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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K-배터리' 동맹의 간과(看過)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로마의 노예검투사 스파르타쿠스(Spartacus), 대항해시대 멕시코를 정복한 에스파냐의 에르난 코르테스(Hernán Cortés), 일본 근세 봉건제 사회를 확립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훈족의 왕 아틸라(Attila), 십자군 원정을 떠났던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 1세(Richard Ⅰ). 이들의 공통점은 최하층의 노예검투사부터 국가를 지배한 쇼군이자 황제까지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들이다.

승자가 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굴복시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 인물들이다. 영국 BBC가 방영한 6부작 다큐드라마 전사들(Warriors)을 영국의 역사학자 프랭크 맥린(Frank McLynn)이 글로 엮은 책 '전사들(이기는 기술)'에 나온 인물평이다.

비즈니스 역시 전쟁만큼이나 냉혹한 싸움터이다. 더욱이 과도기적 시대변화에서는 각자도생(各自圖生·스스로 살길을 찾는다)의 성향이 뚜렷해진다. 반세계화 쓰나미가 몰아치고 미·중 무역분쟁 고조 그리고 일본 경제보복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공황급 글로벌 경기침체에 직면한 지금에서는 더 그렇다.

이 같은 맥락에서 'K-배터리 동맹'에서도 간과(看過)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회동하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K-배터리 동맹의 상징성은 크다. 이는 자동차산업이 전기차로 전환되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0%이상을 차지하고, 전기차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소재이다. 지난해 약 220만대가 판매된 전기차는 2025년이면 1천2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시장도 약 180조원으로 커질 예정이다. 2025년 약 170조원으로 예상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보다 큰 규모이다. 전기차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들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업체 간 전략적 동맹을 넘어 국내 배터리업체 간 공동사업을 의미하는 팀코리아, 배터리 동맹 등과 같은 다소 이벤트적인 표현들이 나오고 있는 점에서는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 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배터리 업체들이 자사의 핵심 기술을 같은 기업이라는 이유로 공유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쟁터에서 싸우는 비정한 비즈니스세계에서 현실성이 없는 생각이라는 반응도 있다.

21세기에서 각 기업의 지적재산권은 그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코카콜라가 지금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남아있는 것은 레시피를 130년 이상 영업비밀로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도 결국 지재권 보호가 핵심이다.

차기 먹거리이자 글로벌 패권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배터리의 경우 별반 다르지 않다. 배터리는 제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순서를 역으로 추적하고 분석함으로써 제품의 제조 과정과 성능을 파악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이 안되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배터리의 핵심인 전극을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한 소재 기술과 배합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제품을 뜯어본다고 따라할 수 없다. 그래서 배터리 업체들은 외부에서 알아내기 어려운 핵심적인 기술은 영업비밀로 관리하고 이를 제외한 기술을 특허출원하는 블랙박스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전 사례를 보면 정부 주도의 공동연구도 지지부진하다. 실제로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배터리 회사들을 모아 놓고 참여하게 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 펀드는 진척이 없다. 일본이 정부 주도로 진행한 프로젝트들도 같은 이유로 추정된다. 2008년 일본 정부와 민간이 1조엔(약 11조4000억원)을 쏟아부은 여객기 국산화 사업 '스페이스제트'는 현재 실패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뿐 아니다. 당장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 각국 경쟁당국이 담합으로 몰아세울만한 빌미를 제공할 소지도 있다. 실제 전문가들은 "배터리 시장의 주요 고객인 미국과 EU의 경우 경쟁사간 정보교환행위를 담합으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 간 회동만 하더라도 그 내용을 불문하고 그 자체로 담함으로 오인될 위험성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들이 다른 걱정없이 마음껏 연구개발하고, 사업을 벌여나갈 수 있는 공정한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비즈니스에 있어 실현 불가능한 감정적인 접근과 근거없는 국익 논리로 간섭하는 것은 기업들의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한 번 곱씹어 보자.

양창균 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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