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T융합의 현장]HK e-CAR 차량용 블랙박스(중)


◆현대자동차와의 각별한 인연

현대자동차와의 각별한 인연도 HK e-CAR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HK e-CAR는 원래 현대자동차 내에서 신규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선행개발팀’ 멤버들이 블랙박스 아이템을 선정, 연구를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아직 블랙박스 시장의 불모지인 국내지만, 연구 결과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한 개발팀은 사내 벤처 형식으로 현대자동차에서 따로 회사를 차려 나온다. 현대자동차 사내 벤처의 최초 스핀오프 사례다.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측의 적극적인 인큐베이팅이 있었다.

현재까지도 HK e-CAR는 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자동차 시절까지 포함하면 블랙박스 연구를 시작한 것이 2000년이니, 벌써 10년간이나 밀접한 관계를 이어온 셈이다.

첫 제품인 버스용 순정 블랙박스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연구 개발해 2006년도 현대의 ‘유니버스’ 버스에 처음 탑재하기도 했다.

현재는 따로 떨어져 있지만, 연구 개발시에도 현대차와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한편, 실험 수행에 대한 기반도 제공해 주는 등 기업 설립 후에도 현대자동차의 지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현대 기아차 '전문' 블랙박스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은 HK e-CAR 뿐이다. 특히 자동차 회사의 경우 타사에 자사의 자동차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현대 기아차의 통신사양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HK e-CAR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블랙박스의 경우 복잡한 정보를 받기 위해서는 따로 전선을 해당 부품에 연결해 일일이 정보를 받아야 하지만, HK e-CAR는 현대 기아차종이라면 커넥터 하나만 연결해도 자동차의 정보를 대부분 받을 수 있다. 그것 때문에 타사 자동차에 맞는 것은 만들 수 없어 진입이 지지부진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현대 기아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생각하면, 현대 기아차에 특화됐다는 것은 다른 회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점이다.

◆프로토콜 문제를 해결하라

내비게이션과 달리 블랙박스는 아무 차에나 넣고 작동시키기 힘든 제품이다. 박종원 전무는 각 자동차회사의 차마다 통신방법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차량 부품마다 모두 다른 프로토콜이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블랙박스를 설치해도 타사 기종인 경우 해당 부품에서 차량 정보를 받지 못하게 된다.

물론 현재 트럭, 버스 등에 적용되는 차량운행기록계에는 표준이 있다. 타사의 블랙박스가 ‘표준’을 지켜 물건을 만들기만 한다면 별 문제 없이 웬만한 영업용 차량의 프로토콜과 정보 제공 방식을 적용해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승용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박 전무는 만약 다른 차에 맞도록 블랙박스를 출시하게 되면, 각각의 사양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선보여야 하는데 비용적 측면에 있어서는 비효율적이라고 귀띔했다. 물론 훗날 각 자동차 시장의 주요 메이커들이 운행정보를 개방하게 된다면, 국내 업체들도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일종의 기밀에 해당되는 자사의 정보를 줄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프로토콜 표준화는 이런 면에서 꼭 필요한 작업이다. 표준화가 이뤄지면 블랙박스는 표준에 맞는 데이터만을 받게 된다. 특수한 정보의 경우에도 회사별로 동일한 경로를 통해 블랙박스가 끄집어내면 그만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일부 프로토콜에 대해 표준화 작업을 진행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상태다.

원래,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블랙박스 제작사들은 대형 자동차회사들이다. 포드, GM등이 자차의 성능과 품질 향상을 위해 판매용 차량에 블랙박스를 단 것이 시초가 됐다. 그 당시에는 블랙박스를 사고 분석용이 아닌, 차량 데이터 수집용으로 달아놓았다. 차 주인이 고장으로 인해 본사를 찾으면, 이 블랙박스를 이용해 정보를 들여다보고 혹시 차량에 개선할 점은 없는지 검토하는 용도였다. 이 당시에는 자사의 자동차만이 특징적으로 가지고 있는 코드가 있어, 타사의 블랙박스를 가져다 넣으면 연결 프로토콜이 맞지 않아 정보 전달이 안 된다.

해외 업체들 중,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의 VDO사는 어떤 차에서건 쓸 수 있도록 한 범용 블랙박스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운행기록계 개발사로, 블랙박스 시장도 진입하려 했으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생각보다 팔리지 않았던 것. 이유는 사용의 불편함이었다. HK e-CAR는 직접 분석해 본 결과 어떤 차에건 맞는 블랙박스를 만들려다 보니 자동차 보넷을 열고 손으로 일일이 부품마다 전선을 연결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방식이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가는 셈. 이 과정이 번거로운데다, 자신의 차를 남의 눈 앞에 보이기 싫어하는 운전자들의 거부감에 결국 VDO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현재 HK e-CAR는 현대 기아차에 특화된 블랙박스를 개발, 제작 중이다. 박 전무는 “각 기업들이 프로토콜을 공개하면 좋은데, 기업 비밀에 속하는 상황이라 공개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HK e-CAR의 경우 현대 기아차종이라면 커넥터 하나만 연결해도 자동차의 필요 정보를 모두 받을 수 있으며, 향후 나올 제품은 타사 자동차에도 맞출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할 예정이다.

