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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사기꾼들-13] 노총각 울린 술집 마담 맞선 사기


 

41세 노총각 김인봉씨.

"올해는 제발~" 하는 홀어머니의 등쌀 때문일까? 올해는 유난히 옆구리가 허전하다.

33살 때의 충격적인 맞선을 끝으로 여자는 포기하고 살아왔다. 공중파 방송국에서 하는 맞선 프로그램에 나가서 공개적으로 퇴짜를 맞았던 것이다.

그 전에도 숱하게 퇴자를 맞았지만, 커플 컨설턴트까지 동원해 자기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온갖 테크닉을 전수받아 수행한 공개적 맞선에서의 퇴짜는 충격이 컸다. 프로그램 최초로 퇴짜를 맞았대나 어쨌대나......

그 충격으로 지금까지 여자는 자기 인생에서 제외했다. 자기가 제외했거나 말거나 꼬이는 여자도 없었다.하지만, 돈은 꼬였다.

IMF 실직 후 할 일이 없어 공인중개사 자격을 따 시작한 부동산 중개업.

부동산에 남다른 감각이 있었던지 돈을 많이 벌었다. 돈 버는 재미에 빠져 여자도 잊고 살았다. 시가 6억에서 12억에 달하는 아파트도 3채나 가지고 있고, 현금도 제법 있다.

한창 돈을 벌 때는 안 먹어도 배가 부르더니, 지금은 먹어도 먹어도 속이 허전하다. 아무래도 이젠 때가 되었지 싶어 주변에 있는 여자를 유심히 살펴봤다. 마음에 드는 여자는 하나 같이 유부녀뿐이다. 자기도 나이가 많은 데, 자기 또래의 나이 많은 여자는 싫다. 아무리 둘러 봐도 여자를 만날 대책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웹메일을 검색하다 결혼정보회사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 "결.혼.정.보.회.사.?""?.?.?......!.!.!."

지금 30대 초중반 정도의 괜찮은 여자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당장 120만원을 내고 초혼회원으로 가입했다. 가입한 지 일주일 후, 결혼정보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자기가 원하는 연령대인 30대 초반의 괜찮은 여자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하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인봉은 큰 기대 없이 맞선 장소인 P호텔 로비라운지로 나갔다.

입구쪽을 바라보며 맞선 상대자를 기다리고 있던 인봉은 한 여인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늘씬하면서 옷차림 역시 세련된 30대 초반의 그 여인은 점점 자기쪽으로 다가오다 자기 앞에 딱 멈쳐 서더니, "김인봉씨?" 하며 묻는 것이다.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동안 여자를 멀리 하고 근신하며 살았더니, 하늘에서 선녀라도 내려주셨나 보다.

"저 윤상희예요. 34살이구요. 보험회사에 근무하고 있어요. 결혼정보회사에서 들으셨죠?"

자기 나이 또래와는 다르게 구김살이 없고 당당하였다. 갑자기, 풋풋한 햇사과를 한 입 베었을 때와 같은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왜 저 같이 나이 많은 사람이랑......"말끝도 제대로 못 맺는 인봉과는 달리 상희의 대답은 시원하였다.

"아닌게아니라, 걱정은 좀 했지만, 젊어 보이시는데요 뭘. 나이가 무슨 상관이예요. 저도 먹을 만큼 먹은 걸요. 애매한 나이 보다는 안정된 40대가 좋죠 뭐. 자신감 있고 안정돼 보여 좋아요."

'안정된 40대? 자신감?' 옛날, 자신감 없는 눈빛과 표정을 여자들은 제일 싫어한다는 커플 컨설턴트의 말이 생각났다. 인제 돈도 제법 있고 연륜도 있어 자신감은 있어 보이나 보다.

귀여운 외모에 싹싹하고 적극적인 성격에 마음이 끌린 인봉은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속깊은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었다. 인봉은 거리낌 없이 상희의 손을 이끌고 근처 삼겹살집에 갔다. 늘 하던 대로 삼겹살에 소주를 먹으며 연방 부동산 이야기만 떠들어 대는 인봉. 1시간쯤 지나자 상희는 좀 어색해하며 '좀 더 근사하고 분위기 있는 곳에서 술 마시고 싶다'며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 술이 좀 되어 정신이 약간 몽롱해진 인봉은 '상희가 원하는 것이라면...'하고 의기양양하게 일어섰다.

상희와 인봉은 근처에 있는 고급 단란주점으로 갔다. 전작에 이미 많이 취한 인봉은 상희의 요염에 흠뻑 빠져 양주를 2병이나 더 마시고, 기분 좋게 술값으로 70만원을 지불한 후 그녀를 택시에 태워 보냈다.

다음날 아침,언제까지 늙은 아들 아침밥 차려 줘야 되냐며 투덜거리는 홀어머니의 푸념을 뒤로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해 상희에게 전화하였다. 그런데......, 없는 번호라고 한다. 잘못 적었을 수도 있겠지 싶어 결혼정보회사에 연락하였다. 결혼정보회사에서 가르쳐 준 회사번호와 핸드폰번호로 다시 전화했다. 회사에 있는 윤상희는 그녀가 아니었다. 핸드폰번호 역시 없는 번호였다. 그제야 이상한 생각이 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윤상희는 가명으로 결혼정보회사 회원으로 가입해 여러 남자를 만나 업소로 유인해 돈을 뜯는 전직 술집 마담이었다. 요즘 유흥업소에 대한 단속이 심해져 경영난을 겪자 자구책으로 이런 방법을 택했다 한다.

"진짜 한심하다. 한심해! 그런 X에게 당하다니! 굶어도 너무 굶은겨~"자기 머리를 쥐어박으며 인봉은 자기의 어수룩함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콘텐츠 제공= '인터넷 법률시장' 로마켓(http://www.lawmark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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