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품귀현상' 확산…車 이어 가전·스마트폰까지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차량용 반도체 이어 가전과 스마트폰까지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 등이 반도체 자립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당분간 '반도체 품귀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5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4천890억 달러(약 538조9천800억원)로 전년 대비 8.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5천423억 달러(약 597조7천2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옴디아는 지난해 3분기부터 자동차, PC, 모바일 등 주요 반도체 사용처에서 수요가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 업황 부진으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이 줄었는데, 하반기 들어 수요가 예상보다 급격히 늘어난 탓이다. 미국이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에 대한 제재를 가한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인해 북미 공장 3곳의 감산 조치를 다음 달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폭스바겐, 도요타, 포드, 르노, 닛산,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최근 발생한 지진으로 일부 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르네사스는 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회사다.

TV, 가전, 스마트폰도 상황은 비슷하다. 자동차용 반도체보다는 상대적으로 생산라인을 많이 가져갔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펜트업(pent up·억눌린) 수요가 급증한 탓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맥북과 아이패드, 아이폰12 프로 모두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며 "반도체 공급 등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데 제약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몰려드는 주문으로 인해 파운드리 업체들은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기도 했다. TSMC, 삼성전자, SMIC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은 이미 풀가동에 들어갔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상태다.

세계 각국은 반도체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개선을 위해 행정명령을 예고했다. 인텔, 퀄컴, AMD 등 미국 반도체 업체 CEO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조금이나 세액 공제 등의 형태로 반도체 생산의 인센티브를 위한 상당한 재정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유럽연합(EU)은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 규모는 최대 500억 유로(약 66조8천700억원)로 삼성전자와 TSMC 참여를 최우선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반도체 품귀' 현상이 단기간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데다 파운드리 업체들이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곧바로 공장을 가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옴디아는 보고서에서 "최근 8인치 웨이퍼 기준 리드타임(주문부터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이 1~2개월에서 3~4개월로 두 배 이상 늘었다"며 "리드타임이 늘면서 공급부족 현상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봤다.

마리오 모랄레스 IDC 부사장 겸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시장이 안정화되려면 올해 하반기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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