◆융합으로 이뤄낸 복합기능

올해 나올 MOVI 통합형은 운행기록계형 영상블랙박스인데, 디지털 운행기록계, 영상저장, 속도, 충돌관련 사고 데이터, 위치정보(GPS) 기능 등을 저장 가능하다. 또 상용차 전용으로 디지털 운용기록계를 개발 중인데 둘다 올해 안에는 나올 예정이다.

이처럼 영상과 충돌기록 기능을 모두 탑재한 복합제품은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므로, 기존 간단한 기능을 가진 블랙박스에 비하면 더욱 만들기 어렵다. 특히 기능이 늘어날수록 간섭문제(부품이 많아지면 서로 간섭해 이상을 일으키는 현상) 역시 심해질 수 있다.

그러나 HK e-CAR는 두터운 핵심역량을 지녀 복합기기 부문에서도 양호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카는 ▲차량 정보 수집 및 처리기술 ▲충돌감지 및 충돌분석 기능 ▲차량정보 분석 해석 기술 ▲차량정보단말기 제작 기술 등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몇 안되는 업체다.

차량 정보수집 기술을 통해 고장진단도 가능하며, 전자장치를 통한 모니터도 가능하다. 또 충돌분석 기능으로는, 실차 충돌 데이터만 있으면 로직으로 충돌을 인식할 수 있으며, 유사한 사고 상황에서도 판별이 가능하다. 또 정보단말기 제작 기술을 통해 차량통신 인터페이스, 스마트카드, 블루투스, CDMA, GPS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이처럼 HK e-CAR가 확실한 역량을 갖게 된 기반은 연구원들의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에서 비롯됐다. 관련 국내외 특허만도 십수개가 넘는다. HK e-CAR가 갖고 있는 국내특허권은 9개로, 각각 ▲차량의 기록관리 시스템 ▲텔레매틱스 서비스 서버 ▲룸미러일테형 교통사고 자동녹화 ▲네비게이션 일체형교통사고 자동녹화 ▲캔통신이용 영상블랙박스 ▲차량 탑승자가 차량 내부에서 수면을 취하는지 여부를 감지하는 방법 및 장치 ▲차량에 제공되는 차량측 자기진단커넥터에 대응하여 접속되는 차량정보처리장치 ▲이동통신 단말기를 활용한 차량정보 출력 시스템 ▲면세유 적산 계측 시스템 등이다.

이밖에도 기타 특허 내용으로 국내 특허출원 ▲버스전용차선 감시시스템[출원번호 제제10-2008-0095948호], 해외 특허출원 ▲System and method for managing record of vehicles [출원번호 PCT/KR2007/000854] 등이 있다.

<그림 5. 연구실 내에서 블랙박스의 기능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검사 중이다. 여러 차례의 연구를 통해 얻은 데이터가 국내외 여러 차례의 특허를 내는 데 기반이 됐다>

특허 실시권만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실시권을 보유한 국내특허는 전자제어 장치의 자기진단 시스템 및 그 진단방법[특허 제0158132호] 등 55개가 있고, 해외특허도 미국 및 독일등 4개국에 대한 실시권 보유를 하고 있다.

◆네트워크 서비스, 법제화로 가능성 밝아

블랙박스 서비스의 장점은 단순히 운행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 블랙박스가 저장한 차량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된다면, 향후 블랙박스 시장은 차량정보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 블랙박스의 단순한 기능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을 잠재적 구매자들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다. 또 블랙박스에 기록된 정보를 통해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큰 사고가 아닌 경우 데이터를 바로 내비게이션이나 PDA에 보게 할 수 있어, 간단한 사고는 바로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사고시 무선으로 데이터를 서비스 센터에 전송하면, 센터에서 바로 사고의 잘잘못을 가릴 뿐 아니라 인명 구호시 편리하다. 사고가 크게 난 경우나 사망에 가까울 경우, 사용자가 거의 의식을 잃고 있어 얼마나 빨리 인명을 구하느냐가 중요하다. 또 야간이나 목격자가 없는 경우에도 블랙박스를 달면 자동으로 사고 신고를 할 수 있다.

이 중 자동사고통보기능은 현재 기술로 적용 가능하지만, 인프라 구축이 되지 않아 우리가 직접 체험해 볼 수는 없다. 우리 사회에 아직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HK e-CAR의 로드맵 중에 있는 텔레매틱형 블랙박스는 향후 네트워크 서비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텔레매틱형 블랙박스는 영상기록기능과 운행기록기능이 하나로 합쳐진 모양인데, 향후 택시 법제화 대응 제품으로 개발 중이다. 네트워크 서비스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일단 ①차량정보를 수집 ②텔레매틱스형 블랙박스에 저장 ③이를 다시 내비게이션에 전송 ④내비게이션까지 온 정보를 중앙 센터에 전송한다는 방침이다.

/아이뉴스24특별취재팀, 벤처기업협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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