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삼 작곡가 쾌유 응원송 된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성악가 6명 감동합창 뭉클


정선화·김지현·이윤숙·이정원·오동국·남완 등 신년콘서트 개최

[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닿기만 해라 / 허공에 태어나 수많은 촉수를 뻗어 / 휘젖는 사랑이여 /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가서 불이 될 / 온몸을 태워서 찬란한 한 점의 섬광이 될 /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이윤숙·정선화·김지현 세 사람이 돌아가며 이안삼 작곡가의 대표곡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문효치 시)’를 한소절씩 부르자 울컥했다. ‘절친 소프라노’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는 가슴에 스며들며, 2년째 병상에서 고생하고 있는 이안삼 선생의 쾌유를 바라는 뜨거운 응원송이 됐다.

남완, 이정원, 이윤숙, 정선화, 김지현, 오동국(왼쪽부터)이 '이안삼 가곡과 함께 하는 2020 신년음악회'에서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를 합창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남완, 이정원, 이윤숙, 정선화, 김지현, 오동국(왼쪽부터)이 '이안삼 가곡과 함께 하는 2020 신년음악회'에서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를 합창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정상의 성악가 6명이 ‘기적의 치유’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안삼의 명품 한국가곡을 연주했다. 이들은 ‘이안삼 가곡과 함께 하는 2020 신년음악회’를 14일(화) 오후 서울 강남구 삼익아트홀에서 열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들도 선생의 건강회복을 기원하며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선생은 지난 2018년 4월 경북 칠곡에서 열린 한 콘서트에 참석했다가 객석 의자에 부딪혀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 후유증으로 급성폐렴이 왔다. 이에 앞서 이미 3~4년 전부터 폐기종이 진행됐으나 거의 신경을 안쓰고 방치해 왔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폐렴까지 겹치게 돼 잠시 병세가 위중한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그동안 바깥 출입을 삼간 채 가족과 동료의 헌신적 사랑 그리고 음악의 힘으로 견뎠다. 비록 산소 호흡기에 의존해야 하지만 많은 사람의 기도와 염려 덕분에 지금은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전국에서 열리는 웬만한 가곡 음악회는 빠지지 않고 참석해 성악가들을 격려했던 선생을 요즘은 볼 수 없어서 많이들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서정성 짙은 선생의 대표가곡을 중심으로 새해 음악회를 개최했다. 비록 선생이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큰 아들인 이시섭 씨 내외가 대신 참석해 아쉬움을 달랬다.

소프라노 정선화와 테너 이정원이 '연리지 사랑'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오프닝은 정선화와 이정원이 ‘연리지 사랑(서영순 시·이안삼 곡)’으로 열었다. 당나라 시인 백낙천이 지은 ‘장한가(長恨歌)’에 나오는 비익조(比翼鳥)와 연리지(連理枝)는 부부간의 지극한 사랑을 비유한다. 시인은 여기서 모티브를 얻어 “우리 하나 되어 눈보라 속에서도 따뜻한 미소로 천년만년 사랑하리”라는 멋진 노랫말을 만들었다. 금실이 좋아지는 매직송이다.

소프라노 정선화가 '그대가 꽃이라면'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한국가곡연구회와 세계음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소프라노 정선화는 ‘나지막한 소리로(고영복 시·이안삼 곡)’와 ‘그대가 꽃이라면(장장식 시·이안삼 곡)’을 연주했다. 그는 선생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두 단체가 주최하는 콘서트마다 선생을 음악감독으로 모셔 최고의 공연을 선사했다. “별 같은 마음으로 지친 땅에 꿈을 심고 / 험한 세상 솜털에 실어가는 그대는 민들레 / 하늘에서 왔으니 그대는 민들레”는 선생에게 바치는 노래가 됐다.

소프라노 김지현이 '금빛날개'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소프라노 김지현은 쾌활하고 유쾌하다. 노래하는 모습만 봐도 에너지가 자동 충전된다. 선곡도 자신의 스타일에 딱 맞게 ‘금빛날개(전경애 시·이안삼 곡)’와 ‘불꽃놀이(최숙영 시·임긍수 곡)’를 준비했다. 한국가곡에서는 드물게 탱고리듬을 가미한 ‘금빛날개’는 클래식과 팝의 장점을 융합한 클래팝 계열의 노래다. ‘불꽃놀이’는 아무리 힘들어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긍정 마인드를 심어주는 곡이다. 김지현은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흥겨운 음악 비타민을 한아름 선물했다.

소프라노 이윤숙이 '월영교의 사랑'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소프라노 이윤숙은 ‘월영교의 사랑(서영순 시·이안삼 곡)’과 ‘매화연가(황여정 시·이안삼 곡)’에서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솜씨를 보여줬다. 원이 엄마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는 ‘월영교의 사랑’은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통한다. 1998년, 안동에 살았던 고성 이씨 가문의 이응태 무덤을 이장하던 중 깜짝 놀랄만한 부장품이 발견됐다. 이응태가 1586년에 31세의 젊은 나이로 숨지자 그의 부인이 ‘원이 아버지께 드리는 한글 편지’를 작성해 넣은 것. 더욱이 서신 옆에는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 한 켤레도 놓여 있었다. 이윤숙은 “자네 늘 날더러 이르되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자네 먼저 가시는고. 나하고 자식은 누가 거두어 어떻게 살라 하고 다 던지고 자네 먼저 가시는고”라고 적혀있는 편지의 애절함을 목소리에 담아 배달했다.

