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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코리아 ②] 오프라인 시장 발길 '뚝'…거리는 '텅텅'


'철옹성' 백화점·면세점마저 휘청…호텔·자영업자 '고사 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유입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우리 일상은 대대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확산 공포는 당장 사람 간 접촉을 꺼리게 했다. 외출을 자제하기 시작하면서 거리에는 사람들이 사라졌고, 오프라인 매장에 넘쳐나던 인파는 뚝 끊겼다. 소비 주체인 사람들이 외출을 줄이면서 당장 소비 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집에서 모든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홈코노미시대의 개막은 신호탄인 셈이다. 이에 아이뉴스24에서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격변기를 맞고 있는 유통시장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다가왔다.

인적이 끊긴 거리에 '철옹성'처럼 여겨지던 백화점·면세점 업계마저 무너져 내렸고, 매출 대부분을 유동인구에 의존하는 소상공인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명품 업고 버티던 백화점, 코로나19 직격탄

4일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백화점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4% 감소했다. 해외 명품브랜드는 4.2%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지만, 여성캐주얼, 아동스포츠, 가정용품 등 전 부문의 매출이 줄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의 매출도 10.6% 줄었다.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의류 매출이 하락했고, 개학 연기로 인해 대표적 '신학기 특수' 품목인 잡화 및 가전·문화 항목이 판매 부진을 겪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고, 많은 이들이 몰리는 곳에 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아 벌어진 상황으로 읽혀진다. 실제 백화점과 대형마트 대비 적은 고객이 이용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편의점은 코로나19 확산 속 가정간편식(HMR) 매출 호조 등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2%, 7.8%의 매출 신장을 이뤘다.

코로나19는 명품 수요 속 성장을 이어가던 백화점 업계마저 멈추게 했다. [사진=롯데백화점 본점]
코로나19는 명품 수요 속 성장을 이어가던 백화점 업계마저 멈추게 했다. [사진=롯데백화점 본점]

업계는 명품 수요를 업고 불황을 모르던 백화점 업계가 휘청인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실제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의 든든한 '수문장' 역할을 하며 타격을 최소화하는데 일조한 바 있다.

이에 업계는 4월을 기점으로 미뤄왔던 정기 세일을 단행하며 소비 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다수 고객을 모으는 집객형 이벤트 대신 모바일 쿠폰 증정 등의 분산형 행사에 중점을 두고 세일을 진행하는 만큼, 매출 상승 폭도 이전 세일 대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에도 매년 큰 폭의 매출 상승을 이어오던 명품 매출마저 타격을 입어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상반기 전체 매출도 두 자릿 수 이상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세일도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이전처럼 적극 홍보하기 어려우며, 본격적 판촉 행사 등은 코로나19 사태가 정리된 후에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명타' 입은 면세·호텔업계, 줄도산 위기에 비용절감 집중

면세점 업계와 호텔업계는 백화점·대형마트 등보다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관광객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던 사업구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확산과 함께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업계의 지난달 매출은 1조1천억 원대로 2월 대비 46% 급감했다. 방문객 수도 월 20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업계는 단축근무, 무급 휴가 시행 등의 방책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전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 등의 지원책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1일에서야 대기업·중견기업 면세점의 임대료를 6개월 동안 20% 감면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면세/호텔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이 급감해 사상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면세/호텔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이 급감해 사상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정부 대처가 지연되는 가운데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SM면세점은 최근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했다. 매출 95%가 증발한 가운데 더는 투자를 이어갈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다소 늦었지만, 업계의 요청에 응답한 것은 감사한 부분"이라며 "하지만 매출 90% 이상이 줄어든 상황에 한정적으로나마 매출 연동형 임대료를 적용하거나, 추가 지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아쉬워했다.

호텔업계는 도산하는 기업까지 나타났다. 지난 1997년 설립돼 국내·외 리조트, 레지던스, 연수원 등을 운영하던 '에이치티씨(HTC)'는 지난 1일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앞선 지난 2월에는 종합숙박 예약 사이트 '호텔앤조이'를 운영하는 메이트아이가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대기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그랜드워커힐서울은 오는 22일까지 문을 닫고, 구성원 2부제 근무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달 임원 기본급 20% 삭감, 총지배인 등 리더 직책수당 반납 등의 조치에 이어, 이달부터는 전 직원 대상으로 평균임금 70%를 지급하는 유급 휴직을 단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비용절감 외에는 해결책이 딱히 없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견 이하 업체는 경영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사 위기 소상공인 "대출보다 임대료 인하 등 즉각적 지원 절실" 호소

매달의 매출이 생존과 직결돼 있는 소상공인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임대료 감면 등 즉각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원연구원이 지난 1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가구·외식·의류 등 24개 주요 골목상권 업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기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류점과 가구점이 각각 85%, 80%의 매출 감소율을 기록했으며 외식업도 65%의 매출 하락을 겪었다.

또 앞서 전국 소상공인 1천8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소상공인연합회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7.6%가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14개 시중은행 전국 영업점에서 소상공인 신용등급에 따라 최대 3천만 원을 5일 내 대출할 수 있도록 하고, 저신용 자영업자는 전국 소상공인진흥공단센터에서 즉시 1천만 원을 5년간 초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적극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대출 지원 등보다 임대료 인하 등의 실질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소상공인들은 대출 지원 등보다 임대료 인하 등의 실질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하지만 일선 소상공인에게서는 기존 대출금 등의 문제로 이 같은 지원책에 실효성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기관을 통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대출보다는 임대료 인하, 생계비 지원 등 '즉시 효과를 발휘하는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30일 공식 논평을 통해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별도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앞선 26일에는 참여연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차임감액청구권 행사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며 임대료 인하를 호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장기간 경기침체와 민생경제 위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절차를 뛰어넘는 전례 없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임대료 감면, 생계비 지원 등 즉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지원책 시행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처지의 소상공인에게는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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