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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D-1]트럼프의 재선 음모 ‘붉은 신기루’ 작전


개표 초반 앞설 경우 개표 완료 전 ‘승리’ 선언…2000년 부시의 작전 '카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붉은 신기루' 작전으로 재선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뷴 콘텐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붉은 신기루' 작전으로 재선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뷴 콘텐트]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3일(미국 현지 시각)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일찍부터 우편함 분실, 선거 소송, 지역적 무장봉기 가능성 등으로 역대 어느 대통령 선거보다 혼란스럽다.

그 가운데 미국 국민들은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한 가지의 가설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 가설은 도널드 트럼프가 이미 떠벌이기 시작한 것인데, 선거 관리 공무원들은 이에 대한 국민들의 양해와 경각심을 높여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실을 보도한 영국 신문 가디언에 따르면 ‘붉은 신기루’(Red Mirage)라고 이름 붙은 그 가설은 만약 트럼프가 투표 당일인 3일(미국 시각) 저녁 개표가 시작되고 초반에 바이든을 앞서는 개표 결과가 나오면 개표 완료 전에 승리를 선언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투표 결과가 트럼프 리드를 뒤집고 바이든 우세로 나오면 개표 조작으로 몰면서 트럼프의 승리를 역설하며 대대적인 선전전을 펼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승리 선언은 보수 언론인 폭스 뉴스 TV를 비롯, 공화당 실력자들에 의해 미국 전역에서 울려 퍼질 것이다. 그리고 최종 개표 결과가 바이든 승리로 밝혀질 경우 진정한 선거 결과는 거짓 정보와 혼란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다.

◇성공한 아들 부시의 ‘붉은 신기루’ 작전

‘붉은 신기루’는 공화당이 지난 2000년 성공을 맛보았던 작전이다. 당시 공화당 후보 아들 부시는 민주당의 알 고어 후보와 맞붙었다. 개표 결과 경합 주인 플로리다에서 부시 후보가 불과 537표 차로 승리했다.

플로리다주는 당시에도 팁핑 포인트 역할을 했는데, 당시 플로리다를 제외한 주에서의 선거인단 확보 수는 부시가 246명, 고어가 255명이었다.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은 부시가 24명, 고어가 15명이었는데, 플로리다의 선거인단 수는 25명이었다. 따라서 플로리다의 개표 결과가 당락을 좌우했고, 결과는 너무 근소하게 부시의 승리로 나왔다.

트럼프의 '붉은 신기루' 작전에 관한 소문이 안개처럼 미국 구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유튜브]
트럼프의 '붉은 신기루' 작전에 관한 소문이 안개처럼 미국 구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유튜브]

그러자 고어 후보는 재검표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재검표에 들어갔다. 이미 너무 민감한 승부처여서 투표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난 12월 초까지도 검표, 재검표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국 대법원은 7대 2로 재검표 중단을 명령했다. 당시 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재검표 중단 반대표를 던진 판사는 스티븐스와 최근 사망해 보수의 에이미 버렛으로 충원된 진보주의자의 기수 루스 긴스버그 등 2명이었다.

이와 동시에 당시 선거 방송 책임자였던 폭스 뉴스의 앵커는 대법원 결정이 있기 전에 미리 ‘부시의 승리’라는 타이틀로 긴급 뉴스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 앵커는 부시 가문의 먼 친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의 치밀한 작전 의지가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정국이 혼란으로 빠져들자 고어 후보는 미국의 안정을 위해서라며 선거 결과 승복을 선언하면서 사태는 수습됐고, 공화당의 ‘붉은 신기루’ 작전은 성공해 8년 동안 집권했다.

이때 8년 동안은 9·11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후에 밝혀진 이라크의 침공, 그리고 부통령 딕 체니가 회장으로 있던 핼리버튼의 전쟁 군수 물자 독점 공급, 이라크 석유 자원의 독점 등의 더러운 전쟁이 계속됐다. 자세한 것은 미국 영화 ‘바이스’에도 잘 묘사돼 있다.

◇'슈퍼 악마' 작전

한편 오바마 행정부의 주택 장관 출신 줄리안 카스트로는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지난주 국민들에게 보낸 연설에서 “슈퍼 악마 같이 들린다. 그리고 안개처럼 서서히 퍼지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선거 관련 고위 관계자들도 ‘붉은 신기루’ 작전의 실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팬실베니아주의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에서의 개표가 여러 날 동안 지연될 가능성이 높고, 펜실베이니아주에서의 승리가 바이든에게는 절실하기 때문이다. 선거 판세 분석가들은 펜실베이니아에서의 승리가 당선을 가를 티핑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붉은 신기루’와 관련 트럼프는 일찍부터 복선을 깔아 놓았다. 지난 9월 첫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는 “필라델피아에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수만 명의 표가 조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펜실베이니아 주민들에게 투표소를 잘 지켜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 선거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투표 사기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루스 긴스버그 대법관이 사망하자, 대통령 선거 이후에 빈자리를 채우자는 압도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에이미 버렛을 후임 대법원 판사로 지명하고 보수 6대 진보 3이라는 유리한 조합을 만들어 놓았다. 어쩌면 ‘붉은 신기루’를 염두에 둔 포석인지도 모른다.

◇현실이 되면 '재앙'

펜실베이니아 관리들과 사회 활동가들은 ‘붉은 신기루’에 대한 해결책이 작전 내용만큼이나 간단하다고 주장한다. 유권자들이 필라델피아의 경우 3일 밤 투표 결과를 발표할 수 없으며, 그 후 며칠 안에 발표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펜데믹이 가져온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우편 투표 결과가 모두 나오려면 며칠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선거 관계자들이 진실로 우려하는 것은 ‘붉은 신기루’가 단순한 작전 시나리오가 아니라 현실이 되는 상황이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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