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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낸 이성미·송은이·김숙, 새판짠 박나래·김지민·오나미…다큐멘터리 '개그우먼'


[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20세기를 버텨낸 개그우먼 이성미, 송은이, 김숙과 21세기를 이끄는 개그우먼 박나래, 김지민, 오나미가 들려주는 희극인실의 뒷이야기. 치열한 예능판에서 그녀들은 어떻게 살아남았고, 새로운 판을 짜고 있나?

18일 KBS 1TV '다큐 인사이트'에서는 개그우먼 6인의 솔직한 인터뷰와 KBS 창고에 잠든 과거 방송들이 담겨진 '다큐멘터리 개그우먼'이 방송된다. '다큐멘터리 개그우먼'은 1990년 KBS 코미디 대상을 김미화가 받은 이후, 2018년 KBS 연예대상으로 이영자가 다시 호명되기까지 28년이라는 긴 세월을 버텨왔고, 2019년 MBC 연예대상에 박나래가 다시 이름을 올리기까지의 개그우먼들의 대서사시를 돌아본다.

“박나래 씨가 대상을 받았을 땐, 그건 제가 받는 거랑 같은 거죠. 우리가 받는 거랑 똑같은 거죠.” “이제 좀 자리를 잡나’라는 생각이 들고요. 너무 오래 걸렸죠 사실은.” “이제는 우리가 걸어왔던 길에 대해서 회상하고, 한 번도 얘기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김숙, 이성미, 송은이가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다큐멘터리 개그우먼' [KBS 1TV]
'다큐멘터리 개그우먼' [KBS 1TV]

“당시 개그우먼들한테는 크게 기대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연기를 세게 하면 비호감이라고 그러니까 주된 역할을 맡기보다는 치고 빠진다고 하죠. 극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는 깔아주는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신인 시절 박나래를 기억하는 18년차 KBS 김상미 예능PD는 불과 10여 년 전 분위기를 이렇게 복기한다. 당시 개그우먼들이 코미디 무대의 주인공으로 서기 어려웠던 배경부터 '분장실의 강선생님' '패션넘버5' 등의 '여자코너'가 지닌 의미까지 하나하나 곱씹어본다.

“나래야, 나 네가 되게 좋거든. 너의 망나니 같은 모습이 되게 좋거든. 그러니까 지금처럼 쓰레기처럼 살아봐. 언젠가 시대가 받아주는 날이 올 거야. 시대가 변할 거야.” 김지민의 말이다.

직업인으로서의 개그우먼을 이야기 하고자 웃음기 쏙 빼고 진지하게 카메라 앞에 선 그녀들. 대사 하나 없이 병풍으로 섰던 신인 시절부터, 전설적인 코미디 무대들까지 그녀들의 성장사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송은이는 남다른 진행 역량을 발휘하며 90년대 황금기를 누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녀를 TV에서 보기 쉽지 않아졌다. 반항기 가득한 따귀소녀 캐릭터로 큰 인기를 누렸던 김숙 또한 마찬가지.

2000년대 중반, 리얼 버라이어티의 등장으로 주어진 롤을 어기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게 되면서 개그우먼들은 MC에서 패널로, 패널에서 게스트로 밀려나게 된다. 그마저도 육아가족 예능이 주축이 되는 2010년 초반에는 자식도 남편도 시어머니도 없는 미혼 개그우먼들은 설 자리를 아예 잃고 만다.

“시청자들이 원했던 것인지? 방송국에서 원했던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때 당시에는 남자들끼리 프로그램이 뜨니까 우리도 남자들끼리 해볼까 해볼까 하면서 남자들끼리 뭉쳐서 하는 프로그램들이 꽤 많아졌어요. 그러다보니 개그우먼들이 필요 없어지는 지경까지 간 거죠.“ 이성미의 말이다.

송은이 역시 “20년 넘게 선택을 받아왔고, 누군가로부터 부름을 받아서 방송을 해왔는데 부름을 받지 못하면 나는 의미가 없는 존재가 되는 건가? 방송을 할 수 없는건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들은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았다. 과거 비호감 소리를 들어야만 했던 박나래는 19금 개그의 선두주자로 대한민국 예능의 대표로 자리매김했고, 방송국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송은이와 김숙은 콘텐츠 제작사를 만들고 방송국 밖,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

“시대를 잘 만나서, 시대가 바뀌어서 아주 물을 만났다라는 게 너무너무 좋은 칭찬이기는 하지만 그걸 개그우먼들이 계속 얘기함으로서 시대가 바뀌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김숙의 말이다.

선택받지 못하고 밀려났을 때 비로소 자신들의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낸 개그우먼들은 오늘도 동료들의 손을 잡고 무대에 오르고 있다.

조연이 아닌 주인공으로 우뚝 서게 된 개그우먼들의 이야기는 18일 목요일 밤 10시 KBS 1TV 다큐 인사이트의 '다큐멘터리 개그우먼'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정상호 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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