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엔 동시가입 30주년과 북한 미사일의 엇박자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제76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북한이 장거리순항미사일 공개 이틀 만인 지난 15일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올해에만 다섯 번째 무력 도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두 번째다. 하필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문 대통령을 예방한 직후이자, 우리 군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최종 시험발사를 성공하기 전 발사된 것이어서 당혹감을 더했다.

주변국들은 즉각 규탄했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이번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북한의 이웃 국가들과 국제사회의 다른 나라들에게 위협이 된다며 한 목소리로 북한을 비판했다. 스가 일본 총리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엄중히 항의함과 동시에 강하게 비난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거론하며 억지력을 강조했다.

"우리의 미사일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 오늘 여러 종류의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의 성공을 통해 우리는 언제든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15일 SLBM 시험발사 참관 뒤)

북한은 '도발'이란 표현에 발끈했다. 문 대통령 발언이 나온 지 4시간여 만에 문 대통령을 특정해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의 미사일 전력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에 충분하다'라는 부적절한 실언을 했다. 한 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우몽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1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

복잡한 상황을 고려한 듯, 맹비난 담화로 한발 더 나간 북한의 도발에는 청와대가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자연스레 '굴종적 자세'란 지적이 나온다. 발사 당일 합참이 '미상 탄도미사일 2발 발사'를 이미 밝힌 상황에서 청와대가 '미상 발사체 발사'란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어쩌다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됐나"라는 야당 비판이 지나치지 않게 들린다.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이 코앞인 시점에 북한은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번 기조연설에서 교착상태인 남북·북미간 대화 재개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한 평화 메시지를 내놓을 걸로 기대되던 터였다. 무엇보다 남북 유엔동시가입(1991년 9월17일) 3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와 협력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됐다.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만큼 대북 메시지의 방향성을 놓고 여러 주문이 나오지만, 유엔총회를 계기로 문 대통령이 강경 메시지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럽게 대북정책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평가다. 한 외교안보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전략을 볼 때 유엔총회에서 북한을 지엽적으로 타깃 삼는 메시지를 내는 것는 의미가 없고, 일부러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강조하는 동시에 높아진 한국의 국격을 바탕으로 코로나 팬데믹, 기후위기, 인도적 지원 같은 국제사회 현안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큰 틀에서 얘기할 것이란 게 무난한 전망이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노력을 강조하려던 구상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건 분명하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쏙 뺀' 원론적이고 일방적인 평화 메시지라면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이 '영혼 없는 낭독'으로 기억될 수 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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