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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사 미팅의 함정 '어장관리와 불신의 벽'


[결혼정보회사 미팅? 그것을 알려주마!](15)

[이혜경기자] 세계적으로 히트한 영화 중에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있다. 예쁜 여자애가 꽃미남 뱀파이어와 짐승남 늑대인간 사이에서 어장관리를 하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이 얘기를 왜 하느냐. 바로 어장관리를 빼놓고는 결혼정보회사 미팅 문화를 얘기하기 어려워서 그렇다. 아주 흔하다. 흥미로운 점은, 의도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결혼정보회사 시스템 자체가 회원들의 어장관리 문화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노블의 경우, 총 가입비에 몇 번의 미팅 횟수를 정하고 계약을 한다. 만일 당신이 첫 번째 미팅에서 운 좋게 괜찮은 상대를 소개받았다고 하자. 이 사람과 만남을 잘 진행하고 싶기도 하지만, 아직 내게는 몇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 첫 번째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기에는 어쩐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첫 번째 미팅에서 결혼하고픈 사람을 만났으니 나머지는 환불하면 될 게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결혼정보회사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가입할 때 일정 기간이 지날 때까지 소개를 안 받은 상태에서는 얼마의 금액을 빼고 환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단 한 명이라도 소개가 시작되면 어림도 없다. 건당 얼마라는 계산은 회원 입장에서 산수로 구한 것이지, 계약서는 총액을 기준으로 작성되어 있다.

아무튼 이런 제약으로 인해 당신은 첫 번째 상대에게 호감이 있긴 하지만, 다른 사람을 또 소개 받아볼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도 나쁘지 않았다. 두 사람을 동시에 만나며 저울질을 해본다. 그렇다. 당신은 이제 어장관리의 세계에 들어선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여러 사람을 계속 소개 받게 되면 어장관리는 양다리를 넘어 자신이 계약한 횟수에 따라 능력이 될 경우 문어 다리(8명), 오징어 다리(12명) 수준으로까지 확장할 수도 있다.

첫 번째 상대와 당분간 둘만의 데이트를 하기로 하고 커플매니저에게 다른 사람을 더 이상 소개받지 않겠다고 얘기해 놨다고? 원칙대로 하는 커플매니저를 만났다면 당신 생각대로 진행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일이 다 내 마음처럼 되는 건 아니다. 교제 시작했다고 얘기해도 새로운 프로필을 보내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건 내가 직접 경험한 사실이다.

내가 남자2호와 교제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내 담당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다.

"회원님, 방금 이메일로 남자분 프로필 하나 보내드렸어요. 회원님이 더 소개 안 받으신다고 하셨지만, 그분이 회원님을 검색해서 보시고 너무 마음에 든다고, 꼭 좀 보고 싶으시다고 하셔서요. 확인해보시고 연락주세요."

어라, 이건 뭐지? 어쨌든 누가 내게 호감을 보인다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대체 어떤 남자가 나한테 관심을? 호기심을 참지 못한 나는 이메일을 열었다. 프로필 상으로는 썩 괜찮아 보였다. 만약 그 시점에 내가 아무도 만나고 있지 않았다면 충분히 수락했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교제를 이미 시작한 상황. 커플매니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분이 나를 좋게 봐주신 것은 고마우나, 현재 만남에 충실하고 싶다고.

내 경우에는 커플매니저가 직접 어장관리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었지만, 결혼정보회사 회원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어장관리를 할 수 있다. 내가 누구와 만나고 있는지는 나와 내 담당 커플매니저만 아는 비밀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어장관리의 잠재적 후보자

어장관리의 유혹. 이는 결혼정보회사 회원들이라면 누구나 그 가능성을 잠재적으로 안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활동 초짜 회원들은 잘 모르지만, 몇 달 해보면서 이 세계의 룰을 어느 정도 깨닫고 난 회원들은 그래서 그 후유증에 시달리곤 한다. 바로 '불신'이다.

기껏 미팅에 나가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난다 해도 '저 인간이 나 말고도 만나는 사람이 더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몇 번 더 만나보니 둘만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나만 만난다는 보장이 없는데, 이 사람에게 올인하면 나만 손해 아닐까' 하며 불안함에 시달린다.

그래도 믿고 열심히 활동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나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팅에 나오는 사람은 결혼정보회사의 직원이 아니니 교육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사람마다 다른 가치관 문제도 있다. 나의 경우는 어장관리를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반려자를 찾는 문제인데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비교해서 가장 나은 상대를 찾아야 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의 생각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결혼정보회사의 어장관리 미팅 문화를 극복하는 방법은 없을까? 꼭 그렇다는 보장은 없지만 회원이 된 지 얼마 안 되는 신입들을 공략하는 방법이 있다. 신입 회원은 어장관리 악습(?)에 아직 때가 묻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니 말이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이혜경 기자

14년째 경제, 산업, 금융 담당 기자로 일하며 세상을 색다르게 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30대 초반에 문득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에 한 결혼정보회사 회원에 가입, 매칭 서비스를 1년간 이용했지만 짝을 찾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블로그 '어바웃 어 싱글(About a single)'을 운영하며 같은 처지의 싱글들과 가끔 교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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