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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 아들이 팔순 부모님의 삶을 기록하다…'KBS 다큐세상' 자서전(子敍傳)


[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필부필부(匹夫匹婦).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아온 남자와 여자. 그러나 자식에게 있어 세상 어떤 위인이 이들보다 위대했으랴.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낸 보통의 삶을 그들의 자식이 전기문으로 기록한다.

◆ 자서전(自敍傳) 말고 자서전(子敍傳)-부모님을 기록하다

유명 정치가들, 기업가들,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들, 심지어는 연예인들까지도 이것을 쓴다. 스스로 인생을 회고하여 기록하는 ‘자서전(自敍傳)’. 내로라하는 사람들이야 스스로 쓰지 않아도 세상이 나서서 기록해주겠지만 평범하디 평범한 내 부모님, 그분들의 삶은 누가 기록해주지?

‘소설로 쓰면 수십 권은 될 거야’라고 말씀 하시지만 일기장 한 권도 제대로 적지 못하신 우리들의 부모님, 세상을 구한 위인은 아니었으나 어떤 영웅보다 더 위대한 힘으로 자식을 키워내신 분들.

누구도 기록해주지 않을 그분들의 삶을, 그분들의 가장 큰 업적인 자식이, 직접 듣고 서술해보는 건 어떨까? 그리하여 기록으로 남겨보자. 자서전 (自敍傳)아닌 자서전(子敍傳)이라는 이름으로.

'KBS 다큐세상'  [KBS 1TV]
'KBS 다큐세상' [KBS 1TV]

김시정(87세). 경북 안동시 임하면 출생. 이번 자서전을 쓰는 아들 김기수씨의 어머니다. 김연환 (86세). 김시정 여사의 남편, 경북 영양군 모싯골 출신. 이번 자서전의 기록자 김기수씨의 아버지다.

그분들의 막내아들 김기수씨, 나이 50, 인생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문득 연로하신 부모님이 보였다. 저 분들이 나의 곁에 머물러 주실 날은 앞으로 얼마나 될까? 저분들이 가시고 나면 나는 어떻게 저분들의 음성을 되살리고 저분들의 웃는 얼굴을 보게 될 것인가? 사무치는 마음으로 기록을 시작했다. 내 부모님의 일상을.

◆ 임하마을에 살던 소녀 정이, 모싯골 살던 소년 연환

자식의 입장에서야 태어날 때부터 이미 자신의 부모였던 분들.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며 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분들. 그러나 그분들이 처음부터 누군가의 부모가 되기 위해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식이 알고 있는 어머니로서의 김시정, 아버지로서의 김연환, 그 모습 말고, 인간 김시정, 인간 김연환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어떤 유년을 보내고 어떤 청년기를 거쳐 나의 부모가 됐을까? 부모님의 일대기를 기록하던 김기수씨, 부모님의 유년의 모습을 찾아 부모님의 고향으로 떠난다.

◆ 명륜동-부모님의 고생이 키워낸 자식들의 따스한 기억

구슬치기 하고 딱지치기 하고 좁은 골목길이 운동장같이 넓게 여겨지던 곳. 자식들에게 서울 명륜동은 그리움 가득한 따스한 동네다. 그러나 빈손으로 상경해 자식 넷을 키워야 했던 부모님에게도 계단 위 산동네가 낭만 가득한 동네였을까? 수돗물이 안 나와 물동이를 이고 스물두 계단을 오르내렸다는 어머니. 새벽에 출근하고 한밤에 퇴근해 자식들 자라는 모습을 볼 새가 없었다는 아버지. 크고 강하게만 보였던 그 시절의 부모님은 정말 그렇게 굳건한 사람들이었을까? 가난 속에서 어린 자식들을 키워야 했던 그 시절 부모님의 절박했을 심정을 나이 50을 넘어선 자식들이 되짚어본다.

◆ 남은 기회는 몇 번이나 될까

명륜동 마당 있는 집에서 경기도의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어머니는 장독대를 챙겨오셨다. 예전 같으면 구닥다리 물건 왜 갖고 오냐 핀잔을 했겠지만 자식들은 이제 안다 저 장독대가 보물이라는 것을. 어떤 유명 식당, 어떤 유명 요리사가 저 맛을 재연해줄 것인가. 오직 가족들만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맛.

언제나 생각했었다. 된장만은, 간장만은, 고추장만은, 꼭 어머니 것을 전수받으리라. 그러나 이집 큰딸 정미씨, 60이 되도록 아직 어머니의 장 담그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내년에, 내년에, 그리고 또 내년에. 자꾸 미루다 보니 어느새 어머니 연세 여든일곱. 올해도 미루면 내년에 기회가 또 올까?

이집 막내 기수씨 일을 벌였다. 내년이 아닌 올해, 어머니의 고추장 담는 법을 전수 받기로. 올해 기록하고, 내년에 또 기록하면 된다. 오늘 부모님과 밥을 먹고 내일 또 부모님과 밥을 먹으면 된다. 찾아뵐 수 있을 때 한번이라도 더, 함께 할 수 있을 때 한 끼라도 더 부모님과 함께 하기로.

그리하여 시작된 부모님에 대한 기록. 한 권의 책으로, 몇 편의 영상으로 완성을 해가고 있다.

'KBS 다큐세상'은 26일 밤 11시 4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정상호 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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