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T융합의 현장]현대중공업 '하이-메이트'(중)


◆국내 첫 굴삭기 원격관리시스템 개발착수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2년부터 위성통신망을 이용한 굴삭기 원격관리시스템의 구성에 나섰다. 이후 1년여에 걸쳐 굴삭기 가동정보 기본항목을 선정하고 제어기, 통신단말기, 웹서버를 포함한 시험용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엔 국내 3개 지역 고객의 장비를 대상으로 현장적용 시험을 처음 실시했다. 굴삭기 전장품 고장 및 경고 알람 기능, 장비 가동영역 설정 알람 기능, 웹상 장비 위치표시 기능 등 원격관리시스템의 기능을 체계화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지난 2004년~2005년엔 고객 장비 대상 현장적용 시험의 실시지역을 국내 7곳으로 확대했다. 장비 도난방지 기능을 개발하고, 가동정보 항목을 추가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였다. 2006~2007년 장비 테스트 지역이 국내·외 11곳으로 늘어났고, 상용화를 고려한 통신단말기 개발도 마무리됐다. 연료절감 모드와 운전조건별 연비 분석 기능도 추가했다. 2008년 들어 시스템 설치·등록 체계를 수립하고, 운영·관리를 위한 프로세스 역시 구축하면서 연말부터 '하이-메이트'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자사 '9시리즈' 굴삭기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토공기계와 IT의 접합 전통적인 토공기계인 굴삭기에 첨단 무선통신 기술을 융합해, 먼 거리에 있는 장비들의 가동상태를 사무실 PC로 살펴본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굴삭기 원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장비마다 통신장치를 설치하고, 주기적으로 통신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개발 초기 원가상승 대비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굴삭기를 위성통신과 연결한다고 해서 곧바로 장비 성능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굴삭기 임대사업자나 사용자 입장에선 자기 장비의 운영 상태가 실시간으로 감시된다는 점도 그리 반갑지 않은 점이었다. 무엇보다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개별기업이 당장 수익성 확대가 보이지 않는 개발작업을 위해 각종 통신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체계를 통합·구축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현대중공업은 개발 초기 단계에 굴삭기 원격관리시스템의 탑재를 원하는 고객의 요구를 반갑게 맞을 수 있었다. 시스템 개발단계에서 다양한 현장적용 시험이 필요했던 현대중공업에 있어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국내에서 굴삭기 임대사업을 벌이던 당시 한 고객은 1억원을 호가하는 굴삭기 한 대를 도난당하면서, 분실을 방지할 수 있는 기능을 절실히 필요로 했던 것이다.

현대중공업 지능기계연구실 임종형 책임연구원은 "당시 사업자는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개별장비에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엔진시동이 가능하고, 매일매일 장비위치를 살펴볼 수 있게 되면서 편안한 잠자리를 맞을 수 있었다고 한다"며 "첨단 IT 융합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회상한다.

◆'하이-메이트'만의 강점 찾기

굴삭기 원격관리시스템 개발에서 해외 경쟁사들보다 늦게 출발한 현대중공업은 해외기업들의 시스템과 비교해 차별화된 장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이-메이트'는 코마츠의 '콤트랙스' 시스템이 지니지 않은 다양한 부가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장비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양방향 통신으로 현재 장비위치, 가동상태 등을 요청·파악할 수 있는 기능, 도난 방지를 위한 주기적 장비 위치보고 및 자동 엔진시동·가동 제한 등 기능은 '콤트랙스'보다 우수한 '하이-메이트'의 강점이다. '하이-메이트'는 또 운전조건별 연료소모량, 엔진계통 고장 및 작업부하 정보, 온도분포 등 더 다양한 통계 기능을 제공한다. 굴삭기 운전석 내에 설치된 모니터를 활용해 소모품 교환정보 등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하이-메이트'가 지닌 주요 특징이다.

굴삭기 경계설정 기능. 도난 방지를 위해 주기적으로 장비위치를 보고하고, 경계 이탈 시 자동으로 엔진시동과 가동수준을 제한할 수 있는 기능은 '하이-메이트'만의 강점이다.