테너 이정원이 '내마음 그 깊은 곳에'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선생의 최대 히트곡 ‘내마음 그 깊은 곳에(김명희 시·이안삼 곡)’는 테너 이정원을 위한 완벽한 맞춤 노래였다. 원래의 곡보다 느리게 편곡된 스타일은 그의 성대를 거치면서 감동의 울림이 더 커졌다. 힘을 뺐는데도 오히려 더 강력한 한방이 되는 마법을 보여줬다.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만렙 100%% 스킬엔 “내마음 그 깊은 곳에 더 많은 명품가곡을 남겨 달라”는 애절한 호소로 들렸다. 이정원은 또한 ‘산촌(이광석 시·조두남 곡)’에서 고즈넉하지만 건강한 시골 생활의 즐거움을 노래했다.

바리톤 오동국이 '내고향'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바리톤 오동국은 ‘내고향(전경애 시·이안삼 곡)’과 ‘산아(신홍철 시·신동수 곡)’에서 떠나온 고향에 대한 안타까움을 절절하게 담아냈다. “오늘도 긴 머리 소녀들 웃음소리 흐르는 / 아 내 고향 내 고향 잊지 못하리” “오 내가 죽어서도 돌아올 보금자리여 / 어디메 묻혔다가도 되돌아와 묻힐 / 내 무덤이여”를 노래할 땐 뭉클했다.

바리톤 남완이 '황혼'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바리톤 남완은 ‘성황산에 올라(고영복 시·신귀복 곡)’와 함께 선생이 직접 시까지 지어 선율을 붙인 ‘황혼’을 불렀다. 쓴맛 단맛 봐가며 달려온 60여년의 생을 돌아보는 담담함이 남완의 중후한 저음을 타고 가슴으로 들어왔다.

“노을빛 고운 하늘 지난날들 눈에 어려 / 서산에 지는 해는 등불처럼 붉게 타올라 / 지나간 세월 속에 사라진 아득한 날들 / 해 저녁 노을 불빛 가슴에 안고 아련히 번져만 오네 / 나 이제 미련 없이 모두 떠나보내고 / 지금은 나그네 되어 빈 손으로 길 떠나지만 / 바람처럼 흔들리다 홀로 떠나가리라 / 아름답던 기억들만 가슴에 안고 / 노을길 걸어가리라”

선생은 블로그에서 이 노래를 만든 과정을 소상히 밝혀 눈길을 끈다. 오랫동안 김천중학교와 김천고등학교 등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하다 2006년 2월에 41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정년퇴임을 몇 개월 앞둔 어느 가을날, 수업을 마치고 작품을 쓰다 보니 벌써 날이 저물었다. 교문을 나와 천천히 걸으니 단골 막걸리집 ‘선주골’ 앞에 이르렀다. 탁주에 두부전 하나 시켜놓고 창가 불빛 사이로 희미하게 비치는 들녘을 바라봤다. “아 이제 떠나야 하는구나. 긴 방학이 끝없이 이어질 텐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안삼 가곡과 함께 하는 2020 신년음악회' 출연진과 관객들이 '내마음 그 깊은 곳에'를 합창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이미 광화문 뒤편 ‘경희궁의 아침’에 거처를 마련해 놓았다. 나홀로 김천을 떠나 작품 활동의 본거지를 서울로 옮기기로 했지만 뚜렷하게 손에 잡히는 것이 없어 심란했다. 갑자기 유행가를 부르고 싶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럼 내가 직접 한번 지어볼까’ 생각했다. “아주머니~ 종이 한 장만 줘요” 쓱싹쓱싹 가사를 썼지만, 앞으로 읽고 뒤로 읽어봐도 맛이 없었다. 글 쓰는 게 전공이 아니니 이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영 마땅치가 않았다. 다시 고치고 또 고치다보니 어느새 찌그러진 양철 주전자를 반이나 비웠다. 그것도 모자라 며칠 동안 이러 붙이고 저리 붙여 겨우 짜깁기한 뒤 마침내 선율을 달았다. 이렇게 해서 ‘유행가 같은 황혼’이 탄생했다. 남완은 선생을 대신해 깊고 짙은 애환을 풀어 놓아 공감을 받았다.

피아니스트 문인영과 이혜진은 번갈아 반주를 맡아 성악가들과 환상 케미를 뽐냈다.

'이안삼 가곡과 함께 하는 2020 신년음악회' 출연진과 관객들이 '내마음 그 깊은 곳에'를 합창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이번 음악회를 기획하고 준비한 정선화는 “이안삼 선생의 가곡을 좋아하는 팬들이 이렇게 많아 정말 놀랐다”라며 “올해 한국가곡 100주년을 맞아 앞으로도 선생의 노래가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콘서트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민병무기자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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