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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물 몰래 배출 30년…원자력硏 111개 시설 전면조사


원안위, 원자력연 방사성물질 방출사건 조사 결과 발표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극저준위 액체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이 사전 승인된 설계도와 다르게 건설돼 30년간 운영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매년 500리터 가까운 액체 방폐물이 시설밖으로 누출됐으며 지난해 9월 연구원 외부로까지 유출된 사고도 이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현재 시설운영자들은 설계도와 달리 외부로 연결되는 배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해 왔으며,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년마다 정기검사를 했으면서도 도면과 다른 설비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원자력 시설의 건설-운영-관리-검사에 이르는 총체적인 관리부실이 드러났다.

이번 사고로 외부로 누출된 액체 방폐물은 방사성 폐기물 중에서 가장 낮은 단계인 극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리터당 185베크렐 이하)로, 조사결과 방사선 피폭 등의 안전 문제는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지만, 원자력연구원이 승인받은 설계도와 달리 방폐물을 외부로 흘려보내는 시설을 몰래 지었다는 사실과 이후 30년 동안 방치된 것이 드러남에 따라 원자력 시설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20일 박원석 원자력연구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연구원 관계자들이 방사성물질 방출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머리를 숙였다.[원자력연구원]
20일 박원석 원자력연구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연구원 관계자들이 방사성물질 방출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머리를 숙였다.[원자력연구원]

20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부터 실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자연증발시설 방사성물질 방출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사성물질이 방출된 근본원인은 시설의 배수시설이 과기정통부(당시 과기처)로부터 승인받은 설계와 다르게 설치·운영 되어왔기 때문"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원안위는 이에 따라 원자력연구원의 111개 원자력 및 방사선이용시설에 대해 인허가 사항 및 시공도면과 현재 시설 상태간 차이가 없는지 전면 조사하고, 자연증발시설을 지정조건에 맞게 방사성물질 무배출 시설로 개보수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연구원내 환경방사선(능) 조사지점 확대, 방폐물 관련 시설의 운영시스템 최신화, 안전관리 조직 강화 등 종합대책을 원자력연구원이 수립해 보고토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이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규제기관의 부실 문제에 대해서는 ▲원안위 대전지역사무소 신설 ▲원자력안전기술원에 원자력연구원 전담부서 설치 ▲사용후핵연료처리시설 정기검사 주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원자력연 자연증발시설의 방사성물질 방출경로. 정상운전 경로는 ①→②→③→④→⑤→⑥→⑦ 순환, 중간저장조 수위 저하시 지하저장조에서 보충하고, 매년 운영종료시 지하저장조로 잔여 액체방폐물을 회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넘친 물이 바닥배수탱크를 통해 외부로 배출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연 자연증발시설의 방사성물질 방출경로. 정상운전 경로는 ①→②→③→④→⑤→⑥→⑦ 순환, 중간저장조 수위 저하시 지하저장조에서 보충하고, 매년 운영종료시 지하저장조로 잔여 액체방폐물을 회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넘친 물이 바닥배수탱크를 통해 외부로 배출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이번에 외부유출 사고가 발생한 원자력연구원 자연증발시설은 극저준위 액체 방사성폐기물을 지하저장조→공급탱크→증발천으로 순환시키면서 햇빛에 말려 없애는 시설이다.

원안위에 따르면 지난 1989년에 원자력연구원이 과기정통부(당시 과기처)로부터 승인받은 설계는 자연증발 시키고 남은 방폐물을 다시 지하저장조로 보내는 폐순환 구조로 돼 있었으나, 실제 현장에는 인허가 받은 설계에는 없는, 지하에 외부배관으로 연결된 바닥배수탱크(600리터)가 설치됐으며 1층의 일부 배수구가 바닥배수탱크로 연결된 상태로 건설 및 사용돼 왔다.

원안위 조사결과 그동안 이 시설의 운전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전혀 몰랐으며 지난해 9월26일 사고 발생 당시에도 집수로에서 넘친 물을 바닥 배수구로 자연스럽게 쓸어 배출하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운전자들은 배수구로 흘려보낸 물(약 510 리터)이 지하저장조로 다시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바닥배수탱크를 통해 외부로 흘러나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 시설이 건설된 이후 매년 반복(연간 470~480리터)됐으나 그동안의 정기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조사팀은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출된 방사성물질이 그동안은 원자력연구원 부지 내의 우수관과 10개의 맨홀을 거치는 1.5km 구간 토양에 흡착돼 연구원 바깥에서는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방출 사고 때는 10~11월 사이의 많은 강수량으로 인해 원자력연구원 부지 외부로 흘러나간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안위는 이번 사고로 방출된 세슘-137 등 방사성물질은 대부분 연구원내 우수관 표면, 맨홀 토사 등에 흡착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방사성물질이 전량 외부환경으로 방출됐다고 해도 30년간 누적 피폭선량이 일반인의 연간 피폭선량한도(1밀리시버트)의 3천700분의 1수준으로 미미하다고 밝혔다.

한편 원자력연구원은 이 날 원안위의 최종 조사 결과에 대해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원석 원자력연구원장은 "결과 전부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비록 확인된 방사선량이 인체와 환경에 영향이 없는 극미량이긴 하나, 누출이 있어서는 안 될 시설에서 누출이 발생한 사실만으로도 시민 여러분의 믿음을 저버리고 연구원의 신뢰를 깎는 일임을 통감"한다면서 "이번 방사성물질 누출로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자연증발시설의 종합안전 대책 뿐 아니라, 원안위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 전사적 관리체계, 설계기반 형상관리, 운영체계, 안전의식을 포함한 상세한 재발방지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여 보고하고, 이후 원안위의 모든 추가 조사와 안전규제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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