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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되는 사업 다 접어라'…칼 빼든 신동빈, 꼬인 실타래 풀까


생존전략 찾기 안간힘…수술대 오른 롯데쇼핑 국내외 사업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함께 하는 '위드 코로나'가 내년 말까지는 계속될 것 같다. 우리가 해왔던 사업의 경쟁력이 어떠한지 재확인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진행된 '2020 하반기 롯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할 것을 당부한 말이다.

신 회장의 발언 곳곳에서 사업 전반에 대한 위기감이 묻어났다. 1998년 IMF, 2008년 리먼 쇼크는 1~2년 잘 견디면 회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간의 사업전략을 돌아봐야 한다는 게 신 회장의 발언 골자다.

실제 최근 롯데쇼핑은 장기간 이어진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서는 등 구조조정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신 회장이 조직 대수술의 칼을 댄 배경이기도 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일 롯데백화점이 해외 첫 점포를 오픈한지 13년을 맞는다.

지난 2007년 9월 1일 러시아 모스크바점을 시작으로 중국 베이징점, 중국 톈진점, 베트남 하노이점 등을 오픈하며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도약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해외 진출로 한국 백화점의 경쟁력과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겠다는 포부였다.

오는 2일 롯데백화점이 해외 첫 점포를 오픈한지 13년을 맞는다.  [롯데지주]
오는 2일 롯데백화점이 해외 첫 점포를 오픈한지 13년을 맞는다. [롯데지주]

하지만 롯데쇼핑이 러시아 사업을 정리하면서 해외 사업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등 국내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에 대한 본격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러시아 롯데쇼핑 루스(LOTTE SHOPPING RUS) 법인 청산을 의결했다. 롯데백화점 1호 해외 매장이자, 국내 백화점의 해외 진출 첫 사례로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영업 부진에 시달렸다.

아울러 롯데쇼핑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온라인쇼핑 사업도 정리하고 있다. 지난 1월 베트남 온라인쇼핑몰 롯데닷브이엔은 운영을 종료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살림그룹과 합작 설립한 인도 롯데 막무르의 지분을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런 구조조정의 배경은 해외 사업에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과감히 접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신 회장이 외형보다 수익성 확보로 방향을 확실하게 틀었다는 방증인 셈이다.

고전하던 중국 사업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롯데쇼핑의 톈진 법인을 청산했다. 톈진에 2개 점포를 운영하던 롯데쇼핑은 중국의 사드 보복 영향으로 두 곳의 운영을 모두 접었다. 현재 중국에서 운영 중인 롯데백화점은 쓰촨성 청두점 한 곳만 남았다.

쓴맛을 본 해외 사업으로 롯데쇼핑의 실적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2분기 롯데백화점 해외 매출은 140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2.7% 감소했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해외에서 290억 원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7% 감소했다.

신 회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존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그는 투자도 리쇼어링(국내복귀)하고 있다면서 그간의 사업전략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대규모 해외 신규투자를 사실상 중단하고 국내 점포 구조조정 속도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오프라인 매장도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e커머스 등 온라인 채널로 소비 패턴이 이동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행보로 읽힌다. 실제 지난 2월 신 회장은 3~5년 내 롯데쇼핑의 전체 점포 중 약 30%인 200개 점포를 정리하는 등 창사 이래 첫 구조조정을 발표한 바 있다. 수익성 중심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 회장은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 배경으로 소비 침체의 장기화와 인터넷 쇼핑몰과의 치열한 경쟁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는 "기존의 경영 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실(實) 점포에서의 성공체험을 모두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지향점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신 회장은 구조조정과 함께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통합 쇼핑몰인 '롯데온'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온은 현재 7개 계열사의 쇼핑몰을 한 곳에 묶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네이버, 쿠팡 등 신흥 디지털 유통 강자들의 위협 속에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유통, 물류, 화학, 식음료 등 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빅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게 신 회장의 비전이다.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롯데의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장기간 이어진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서는 등 최근 구조조정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며 "해외 유통 부문에서 수익성 위주로 사업 재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앞서 신동빈 회장이 연말을 목표로 진행하겠다고 강하게 말한 만큼 구조조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하고 있는 롯데쇼핑 입장에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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