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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미래유산] 유석호 림스치킨 회장 "처음으로 조각닭을 소개했죠"


국내 첫 치킨프랜차이즈 '림스치킨'…"추억 공유하는 장소로 남았으면"

아이뉴스24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글쓰는 요리사’ 박찬일 셰프와 손잡고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노포(老鋪)’들을 찾아 '미각도 문화다, 감수성도 유산이다'를 주제로 음식점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추진합니다. 서울시 미래유산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는 이번 작업은 기존의 단순한 자료 수집 방식에서 벗어나 박찬일 셰프의 인터뷰, 음식 문헌연구가인 고영 작가의 고증작업 등을 통해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2대, 3대를 이어 온 음식이 만들어진 배경과 이를 지켜오고 있는 사람들, 100년 후 미래세대에게 전해줄 우리의 보물 이야기가 '맛있게' 펼쳐집니다. <편집자 주>
유석호 림스치킨 회장은 "큰 이익 보다는 인연이 오래 이어지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유석호 림스치킨 회장은 "큰 이익 보다는 인연이 오래 이어지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처음 문을 열 때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라는 이름이었어요. 명동 영양센터 전기구이 통닭만 있던 시장에 처음으로 조각닭을 소개했죠. 이후 KFC가 국내에 들어올 것 같아서 림스치킨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하하."

지난 7월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림스치킨 혜화점'에서 만난 유석호 림스치킨 회장은 매장을 열던 40여년 전을 회상하며 너털웃음과 함께 이같이 말했다.

이어 "림스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은 대부분 단골 손님들이 가게를 내면서 시작됐다"며 "큰 이익을 못 보더라도 이 같은 인연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림스치킨은 분명 지금은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유명 프랜차이즈들 모두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이름이기도 하다. 바로 '최초의 프랜차이즈'라는 이유에서다.

림스치킨은 1977년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1.5평짜리 가게에서 시작됐다. 유 회장은 당시 개념조차 생소하던 '조각닭', '후라이드 치킨'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초반 적응 기간을 거치자 소비자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했고, 유 회장 내외는 열악한 매장 환경 탓에 집에서 튀긴 닭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매장으로 실어날랐다.

유 회장은 "처음에 닭을 튀겨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에는 프라이어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다"며 "세운상가에서 중고 프라이어를 구입해 닭을 튀겼고, 그래도 장사가 잘 돼 차를 사게 된 이후로는 시간 가는 줄 못하고 일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유 회장 내외(사진)가 사업을 시작했을 적을 회상하면서 웃음짓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유 회장 내외(사진)가 사업을 시작했을 적을 회상하면서 웃음짓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림스치킨이 프랜차이즈로 변신한 것은 일부 단골 손님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이들은 림스치킨의 '파우더'를 받아 자신들이 닭을 튀겨 팔아보고 싶다며 유 회장에게 요청했다. 유 회장은 이를 받아들였고, 그렇게 대한민국 치킨 프랜차이즈의 역사가 시작됐다.

다만 처음부터 '프랜차이즈' 다운 모습은 아니었다. 유 회장은 파우더만을 제공했고, 각 지점마다 육계나 사이드 메뉴 등은 자율적으로 공급받고 만들었다. 가맹점주들이 유 회장과 친분으로 맻어진 사이였던 만큼, 중앙 집권적인 통제도 사실상 어려웠다.

하지만 그 시절 생소했던 프라이드 치킨에 대한 열광은 어느 지역에나 똑같았다. 수 년이 지나고, 유 회장은 1982년 남양주에 공장을 열며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유 회장은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이해도 없었고, 파우더도 직접 먹어보면서 만들었다"며 "단골 손님들이 파우더를 달라고 하는데 안 주기도 어려웠고, 그렇게 가게를 늘려 나가다 보니 프랜차이즈 업체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유 회장은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림스치킨은 한때 전국에 430개 매장을 운영하고, 해외에도 지사를 운영했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의 화두인 '글로벌화'를 수십년 전에 실현시켰던 셈이다. 하지만 림스치킨의 성공에 수많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이들은 자극적인 맛을 앞세워 시장을 적극적으로 잠식해 나갔고, 현재 림스치킨은 과거에 비해 다소 적은 80개 매장만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유 회장은 이 같은 사업적 축소에 대해 욕심을 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림스치킨은 직영사업도 별도로 운영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유 회장은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사람'이라며 사람을 잃지 않고 오랫동안 림스치킨이 이어지기만 한다면 된다며 웃었다.

유 회장은 "처음에 사업을 키울 때는 경쟁자가 없었으니 빠르게 컸던 것이고, 지금도 매장 수는 줄었지만 림스치킨은 프랜차이즈로 존재하고 있다"며 "다른 브랜드와 달리 림스치킨에는 오래된 가게가 많은데, 이들과의 인연을 이어가며 오랫동안 림스치킨이 유지되기만 한다면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에서 아들로, 손자로 모든 세대가 이어가면서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림스치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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