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으로서의 미술 콜렉션] '혈중아트농도'가 올라가고 있다


19년 3월 아트바젤홍콩 오픈일. 세계적 갤러리들이 들고 나온 당대 최고 작가 작품을 한 자리에서 둘러보고 거래할 수 있는 아시아 최고의 미술 장터. 수 많은 인파가 입장권을 받기 위해 30-40분을 대기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사전에 초청된 VIP들만 입장 가능한 날인데도 이 정도라니.

한 걸음 뗄 때 마다 국내 아트페어나 인스타에서 만날 수 있는 미술계 관계자들과 콜렉터들이 눈에 들어와 외국에 있다는 생각을 못할 정도였다. 콜렉터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아트마켓이 축제의 장이 되었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미술 대중화 개화

몇 년 전 부터 국내 미술관에 가보면 젊은 층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난 것을 보게 된다. 사진도 찍지 못하고 근엄하기까지 했던 미술관의 문턱이 낮아진 것일까.

'I post therefore I am(나는 포스팅한다 고로 존재한다)'

아트바젤홍콩2019 출시 작품들 [사진=아트바젤홍콩]

버추얼 세상을 현실 세계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SNS 세대에게 미술은 새로운 테마다. 음식, 관광지, 명품을 포스팅 하다가 이제는 미술관, 작품과 관계 있는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늘었다. 전시 주체 측도 관람객들의 자발적 홍보 효과를 환영하고 있다. 당대 최고의 컨템퍼러리 작가들의 최고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리움(Leeum)이 ‘19년부터 사진 촬영을 허용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등 대부분의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미술에 대한 관심 증가는 경매시장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의 대표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의 3월 경매에서 출품작이 95% 낙찰되며 104억원을 기록했고, 케이옥션은 135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COVID-19로 경기침체를 방어하느라 단행된 전례 없는 유동성 완화정책과 저금리 기조가 세계적으로 자산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는 가운데 미술시장에도 훈풍을 불어넣고 있는 상황이다.

'혈중아트농도'가 다른 밀레니얼 세대

젊은 세대들의 미술에 대한 태도 변화는 수치로 확인된다. Art Economy와 UBS Investor Watch가 2,569명의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설문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지출하는 컬렉션 비용이 다른 연령대를 뛰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는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 스니커즈, 아트피규어 등 레어 아이템에 대한 콜렉션 붐까지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있다.

빅뱅의 탑이나 GD는 이미 세계적인 콜렉터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BTS RM의 미술 사랑은 젊은 층 사이에 미술에 대한 선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취향을 사고 파는 미술품, 아트 상품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는 젊은 세대가 주류가 되어감에 따라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미술 작품을 왜 사는가?

심미적 갈증 충족, 인테리어용, 인플레이션 헷징을 위한 투자 등 미술품을 콜렉션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는 작품을 산다는 행위가 쉽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드라마나 뉴스를 통해 접하는 미술은 대개는 부정적으로 이용되는 매개체인 경우가 많아서 더욱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콜렉터들은 미술품을 왜 사는지 팩트 체크 들어가 보자.

'20년도에 전세계 미술 콜렉터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심미적 욕구 충족과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 사회적인 동기로 구매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예술가를 지원한다는 의미와 가문의 전통이라는 동기도 작용했다.

이와 함께 많은 콜렉터들이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나 투자 수익 기대, 인플레이션 헷징의 수단으로 작품을 산다고 했다. 특히 중장년층이 예술과 문화적 양식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반면 밀레니얼 세대들은 미술품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더욱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산에서 미술품에 할당한 비율을 묻는 질문에 전체 자산의 5~10%라고 대답한 사람이 37%, 11~30%가 33%, 31~50%가 20%, 50%를 넘게 투자하고 있다는 비율이 8% 까지 나왔다. 콜렉터를 대상으로 한 설문이긴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미술작품에 대한 포트폴리오 포션이 높다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블루칩 작품가격을 지수화해서 미국 S&P 500 지수와 비교한 artprice100지수는 미술품이 수익성에 있어 상대적 우위에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미술품이 다른 자산의 가격 변동률 대비 낮은 상관성을 보이기 때문에 금,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고 보는 지표도 있다. 종합해 보면 이미 해외에서는 미술품이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치와 안정성을 동시에 지닌 매력적인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지표에도 불구하고 미술 작품을 사는 일이 쉬운 거는 아니다. 작가와 작품을 고르기도 어렵고 가격이 너무 높다거나 작품 가치를 정확히 모른다거나 가치 보존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등 사지 말아야 할 이유도 그에 못지 않게 많다. 그렇게 불확실성이 높다면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등 미술시장의 상위 포션을 차지하는 국가에서 어떻게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을까.

미술 콜렉션을 실행 여부는 부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다. 할 사람은 하고 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리 부해도 관심이 없다. 자산으로서의 미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관련 정보가 부족한 탓일 수도 있다. 혹은 취향상 전혀 관심 분야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고 있다. 정성적이건 계량적 관점이건 이제는 시각을 좀 바꿔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이 번 칼럼은 미술 콜렉션에 관심 없는 분들을 개화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다. 관심은 있긴 하나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들이나 기존 콜렉터들과 함께 지식을 나누면서 투자로서의 미술 콜렉션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함이다.

김종범 디인베스트랩 대표

◇김종범 디인베스트랩㈜ 대표는 기업 투자, 문화컨텐츠 투자, M&A 자문 전문가이다. '미술 경계인'으로서 객관적 시각으로 20년간 경험한 미술 콜렉션 노하우를 공유 중이다.

/정명화 기자(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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