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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금리 또 최고치…'무제한 자금공급' 안 먹힌다


CD와의 스프레드 11년래 최대…증권사 CP '뇌관'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면서 금융당국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어음(CP) 금리가 보름 가까이 급등하며 양도성예금증서(CD)와의 스프레드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벌어지는 등 시장의 뇌관이 되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최상인 A1 CP 91일물 금리는 전일 연 2.3%에 장을 마감하며 2014년 12월5일(2.24%) 이후 5년4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CP 금리는 한국은행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열어 기준금리를 연 0.75%로 전격 인하한 직후인 지난 17일부터 무려 1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이 기간 0.87%포인트 급등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조성우 기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조성우 기자]

CD 91일물은 7거래일 연속 1.10%를 이어갔지만 CP 금리가 연일 오르면서 이들 간 스프레드 또한 1.2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1월22일(1.27%포인트) 이후 11년2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이날 CP 금리는 오전 11시30분 고시 기준 전일 대비 0.04%포인트 내린 2.19%를 기록하고 있지만 AA- 회사채 3년물 금리(2.098%)를 앞지른 상황이다. 91일짜리 CP 금리가 3년짜리 회사채보다 높은 웃지 못할 상황인 것이다.

CP 금리가 이처럼 높아진 건 한마디로 기업 신용도에 빨간불이 켜졌단 뜻이다. 시중에 CP로 단기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은 넘쳐나는데 자금은 씨가 마르다 보니, 당장 돈이 급한 기업들이 너도나도 더 높은 금리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주요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운용하던 주가연계증권(ELS) 내 선물과 옵션매도 포지션에서 대규모 추가 증거금이 발생한 것은 단기자금시장 경색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지난달 증시 폭락 여파로 ELS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이 발생하면서 일부 증권사는 무려 1조원이 넘는 마진콜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모두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증권사들이다.

상황이 이렇자 증권사들까지 증거금 마련을 위해 CP시장으로 몰리면서 단기자금시장은 더욱 얼어붙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가 발행하는 CP 금리는 최근 3%대까지도 등장하고 있다"며 "업계에선 이 정도 수준에서라도 투자자를 만나면 다행이라고 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금융당국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이달 채권시장안정펀드 가동에 앞서 지난달 말 먼저 CP 2조원 어치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증권사가 보증한 CP는 매입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CP 매입규모도 2조원에는 훨씬 못 미쳤다.

한국은행은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이라는 특단의 대책에도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증권사에 직접 대출을 허용하겠단 얘기다. 그러나 시장은 이마저도 충분치 않다는 목소리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최근 금융당국의 지원책인 증권사 유동성 지원 5조원과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2조원 선매입 등에도 여전히 CP를 비롯한 단기자금시장 불안은 크다"며 "자금수요 규모에 비해 당국의 정책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아직 정책적인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CP부터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짚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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