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주주 양도세 요건’ 또 개미 손 들어줄까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불공정의 대명사로 꼽히는 공매도가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추가로 금지됐다.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동학개미’의 공매도 금지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미들이 안심하긴 아직 이르다. 바로 대주주 양도세 요건 강화라는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종전 코스피 25억원, 코스닥 20억원 이상이었던 대주주 요건은 2018년 15억원, 올해 10억원으로 낮아졌으며 내년부터는 3억원으로 뚝 떨어진다.

올해 말 기준으로 단일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했다면 내년 4월 이후 매도시 수익의 최대 33%를 세금으로 토해내야 한다. 본인 뿐 아니라 조부모와 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주식까지 합산한 금액이다.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대주주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한 개인들의 대량매물이 쏟아지고 증시도 크게 출렁거리는 양상이 되풀이 됐다. 11~12월 두달간 코스피와 코스닥에서의 개인투자자 매매동향을 보면 2016년에는 2조3천808억원, 2017년에는 6조4천763억원, 2018년에는 6천761억원, 작년 3조3천927억원을 각각 내다팔았다.

개인들은 연초가 되면 연말에 팔았던 주식을 다시 매수하는 매매행태를 보이는데, 기관은 이를 역이용해 연말에 주식을 대거 샀다가 연초에는 팔아치우는 패턴이 이어졌다.

대주주 요건이 3억원으로 대폭 하향됨에 따라 올 연말에는 예년보다 양도세 회피 물량이 몇 배 많이 쏟아질 공산이 크다. 과거에는 투자자산이 10억원을 넘는 큰손에게만 해당되는 그들만의 리그였으나 3억원으로 낮아질 경우 웬만한 개미들도 피할 수 없는 이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주식 3억원 어치 가진 주주를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 지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55조2천억원인데 3억원의 지분율은 겨우 0.000084%에 불과하다.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시총 14조8천876억원)도 3억원이면 지분율은 0.002%다.

소득이 있는 곳에 당연히 세금이 따라야 하지만 이 쥐꼬리 만한 지분율이 대주주인가? 개미일 뿐이다. 대주주로서 회사 경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찬밥 신세를 당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세금을 내는 마당에 대주주로 불러줄 테니 기분이라도 좋으라는 뜻인 지 궁금하다.

현재 개인투자자들은 증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개인은 올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44조원, 코스닥시장에서 12조5천억원을 순매수 했다. 양 시장에서 산 금액이 무려 56조5천억원이다. 외국인이 29조1천억원, 기관이 27조원을 팔아치운 빈자리를 메꿨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쑥대밭이 됐던 증시를 코로나19가 터지기 전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이로 인해 개인들의 매매비중도 급격하게 높아졌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개인 매매비중이 작년에는 50%를 밑돌았으나 지난 7월 이후에는 70%를 상회하고 있다. 코스닥에서는 작년 80%대 중반에서 현재 90%를 넘어섰다.

올해 개인들이 증시에서 순매수한 금액이 56조원에 달하는 상태에서 양도세와 관련된 매물이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작년 말 해당 대주주 수가 2만명이었는데 요건이 강화되는 올해 말에는 10만명으로 5배 늘어난다는 분석이 있다. 금액으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이는 주가에 찬물을 끼얹는, 공매도보다 훨씬 부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개미들로선 공매도라는 여우를 겨우 피했는데 대주주 양도세 회피 매물이라는 호랑이와 맞딱뜨리게 된 꼴이다.

이에 따라 대주주 요건을 낮추지 말고 현재와 같이 유지해 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현행 10억원을 그대로 뒀다가 3년 후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으로 바로 넘어가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2023년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과 손실을 합산해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된다. 연간 5천만원 넘게 벌 경우 5천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양도차익에 대해 20~25%의 세금을 매긴다. 모든 개인투자자들이 투자금액과 상관없이 수익에 대해 과세의무를 지게 된다. 1천만원을 투자해 5천만원 넘게 수익을 냈다면 높은 세율의 세금을 내야 한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주주 양도세와 맞물려 증시 변동성이 커질까 투자자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주주 양도세 요건이 어떻게 될까. 공매도 금지에 이어 개미들의 요구가 다시 한번 받아들여질까. 관건은 증시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이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현재 증시의 주가수익비율은 28배를 넘어섰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상장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실물경기는 죽 쑤고 있는데 증시만 활황이다. 이에 따라 거품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증시를 진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예정대로 3억원으로 낮출 것이다. 주식매수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60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물량이 출회되더라도 또 다른 개인이 이를 소화해 낼 거라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자금이 증시에서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증시에서 이탈한 돈이 옮겨갈 곳은 부동산 뿐이다. 자고 나면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스무 번 넘게 대책을 쏟아낸 현 정부로서는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정부 당국은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을 헤집고 다니기 보다는 자본시장으로 유입되기를 원할 것이다. 이는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 실물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다. 자금은 되도록 증시에 붙잡아 두는 게 낫다.

/문병언 시장경제부 부장·부국장 moonnur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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