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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街 2·3세가 뛴다] 삼성도 반한 유한양행의 소유·경영 분리모델


1969년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100년 기업 도약 발판 마련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신념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유독 강하다. 유난히 전문경영인이 드물고 2~4세로의 경영 승계가 활발해서다. 최근 분위기는 더 심화하는 분위기다. 제약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맨손으로 오늘날의 제약업계를 일군 창업 1세대 퇴진과 함께 그 자녀들이 대거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뉴스24에서는 [제약街 2·3세가 뛴다]는 기획을 통해 젊은 경영인의 뒤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가 더 윤택해지게 하고,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던진 말이다. 삼성그룹이 4세 경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공식화한 셈이다. 경영권 관련해 더 이상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반세기를 넘어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유한양행이 재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된다.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전 회장이 지난 1969년 물러난 이후 현재까지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는 지난 1978년 공채로 입사해 영업·유통·마케팅·경영관리 부서를 거쳐 2015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한양행 경영체제는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모범으로 평가 받는다. 올해로 설립 94년을 맞이한 유한양행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국내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최대주주는 유한재단(15.4%)으로 '주인없는 회사'라는 평가도 듣지만 전문경영인들의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실적은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전 회장이 지난 1969년 물러난 이후 현재까지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유한양행]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전 회장이 지난 1969년 물러난 이후 현재까지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유한양행]

유한양행은 창업 이후 노사분규를 한번도 겪지 않았다. 1975년 노동조합이 생겼지만 ‘노사관계’보다 ‘노노관계’라는 말이 주로 쓰인다. 전문경영인인 사장도 똑같은 직원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매분기 경영 실적과 향후 계획을 노조에게 설명하고 있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다'라는 유일한 박사의 신념대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택한 것이다. 현재 1천500여명의 임직원 중 유 박사의 친인척은 한 명도 없다. 전 직원들은 누구나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있어 생산성 향상의 원동력이 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한 회사에 대한 편견 중 하나가 성장보다 안정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된 2015년 이후 유한양행은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가며 제약업계 선두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최근 2년 간 5건의 기술수출을 통해 계약금과 기술료로만 1천700여 억원을 벌어들였다. 2015년 바이오니아(100억 원), 코스온(150억 원), 제넥신(200억 원), BSL(20억 원) 등에 이어 2016년에는 이뮨온시아(120억 원), 파멥신(30억 원), 소렌토(1000만 달러), 네오이뮨테크(300만 달러), 제노스코(420만 달러) 등 투자를 단행했다.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은 초대형 기술수출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신약 개발에 최소 10년이 걸리는 업계 특성상 전문경영인이 뚝심있게 사업을 밀어부치며 오너 경영체제를 뛰어넘었다는 설명이다.

유한양행은 임직원들의 애사심으로 유명하다. 유한양행은 평균 근속연수 11년 2개월로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 중 가장 길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으로 임직원 중심 경영을 펼쳐 고용 안정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주주는 유한재단(15.4%)으로 '주인없는 회사'라는 평가도 듣지만 전문경영인들의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실적은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유한양행]
최대주주는 유한재단(15.4%)으로 '주인없는 회사'라는 평가도 듣지만 전문경영인들의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실적은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유한양행]

유한양행은 '100년 역사를 불과 6년 앞둔 현재 '포스트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유한양행은 포스트 이정희 체제에 조욱제 부사장(경영관리본부장)을 임명한 바 있다. '꼼꼼한 카리스마'로 불리는 조욱제 부사장이 차기 유한양행을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올해 연구개발 투자를 크게 늘리고 다각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로 혁신적인 신약개발 역량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신사업 발굴을 통해 지속성장의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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