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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로나19 된서리 맞은 상장사 주총


참석률 극히 저조 전망…정족수 못채울까 전전긍긍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일단 좀 만나주세요." 코스피가 장중 1600대로 추락하며 시장이 떠들썩했던 지난주 금요일, 조금은 다른 이유로 발을 동동 구른 이들이 있었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상장사 IR(기업설명회) 담당자들이 주주들을 만나러 직접 발로 뛰던 참이었다.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온통 증시에 쏠려있지만 사실 3월은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주총회'의 달이다. 이번 주에만 300곳이 넘는 상장사가 정기 주총을 진행하는 가운데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일찍이 마스크 주총이 예고됐다.

 [이미지=아이뉴스24DB]
[이미지=아이뉴스24DB]

그나마 마스크라도 쓰고 나오면 다행이라고 했다. 이날 만난 한 상장사 IR 담당자는 수심 가득한 얼굴로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쳐 참여 독려도 쉽지 않다"며 "당장 주총이 열릴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IR 담당자는 "이번에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올라와 있어 무조건 참석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회사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중간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 감사 선임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상장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감사나 감사위원을 뽑으려면 발행주식의 25% 이상에 해당하는 주주의 참석과 이들 주식에서 과반 이상의 찬성이 나와야 하는데, 이른바 '3% 룰'로 이 안건에 대해선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추가로 22%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선임 자체가 불발되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사외이사 대란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장사는 전체의 30%에 달하는 566곳으로 사외이사 수만 718명에 이른다. 이 중 중견·중소기업은 494곳(87.3%), 615명(85.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감사 선임에 이어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교체까지 해야 하는 상장사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배경이다.

이러한 우려는 점차 현실이 돼 가는 모양새다. 샘코와 디에이치피코리아, 이테크건설 등 올해 주총에서 감사 선임에 실패한 상장사가 이날까지 3곳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코스닥 기업으로 의결정족수를 못 채운 탓에 감사 선임이 무산됐다.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을 상법이 정한 비율에 따라 선임하지 못한 상장사는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도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지수가 폭락하면서 모든 이들의 관심이 증시로 향한 사이 정작 자본시장의 근간이 되는 상장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총은 이처럼 멍들고 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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