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별세] 고향에 잠든 명예회장…롯데家 형제 화해했나


영결식 후 두 형제 따로 장지 이동…나란히 상주 역할했지만 분위기 '냉랭'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 19일 별세한 롯데그룹 창업주이자 재계 1세대 경영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고향인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 영면했다.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해 한·일을 넘나들며 재계 5위의 대기업을 키운 고인은 22일 오전 가장 많은 애정을 쏟았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지나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향 땅에 묻혔다.

지난 19일 향년 99세의 나이로 타계한 신 명예회장의 장례식은 지난 4일간 롯데그룹장으로 치러졌다. 장례 일정은 울산에 위치한 롯데별장에서 신 명예회장 노제를 끝으로 마무리 됐다.

이날 오전 7시에 진행된 영결식은 유족들과 롯데그룹 임직원 등 1천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아들 신정열 씨가 영정사진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들 신유열 씨가 위패를 들고 영결식장으로 들어왔다.

이어 신 명예회장의 장남·차남·장녀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콘서트홀 1층에 마련된 유가족 석에 앉았다. 신 명예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 신 전 부회장의 부인 조은주 씨, 신 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미나미 여사도 함께 입장했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나란히 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영결식장에서 유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전했던 신 전 부회장은 모든 장례일정이 끝난 후에도 공식 입장문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은 "선친께서는 청년시절 맨손으로 일본에 건너가 창업해 성공 기반을 다지셨고, 이후 어려움에 처한 조국의 경제부흥에 기여하겠다는 다짐 하나로 대한민국에 다시 돌아오셨다"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가고자 50여 년 동안 국내 최고의 유통기업인 롯데그룹을 이끌어 오셨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롯데그룹은 선친의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과 '약속'을 지키기 위한 오랜 신념이 더해져 반세기에 걸쳐 이룬 성과"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신 전 부회장은 신 명예회장이 살아 생전 '약속'을 지키는 것을 일생의 가장 중요한 신념으로 삼았다고 회상했다. 또 평소 자신과의 약속은 물론이고, 고객과의 약속 지키기 위해서도 평생을 헌신했다고 언급했다.

신 전 부회장은 "새해맞이로 바쁜 중에도 저의 선친이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영면을 진심으로 애도해 준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저를 비롯한 저희 가족들은 선친의 뜻을 잊지 않고, 선친의 생전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영결식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을 대표해 인사말을 전했다. 신 회장은 서툰 한국말로 인사말을 읽어나가는 동안 슬픈 내색을 드러내면서도, 신 명예회장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뜻을 차분히 표현했다.

신 회장은 "아버지는 롯데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분으로, 항상 새로운 사업 구상에 몰두하셨다"며 "성공과 실패를 모두 떠안는 책임감 보여주신 만큼 아버지가 흘린 땀과 열정을 평생 기억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어 "아버지는 따뜻한 가장이었고 가족을 향한 헌신과 사랑을 보면서 진정한 어른의 모습도 배웠다"며 "역경과 고난이 올 때마다 아버지의 태산같은 열정을 떠올리며 길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왼쪽)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경영권 분쟁 등으로 사이가 소원했던 두 사람은 2018년 10월 신동빈 회장의 국정농단·경영비리 재판 2심 선고 때 마주친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병원에서 다시 만났다. 그 동안에는 개인적으로도, 공식 석상에서도 만난 적이 없었다. 이로 인해 신 명예회장은 결국 두 아들이 화해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오랜 기간 동안 소원했던 두 사람은 신 명예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얼굴을 마주하며 함께 상주 역할을 했다. 이날 영결식에도 두 사람은 나란히 걷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발인이 끝난 후 영결식장으로 이동할 때나, 장지를 갈 때도 따로 차량을 이용하는 등 거리를 두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물리적 거리가 좁아진 만큼 관계가 개선됐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계속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 복귀를 시도하며 경영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만큼 관계가 회복되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 형제의 연결고리였던 아버지가 이제 없는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복귀를 계속 시도한다면 관계 개선은 이전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이번 장례일정이 마무리 된 후 신 전 부회장 측이 어떤 태도를 보일 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사진=정소희기자 ss0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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