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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사태] ④드라마 멈춰세운 시청자…주역은 MZ세대


광고주 압박에 불매운동, '방영중단' 국민청원까지…시청자 결집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조선구마사'가 방영 2회 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역사왜곡, 더 나아가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였고, 시청자들은 광고주와 드라마 협찬사까지 움직였다. '중국 자본' 경계령까지 내려지며 향후 제작될 드라마들은 비상이 걸렸다. '조선구마사' 사태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마주한 현실을 짚고,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는 어떠한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업계의 고민을 들었다. [편집자주]

논란의 '조선구마사'가 2회 만에 멈춰섰다. 그 중심에는 시청자들이 있다.

콘텐츠 향유에 그쳤던 소극적 시청자들이 달라졌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했다. 그리고 끝내 변화를 이끌어냈다.

'조선구마사' 포스터 [사진=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처웍스]
'조선구마사' 포스터 [사진=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처웍스]

◆2회만에 드라마 멈춰세운 시청자, 광고주 압박에 트럭시위까지

지난 3월22일,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첫방송됐다. 방송 이후 드라마는 역사적 인물인 태종, 세종에 대한 왜곡된 묘사, '문화적 동북공정'이 의심되는 중국풍 소품 등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불편하다는 시청자들의 호소는 포털사이트를 넘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이어졌다. '드라마 즉각 방영 중단'은 물론 'SBS의 지상파 재허가 취소 촉구' 'SBS 방송국 폐지' 등 관련 청원이 잇따르며 제대로 불이 붙었다.

시청자들은 문제 제기와 항의에만 그치지 않았다. 드라마의 자금줄인 광고주 압박에 돌입했다. 제품 불매운동은 물론 SNS, 전화, 이메일 등 광고주 총공(총공격)에 나섰다. 방송사 앞 트럭시위까지 불사했다. 결국 광고주들은 줄줄이 '손절'을 선언했고, 방송사는 방송 2회 만에 백기를 들었다.

앞서 학교폭력 의혹을 받은 배우 박혜수 주연의 KBS 2TV '디어엠'은 첫방송이 무한 연기됐고, '39금 성희롱 논란'을 자아낸 박나래의 웹예능 '헤이나래'는 폐지됐다. 이 사태 뒤에도 행동하는 시청자들은 존재했다. 자칫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또다시 결집했고, 끝내 변화를 이끌어냈다.

한석현 YMCA 시청자미디어운동본부 팀장은 "요즘 시청자들은 단순한 의견 표출에 그치지 않는다. 광범위하게, 여러 수단을 이용해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소위 '끝장'을 본다"라며 달라진 시청자 행태를 전했다.

"'조선구마사' 사태에 보여준 시청자들의 행동은 옳았다"라고 밝힌 한 팀장은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학습된, 일부 조직화된 이익집단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악용, 남용할까 하는 염려도 있다"고 우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달라진 시청자, MZ세대 특성에 주목해야

일부에서는 달라진 시청자들의 주축을 이루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특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 따르면 MZ세대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는 '인플루언서블'이다. 이는 개개인이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라는 자의식을 가진다는 의미다.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SNS 글 하나, 유튜브 영상 하나가 사회를 변화시킨다고 굳게 믿는 신인류. 이들이 바로 초유의 '조선구마사' 사태를 이끈 주역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더이상 시청자들은 일시적이지 않다. 좌표가 잡히면 끝까지 간다"라며 "요즘 시청자들은 의사표현을 하고 끝까지 실현하고 성취하는 MZ세대"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의견 표출에 거침이 없다. 중요한 건 인터넷 뒤에 숨어 광고주와 협찬사들을 맹공격한 이들의 수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천, 혹은 수만이 될 수도 있는 잠재적 고객들을 적으로 돌릴 수 없는 광고주들이 우선 드라마와 선을 그었고, 이는 결국 드라마 폐지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편성권을 가진 방송사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심상민 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용자(시청자)의 파워가 한층 더 커졌고, 이 중심에 MZ세대가 있다"라며 "시청자들을 설득, 대응해야 하는 미디어 경영진의 힘이 시청자들에 의해 와해됐다"고 분석했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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