현대중공업의 원격관리시스템은 웹상에서도 경쟁사보다 우수한 환경을 제공한다. 장비 사용자는 양방향 통신 기능을 활용해 현재 장비가동 및 설정상태 데이터 500가지 정도를 선택적으로 요청해 취득할 수 있다. '하이-메이트'는 2차원(2D) 지도만을 제공하는 '콤트랙스'와 달리 2D와 3D를 선택해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범용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 외에 '파이어폭스'도 3.0 이상 버전도 지원한다. 시스템 사용자별로 정보접근 권한을 관리하고, 방화벽과 위치정보 암호화 모듈 등 가동정보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3단계 보안시스템도 적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하이-메이트' 시스템 관련 부품 수 대비 90%, 가격 대비 80%의 국산화율을 달성했다. 국산품이 없는 위성통신용 모뎀과 안테나만 수입해 적용하고 있다. 이 역시 굴삭기 원격관리시스템 개발에서 외주제작 비중이 높은 해외기업들과 다른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관련 통신, MCU, 웹 환경 등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특허등록을 마친 상황이다.

[인터뷰]"건설장비시장 패러다임이 바뀐다"…임종형 책임연구원제조사가 시장요구 선도…"IT융합은 필수불가결 선택"
현대중공업에서 굴삭기 원격관리시스템 '하이-메이트(Hi-mate)' 개발을 지휘한 지능기계연구원 임종형 책임연구원은 건설장비와 IT의 융합으로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단순히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장비를 만들고 판매한 뒤,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는 식의 수동적인 건설장비 마케팅 시대는 끝났다"고 전했다. 제조사와 고객이 양방향으로 의사소통해 애프터서비스(AS)를 강화하고, 건설장비 제조·서비스의 개선점까지 발굴해 차세대 제품 개발·판매에 적용하는 식의 변화를 말한다.

임 책임연구원은 "건설장비와 IT의 융합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밝혔다. 장비를 구성하는 부품들은 외부에 의존할 수 있지만, 완제품들을 신경망처럼 관리하는 시스템은 결코 남에게 의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세계 각지에 판매된 굴삭기들의 상태와 가동 정보 등을 꼼꼼히 파악해 각종 통계를 낼 수 있게 해주는 원격관리시스템은 장비 제조사의 고객지원과 서비스, 영업, 제품개발 전략과 직결된다. 각각의 지역에서 일하는 장비들로부터 어떤 정보를 얻어, 어떻게 가공·활용할지는 제조사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일인 것이다.

임 책임연구원은 하이-메이트의 개발 초기 관계자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얘기한다. 원가상승의 위험을 부담하면서 통신장치를 굴삭기에 설치한다고 해서 장비 성능이 향상되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고객 입장에서 자기 장비가 24시간 감시당한다는 사실은 그리 달갑게 여겨지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위성사용에 따른 통신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하이-메이트가 본격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장비상태 및 부품교환 정보를 시시각각 얻을 수 있다는 게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보는 대당 1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굴삭기에 대한 관리효율을 높이고, 수명 또한 연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들에 적잖은 이점을 부여하고 있다.

임 책임연구원은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도 초창기 '당장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불확실성이 제품 개발·마케팅·서비스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회요인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굴삭기 원격관리시스템의 국내 첫 개발이 현대중공업 건설장비 사업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린 것은 물론이다.

현대중공업은 하이-메이트의 가동과 함께 장비 관리효율과 서비스 및 제품 개발 역량을 한 단계 향상시켰다. 임 책임연구원은 "장비를 가장 잘 아는 제조사가 직·간접적으로 장비관리를 지원함으로써, 하이-메이트가 장비 수명연장은 물론 고객과 신뢰관계 구축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하이-메이트의 상용화와 함께 장비판매, 영업관리, AS 체계를 재편해 나가고 있다. 세계 각지 장비들의 실태를 매일매일 모니터링하고, 온·오프라인상에서 적시에 신속한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매일 수신돼 누적된 장비가동 정보들은 추후 마케팅·서비스와 차세대 장비개발에 참고해, 제품 성능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임 책임연구원은 "현재 굴삭기에만 적용된 원격관리시스템을 여타 건설장비에 확대 채용하고, 장비 작업제어 고도화기술 등을 추가로 개발·적용하는 등 IT 융합을 한층 공고히 하도록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뉴스24 특별취재팀, 벤처기업협회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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