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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석열' 띄우더니··· "이제야 아차!" 싶었나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치 관련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 이유로 "정치적 중립을 엄정히 지켜야 할 자리에 있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총장은 그 자체로 막강한 권력기관인 검찰의 수장이기도 하지만, 일단 고위공직자다.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정치적 중립은 공직자로서 당연하다. 다른 정부부처, 산하기관 고위공직자들만이 아니라 7~9급 말단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런 당연한 얘기를 왜 이제서야 꺼냈을까.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한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는 21대 국회 첫 국감의 하이라이트였다. 여당은 물론 야당의 현 정국에 대한 태도가 그대로 드러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그날의 주인공은 누가 보든 '윤석열'이다. 윤석열 총장은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더불어민주당을 경악시켰다. 그런 모습을 두고 국민의힘은 환호했다. 그 환호가 문제였다.

그날 이후 국민의힘 인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랬다. "애송이들(민주당 의원들)이 백전불굴의 장군을 모욕했다"(김웅), "답답하고 지친 국민들에 새로운 기대와 영감을 줬다"(정진석), "대선후보로서 잠재력을 보였다"(박형준), "추미애 장관, 윤석열 총장과 '대질국감' 해야"(김도읍) ···

애시당초 윤석열 총장의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하고 생각해볼 것"이라는 정계진출 가능성 시사 발언을 이끌어낸 쪽도 국민의힘이다. 그뿐인가. 대검찰청 앞에 널린 수백개의 보수단체 응원화환들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국민의힘 소속 서초구청장이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한 가운데 일부 국민의힘 인사는 SNS를 통해 오히려 옹호했다.

22일 그 대검 국감 이후 윤석열 총장에 대한 정치적 주목도는 더 높아졌다. 이후 여론조사 결과들에서 윤석열 총장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는 크게 오르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의 격차를 더 좁혔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정말 골치아픈 일은 당 소속 차기 후보들이다. 가뜩이나 낮은 한자릿수 지지율은 더 낮아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물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일단, 현재로선 당 바깥 인사들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황교안 전 대표. 가뜩이나 원외인사인 이들 발언이 최근 주목받은 경우는 드물다. 오세훈, 유승민, 원희룡의 경우 최근 대선출마를 선언한 사실조차 잊혀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장관은 물론 여당과 치열하게 맞붙는 이유는 검찰의 조직, 영향력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일 것이다. 수십년을 검찰에 몸담은 '선배 검사'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야권' 후보로 언급될지언정 그가 과연 국민의당에 입당하기나 할지 아무도 모른다. 오히려 윤석열 총장은 '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팀장으로서 박근혜 정권 몰락의 일등공신이다.

어느 순간부터 국민의힘이 전략적으로 여론을 이끌어가기보다, 편승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프로골프대회 출전 선수가 샷을 날릴 생각은 않고 갤러리들 틈에서 상대 선수 비웃기에 골몰한다. 국민의힘 당대표 회의실에는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 두 명을 포함하면 그들은 반세기를 집권했다. 민주화 이후 한국 보수를 대표하던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시절의 국민의힘은 막강했다. 지금은 정당으로서, 의석수보다도 더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것 같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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