신저자) [IBS 제공]

◇저자 : 오명환(공동 제1저자, IBS/서울대/UC Berkeley/LBNL/Kavli ENSI), 조민지(공동 제1저자, IBS/서울대/Kavli ENSI), 정동영(IBS/서울대), 박인철(IBS/서울대), 권영욱(UC Berkeley), Colin Ophus(LBNL), 김도균(IBS/서울대/한양대), 김민규(포항가속기연구소), 정범균(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X. Wendy Gu(Stanford Univ.), 조진웅(IBS/서울대), 유지문(IBS/서울대), 홍재영(IBS/서울대), Sara McMains(UC Berkeley), 강기석(IBS/서울대), 성영은(IBS/서울대), A. Paul Alivisatos(공동교신저자, UC Berkeley/LBNL/Kavli ENSI), 현택환(공동교신저자, IBS/서울대)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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