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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초연결 시대의 역설


코로나19, 글로벌 리더십 부재 속 고립주의 가속화 우려

[아이뉴스24 박영례 기자] 세계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줄 모르면서 각국이 출입국 관리에 이어 아예 국경을 봉쇄하고 나섰다.

미국 국무부는 2단계 이상 여행경보를 발령한 모든 국가에 신규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캐나다, 멕시코와 국경도 일시 폐쇄했다. 유럽연합(EU)도 회원국 27개국이 30일간 외국인의 입국을 막는 여행금지 조치에 합의했다.

코로나19는 23일 현재 전세계 186개국에 퍼져 확진자만 30만명에 육박하고, 1만3천명 가까이가 목숨을 잃었다. 말 그대로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이다.

지난 연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뒤 약 석 달 만이다. 특히 이탈리아는 우한에서 온 관광객의 첫 발병 뒤 한 달 여 만에 중국보다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온 상황이다. 세계화로 사람과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이때 감염병 확산에도 국경은 없는 셈이다. 이를 막겠다며 역설적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나선 것이다.

3월 21일 코로나19 감염 현황(출처=WHO)
3월 21일 코로나19 감염 현황(출처=WHO)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 발달까지 더해진 초연결 시대, 감염병 확산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이미 그물처럼 연결된 세계 경제 시스템의 감염이다. 각국은 이제 단일화 되고 상호 의존성이 커진 시장의 리스크를 실시간 확인하며 현실화된 공포를 공유하는 중이다.

실제로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시장의 반응은 거의 패닉에 가까울 정도다. 미국이 보름 새 금리를 1.5%포인트 낮춰 제로금리를 선언했고, 유럽 등 각국이 경쟁적으로 비상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증시는 연일 폭락세다. 코로나19가 불거진 후 최근 한 달 새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25조 달러 이상 날아갔다.

또 각국 정부의 위기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시 대통령'을 자처하며 필수 물자 조달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전시 비상권을 발동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도전"이라고까지 했다. 또 "우리의 연대와 이성이 시험대에 올려졌다"며 국제 공조를 호소했다 .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이 빗장부터 걸고 나선 데서 보듯 과거와 같은 공조나 글로벌 리더십을 기대하기 쉽지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미국, 중국 자국 우선주의나 탈 EU와 같은 고립주의 확산 등 세계화의 후퇴를 더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 상황에서 선거, 올림픽 등 주요 이벤트를 앞둔 나라들은 코로나19가 미칠 영향 등에 각자의 주판알 튕기기에 더 바쁘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진원지를 놓고 연일 네 탓 공방에 열을 올리는 등 패권다툼의 연장전쯤으로 여기고 있다.

어쩌면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늪에 빠지는 등 위기는 아직 그 실체를 다 드러내지 않았을지 모른다. 당장 주요 부품 조달 등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연쇄 셧다운(가동중단)을 경험한 각국과 기업들의 다변화 전략 등 새판짜기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상 감염병은 세계화의 노선 속 인류 역사를 바꿔왔다. 가령 로마제국 몰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안토니우스 역병' 천연두는 사실 실크로드를 타고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게 정설이다.

이후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정복자들에 의해 신대륙에 상륙한 뒤 아스테카 제국과 잉카 제국의 멸망을 이끄는 등 18세기 종두법 시행까지 맹위를 떨치며 문명의 지형도를 바꿨다. 아이러니하게도 훗날 코로나19는 세계화의 종언, 신냉전 시대 신호탄으로 해석될 지도 모를 일이다.

/박영례 정보미디어부장(부국장)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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