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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만에 빠진 일본의 자충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강행된 도쿄 올림픽이 끝난 지 어느덧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비롯한 일본 내 각계 인사들은 "일본이니까 가능했다"며 자화자찬했지만,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해외에선 일본에 대한 냉담한 반응을 줄기차게 쏟아내고 있다.

외신들은 코로나 방역 실패와 미숙한 운영, 방사능 피해 지역 식자재 공급, 경기장 내 악취 등 여러 문제들을 지적하며 "역대 가장 이상한 올림픽"이라고 평가했다.

또 일본은 메달 확보가 유력한 자국 선수들에겐 시설이 좋은 주변 호텔에 묵게 하는 반면, 다른 국가 선수들에게는 골판지 침대뿐 아니라 열악한 환경이 조성된 숙소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많은 해외 네티즌들의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많은 이들은 일본의 이중성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혀를 끌끌 찼다.

'2020 도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8일 오후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국립경기장)에서 폐회식을 개최했다. 성화대의 불이 꺼지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2020 도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8일 오후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국립경기장)에서 폐회식을 개최했다. 성화대의 불이 꺼지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일본은 지난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명실상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거품경제가 붕괴된 후 수십년간 초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잃어버린 30년'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번 도쿄 올림픽을 통해 다시 '부흥'을 꿈꿨다. 코로나19 여파와 전 세계적인 변이 확산으로 올림픽 개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았지만 강행했던 것도 그 이유다.

하지만 일본의 전략은 수포로 돌아간 느낌이다. 도쿄 올림픽으로 관광 활성화 등에 따른 재정적 소득은 거의 없었고 당초 예상보다 2배 늘어난 최대 150억 달러(약 17조2천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개최 비용만 떠안게 됐다. '선진국'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운영 방식에 실망한 이들은 일본의 국가 신뢰도에 대해서도 저평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반사이익은 고스란히 우리나라가 얻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해외에선 올림픽 운영을 두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던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우위를 점한 한국의 문화, 경제, 첨단 기술 등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한국에만 유달리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댔던 일본의 이중성이 이번 도쿄 올림픽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평가하며 한국을 지지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백신 문제나 코로나 방역에 대해서도 한국이 일본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다.

일본은 전 세계 핵심 국가로도 점차 인정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심지어 미국과 중국 중심의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도 한국, 대만과 달리 주요국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소외되고 있다. 1980년대 말 전 세계 반도체 매출액 절반 이상이 일본 기업에서 나왔고,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톱3를 포함한 6개 기업이 일본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반도체 물량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 됐을 만큼 존재감이 없어졌다.

일본은 한 때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제조업에서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르며 주변국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어느 순간부터 차별점은 사라지고 자신들만의 틀 속에 갇혀 도태된 모습이다. 주변의 변화나 비판은 수용하지 않고 '오만과 편견'으로 얼룩진 국정 운영 속에 선진 시스템과의 괴리감만 키웠다. 결국 최근에는 자국 내에서도 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오만이 불러온 결과는 자국 내 기업들에게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특히 '여전히 한국은 일본 경제에 예속돼 있고 자신들이 압박하면 굴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지난 2019년 한국에 무역제재를 가했던 것은 치명타였다. 참다 못한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최근 들어 규제를 우회해 한국에서 생산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금까지 한국에 투자 계획을 밝힌 곳은 스미토모화학, 도쿄오카공업, 다이킨공업, 쇼와덴코머티리얼즈 등 다수다.

일본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면 올해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가 1인당 GDP와 삶의 질, 국격 면에서도 앞설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예전 부모나 할아버지 세대처럼 일본에 주눅이 들어 있지 않은 한국인들은 이제 일본과 동등한 관계 속에 대화에 나서길 원한다. 일본도 이제는 한국의 성과에 대해 인정하는 한편, 편협하고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혐한 대신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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