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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금융 막히니 2금융 러시…"저소득·저신용자는 어디로 가죠?"


신용대출 규제 첫날…전문가들 "정부 규제, 저신용자 위험한 곳 내몰아"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으로 앞으로 소득과 무관하게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 문턱은 높였지만, 대출 수요는 아직 높은 만큼 제2금융권으로 차주들이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상환 능력이 충분치 않은 이들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제2, 제3 금융권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차주들을 위험한 쪽을 내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실시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통해 연소득 8천만원 초과 소득자가 총 신용대출 1억원을 초과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어선 차주가 1년 안에 전체 규제지역 내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해단 신용대출은 회수된다. 이른바 '영끌' 투자 바람으로 은행권 신용대출 잔액이 급증하자 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언뜻 고소득자에 초점을 맞춘 '핀셋규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소득과 무관하게 신용대출 자체를 조이는 게 핵심이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은행들은 자체 신용대출 취급 관리목표를 매월 점검하고, 연소득 2배를 초과하는 신용대출 같이 소득대비 과도한 규모의 대출이 취급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핀셋 규제에 더해 은행들이 알아서 총량을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일주일 전부터 강화된 자율 규제를 시행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타행 고객 포함 1억원 초과 신용대출 차주와 연소득 대비 200%를 넘는 대출신청에 대한 자금용도 심사를 강화한다. 우리은행도 비대면 판매되는 주요 통장대출 최대 한도를 종전 2~3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다. '우리주거래직장인대출'은 2억원에서 1억원, '우리원하는직장인대출'은 2억원에서 1억원, '우리스페셜론'은 3억원에서 1억원 등이다. 하나은행도 '하나원큐 신용대출'의 최대 한도를 7천만원 가량 줄였고, 신한은행은 전문직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한 바 있다.

시중은행이 대출을 죈다고 해서 투자 수요가 사그라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주식시장이 전성기를 맞은 데 더해,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어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23% 올랐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2금융권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뛰고 있는데다,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도 높다"라며 "당분간은 이 두 가지 이유로 저축은행이나 카드론 등 2금융권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활자금 수요는 보통 카드론, 부동산 자금 수요는 저축은행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시행 첫 날이지만, 이미 시장에선 차주들의 '대이동'이 나타나고 있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0년 3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분기말 29조6천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분기 대비 1조8천억원이나 늘었다. 전년 동기 증가폭이었던 7천억원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카드론에서도 풍선효과가 감지됐다. 여신금융협회 공시포털에 따르면 7개 카드사의 10월말 카드론 표준등급 기준 평균 운영가격은 13.24%로 전월 대비 0.37%포인트(p) 하락했다. 1~2등급 차주 대상 평균 운영가격은 10.0%로 전월 대비 0.23%p 내려갔다는 게 주목할 점이다. 고신용 차주들이 몰리면서 금리가 낮아진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규제 시행 후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자금 수요가 있는 만큼 당연히 카드론 쪽으로 몰릴 것"이라며 "기존 차주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차주들이 많이 몰릴수록 카드론 금리는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상환능력이 있는 차주들이 업권을 이동해 대출을 받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부족한 저신용자들도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은행은 3분기 중 상호저축은행의 총 여신이 늘어난 원인을 '기타대출'로 꼽는다. 기타대출엔 주택자금과 주식자금, 생활자금이 포함되는데 아직까지 세 가지 중 어느 요인이 우세한지는 가리지 못한 상황이다.

고소득·고신용차주가 2금융권의 저신용차주를 밀어낸다는 문제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규제의 영향이 없는 쪽으로 차주들이 이동하고 있는데, 고신용 차주들이 옮기면 기존의 저신용차주가 밀리는 게 문제"라며 "부동산 시장에서의 문제를 해결 안하고 계속 금융 규제로 메우다보니 점점 저신용자들이 위험한 쪽으로 내몰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상태를 유지하면 시장 왜곡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규제 첫날인 이날 창구에서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걸쳐 마이너스 통장 수요가 빗발쳤다"라며 "이미 규제 소식이 퍼진 만큼, 창구에서의 큰 혼란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23일 '마이너스 통장대출' 신규 개설 건은 6천681건으로 나타났다. 이달 12일 개설 건수인 2천53건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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