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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 중합효소는 재사용된다…전사과정 새롭게 정의


KAIST·서울대 연구진, RNA 합성의 재생단계 최초 규명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생명체가 유전정보를 발현하는 과정에서 RNA를 합성하는 복합체를 재사용하는 과정이 밝혀졌다. 기존에는 RNA가 완성되면 합성 복합체가 바로 해체되고 다시 조립되는 것으로 추정해 왔다.

한국연구재단은 강창원 KAIST 생명과학과 명예교수와 홍성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유전정보(DNA)를 토대로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 발현과정의 세부단계 하나를 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유전정보가 담긴 원본(DNA)으로부터 복사본(RNA)을 만드는 전사과정은 '개시-연장-종결' 세 단계였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네 번째 단계인 '재생(recycling)'이 새로 추가됐다.

연구팀은 "전사과정을 주도하는 RNA중합효소의 역할이 알려진 지 60여년 만에 RNA 합성이 끝나고 어떻게 다시 시작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한 연구"라고 소개했다.

전사과정의 네 단계. 지금까지는 전사과정을 개시, 연장, 종결의 세 단계로 나누었으나, 이번 연구에서 종결 이후 4번째 단계가 발견되어 재생단계라고 명명했다. [강창원 교수]
전사과정의 네 단계. 지금까지는 전사과정을 개시, 연장, 종결의 세 단계로 나누었으나, 이번 연구에서 종결 이후 4번째 단계가 발견되어 재생단계라고 명명했다. [강창원 교수]

연구팀은 거푸집 역할을 하는 DNA로부터 RNA가 본떠진 이후에도 중합효소가 DNA로부터 떨어지지 않고 DNA상에서 이동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나아가 이렇게 잔류한 중합효소가 DNA상에서 자리를 옮겨 전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을 알아내고 이를 '재개시(reinitiation)'라고 명명했다.

중합효소는 마치 선로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DNA 위를 이동하면서 RNA를 합성하다가 완성된 RNA를 방출한다. 기존에는 RNA 방출과 동시에 중합효소가 DNA로부터 떨어져 나온 후 다시 전사 복합체가 만들어져 전사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추정해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 대부분의 경우 중합효소가 DNA에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붙은 채로 이동하다가 새로 전사과정을 시작하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중합효소·DNA·RNA의 전사복합체. 구조적으로 사람의 왼손 모양과 비슷한 RNA 중합효소가 DNA(짙은 청색)의 거푸집 부분을 벌리고 합성 중인 RNA(옅은 청색)을 붙잡고 있다. DNA의 끝에 Cy5(형광물질,빨강색)와 접착제(검정색)를 붙이고, 합성되는 RNA의 끝에 Cy3(초록색)를 붙여 RNA 중합효소(왼손)에 의한 전사반응을 진행시키면(왼쪽 그림), 전사종결로 RNA가 방출된 후 중합효소(왼손)가 DNA 위에서 양방향으로 이동하다가(가운데 그림), 전사원점을 만나 전사를 재개시한다(오른쪽 그림)[강창원 교수]
중합효소·DNA·RNA의 전사복합체. 구조적으로 사람의 왼손 모양과 비슷한 RNA 중합효소가 DNA(짙은 청색)의 거푸집 부분을 벌리고 합성 중인 RNA(옅은 청색)을 붙잡고 있다. DNA의 끝에 Cy5(형광물질,빨강색)와 접착제(검정색)를 붙이고, 합성되는 RNA의 끝에 Cy3(초록색)를 붙여 RNA 중합효소(왼손)에 의한 전사반응을 진행시키면(왼쪽 그림), 전사종결로 RNA가 방출된 후 중합효소(왼손)가 DNA 위에서 양방향으로 이동하다가(가운데 그림), 전사원점을 만나 전사를 재개시한다(오른쪽 그림)[강창원 교수]

연구팀은 우리 생명체가 복잡한 전사복합체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것보다 경제성을 택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한 유전자에서 전사를 연속해서 수행하거나 인접한 여러 유전자를 한꺼번에 전사할 때 매우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전사반응은 모든 세포에서 일어나는 매우 기본적인 과정으로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에서부터 나오는데 연구팀은 이번 발견으로 전사의 '재생'과 '재개시' 단계가 추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DNA와 RNA에 형광물질을 결합시킨 후 단일분자의 형광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세균(박테리아)의 일종인 대장균의 RNA 중합효소를 대상으로 KAIST에서는 생화학·분자생물학 실험을 서울대에서는 생물리학·형광 분광학 실험을 함께 진행됐다.

강창원 KAIST 명예교수는 "이 연구를 8-9년 전에 시작해 3년 전 은퇴하기 전에 주요 결과를 이미 얻었으나 추가로 보강 실험을 수행하느라 발표가 늦어졌다. 분자생물학의 근간인 유전자발현의 기본적인 메커니즘 하나를 규명하게 돼 큰 보람을 느낀다. 두 연구실이 같은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6년 전에 알게 되었을 때 경쟁보다 협업을 선택했던 것에 서로 감사하며, 앞으로 이어질 후속 공동연구에도 기대가 매우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왼쪽부터)강창원 KAIST 명예교수(교신저자), 홍성철 서울대 교수(공동교신저자), 강우영(공동제1저자), 하국선 박사(공동제1저자) [한국연구재단 제공]
(왼쪽부터)강창원 KAIST 명예교수(교신저자), 홍성철 서울대 교수(공동교신저자), 강우영(공동제1저자), 하국선 박사(공동제1저자) [한국연구재단 제공]

◇논문명 : Transcription reinitiation by recycling RNA polymerase that diffuses on DNA after releasing terminated RNA(전사물 RNA를 방출한 후 DNA에 붙어서 이동하며 재생하는 RNA 중합효소에 의한 전사 재개시)

◇저자 : 강우영(공동제1저자/서울대), 하국선 박사(공동제1저자/카이스트, 현 수원대), 엄희수 박사(서울대), 박규형(서울대), 이자일 교수(울산과기대), 홍성철 교수(공동교신저자/서울대), 강창원 명예교수(공동교신저자/카이스트)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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