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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SG 펀드가 이름값 하려면?


사회책임투자 대세…신뢰성·투명성에 물음표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ESG 투자가 대세다. 기존에는 재무적 성과를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했다면, 이젠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를 키워드로 기업의 '사회책임투자'와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비재무적 요소를 두루 평가요소에 포함하는 것이 '뉴노멀'로 자리잡았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인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은 올해 초 최고경영자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지속가능성'과 '기후변화'를 포트폴리오 구성에 필수적으로 반영하고, 지속가능성 관련 공시에 소홀하고 ESG 성과가 부진한 기업들의 경우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치며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모건스탠리가 전세계 기관투자자 11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기관의 80%가 ESG 투자를 실행하고 있으며, 15%는 앞으로 ESG 투자 도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도 2년 안에 ESG를 반영한 자산을 전체 자산의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도 앞다퉈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더 이상 ESG 요소를 고려하지 않으면 투자유치는 물론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세계적으로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최근 ESG 관련 펀드를 활발히 출시하고 있다. 국내 ESG펀드는 2020년 7월 기준으로 16개 자산운용사, 순자산 총 4천168억원(7월 기준) 규모로 국내주식형 공모펀드의 1% 수준으로 아직 규모가 미미하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연평균 47%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최근 코로나19와 정부의 그린뉴딜 기조 속에 환경과 사회 이슈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 국내 ESG 펀드 시장도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SG 투자가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ESG 펀드의 신뢰성과 투명성에 대해서는 꾸준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SG 펀드로 분류돼 판매되고 있는 펀드의 상당수가 운용 스타일이나 종목 구성에 있어 기존 주식형 펀드와 크게 차별화 되지 못하고 있어 투자자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ESG 펀드의 현황 및 특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ESG 펀드들은 투자설명서에 "ESG 요인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고 투자전략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ESG 원칙에 따라 종목을 선별하는지,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의 ESG 준수 현황은 어떠한지, 투자대상의 ESG 수준을 측정하는 데 사용된 방법론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설명한 경우는 매우 드문 게 현실이다.

ESG 펀드라고 하지만 투자설명서에 공개되는 정보만으로는 투자자 스스로 펀드의 ESG 수준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린워싱(greenwashing)과 같이 실제로는 ESG 투자원칙에 따라 운용되지 않음에도 ESG 투자를 하는 것처럼 표방하는 상품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대안으로 펀드의 ESG 수준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를 선정해 투자설명서 상에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현재 국내 ESG 펀드의 투자설명서는 일반펀드와 같은 표준화된 양식을 따르기 때문에 ESG 펀드의 차별성을 드러내고 투자자들이 질적 차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정 요건을 갖춘 펀드들에 대해 ESG 펀드로 인증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며 "그에 더해 ESG 펀드로 인증된 펀드에 세제감면 등 혜택을 제공한다면 ESG 투자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일 수 있고, 침체된 공모펀드시장 활성화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SG 펀드가 정말 이름값을 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펀드와 선명히 구별되는 표준화된 기준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김종성 기자 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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