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글로벌 인사이트]핵무기보다 무서운 달러④


미국은 어떻게 하늘을 날던 화웨이를 추락시켰는가?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미국의 ‘화웨이 사냥’은 미국이 경쟁 상대를 굴복시키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잘 보여 준다.

사냥의 시작은 중국의 경제가 너무 커져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미국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화웨이는 희생양으로 뽑힌 것이다.

중국에 대한 경계론은 지난 2017년 백악관이 발표한 ‘미국 국가안보전략’이라는 보고서로부터 생겨났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전파하면서 미국식 민주주의에 도전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력은 머지않아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돼 결국 미국의 안보에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SCMP]
[SCMP]

이에 앞서 2015년 5월 중국은 ‘중국제도 2025’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기술굴기’를 2025년까지 완성, 세계 최고의 첨단 산업 국가로 우뚝 서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그 때까지 옆에서 멋모르고 자고있던 미국이라는 사자를 발길로 차서 깨우는 역할을 했다.

미국을 좀 더 알았더라면 중국은 ‘화평굴기’의 시간을 좀 더 갖고 발톱을 감춘 채 ‘대국굴기’의 시간을 기다렸을 것이다. 관세 전쟁에서부터 화웨이 사냥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를 보면 중국이 너무 빨리 미국에게 도전한 느낌이 든다.

‘미국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이어 2018년 6월18일 백악관의 무역·제조업 정책국(OTPC)은 ‘중국의 경제 침공이 미국과 세계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위협하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의 위협은 점점 구체적으로 미국에 인식되기 시작했다.

◇화웨이 수난 일지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한 미국은 다음 해 5월15일 미국 상무부의 산업안보국(BIS)이 화웨이를 규제 대상 무역 블랙 리스트에 올리면서 ‘화웨이 사냥’은 본격화됐다. 블랙 리스트 등재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화웨이 및 70개 자회사가 만든 통신 장비를 구매할 수 없게 됐는데,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드디어 올 6월30일 미국통신위원회(FCC)는 화웨이와 또 다른 중국 기업인 ZTE 및 모든 관련 회사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 무역 문제가 국가안보 문제로까지 발전하게 됐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결국은 헤게모니 쟁탈전이라는 성격을 내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에 앞서 2018년 8월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이 발효돼 화웨이와 ZTE의 통신 장비는 미국 연방정부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국가 안보를 해친다는 것이 법에 명시돼 있다. 화웨이는 이듬해 5월 미국 정부가 항변권을 주지 않아 헌법적 권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그것이 미국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수는 없는 것이었다.

미국은 법치 국가인 것이 분명한 것이, 화웨이를 사냥하는 도구는 1차적으로 법 규정이 동원됐다. 지난 해 5월15일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와 70개의 해외 자회사 및 관계사를 ‘수출행정법규’에 따라 규제 대상 목록에 올렸다. 상무부는 화웨이가 ‘상품·기술·용역 등을 미국으로부터 이란 및 이란 정부로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수출·재수출·판매·공급한 혐의로 기소됐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미국에 본부를 각국 기업들은 미국의 규제에 따라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이 가운데는 구글도 포함돼 있는다. 여기에 동참한 대표적인 기업들은 브로드컴·인텔·퀄컴·마이크로소프트·웨스턴 디지털 등이 총 망라됐다. 독일 반도체 메이커인 인피네온 테크놀로지는 자발적으로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관련 기업들의 자발적인 규제도 이어졌다. 5월22일 ARM 홀딩스는 화웨이와의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일본인 소유의 ARM은 미국 기술의 지적재산권이 포함된 자신들의 제품이 미국 상무부의 명령을 어겼을 수도 있다고 믿고 지레 거래를 중단한 것이다.

올 들어 지난 5월15일에는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가 미국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이용해 제조된 반도체 생산을 금지토록 하는 법의 효력을 연장했고, 이어 8월17일에는 모든 외국의 반도체 회사가 미국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를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 없이 화웨이에게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같은 달 화웨이가 구글로부터 획득한 스마트폰 운영 체제인 안드로이드의 사용권이 만료됨에 따라 화웨이는 이번 달 11일 전 세계 7억 명이 사용하는 OS를 자체 개발한 ‘홍멍’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이 화웨이를 사냥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미국의 각종 법규였다. 그리고 해외 기업의 수많은 법규 위반을 감시하고 제재를 가하는 막강한 총괄 기구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 : Office of Foreign Asset Control)이다. 미국이 세계를 상대로 강제하는 각종 제재의 집행 기구다.

◇OFAC

미국 재무부의 정의에 따르면 OFAC는 제재 국가와 정권, 테러리스트, 국제마약조직 등에 대항해 외교 정책과 국가안보라는 목표에 기반, 경제 및 무역 제재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OFAC는 또 대량 살상 무기 확산에 연관된 행동을 한 조직이나 개인, 그리고 미국의 국가 안보, 외교 정책, 또는 경제 등에 위협을 가하는 대상의 통제를 목표로 한다.

OFAC는 각종 관련 법에 따라 경제 제재와 형사 처벌, 민사 처벌을 부과할 수 있다. ‘적대국무역법’(TWEA)은 북한 및 쿠바와 무역을 할 경우 형사 처벌은 최고 10년까지의 징역, 민사 처벌은 최고 1백만 달러까지의 벌금을 기업에 부과할 수 있다. 개인에게는 민사 처벌만 가능한데, 최고 10만 달러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국제긴급경제수권법’(IEEPA :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도 규제 대상 국가인 수단·이란·짐바브웨·시리아·버마 등과 다이아몬드, 마약 등을 거래하면 기업은 형사 처벌로 최고 20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고, 민사 처벌은 최고 50만 달러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개인은 민사 처벌만 가능한데, 최고 25만 달러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이라크제재법(ISA : Iraq Sanctions Act)도 최고 12년의 징역과 1백만 달러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OFAC의 이러한 제재는 기업이나 개인, 또는 정권의 위반 행위를 적발해야만 가능한데,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각 용의자들의 위반 행위는 결국 돈의 흐름으로 적발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돈의 흐름을 들여다 보는 것이 스위프트(SWIFT :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라는 국제 기구다.

◇스위프트

전 세계에서 안전하고 표준화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금융거래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기구다. 스위프트는 금융기관에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용역을 금융기관에 제공한다.

2018년의 경우 전 세계 국가 간 고액 거래의 거의 절반은 스위프트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졌다. 2015년의 경우 1만1천 개의 금융기관이 2백 개 이상의 국가에서 하루 평균 3천2백만 건의 금융 거래를 처리했는데, 이러한 내용을 회원사에 통보하는 것이 스위프트의 일이다.

미국은 지난 2001년 911 이후 테러리스트의 자금을 추적한다는 목적으로 스위프트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거래를 들여야 보고 있다. 이 기구의 이사 15명 가운데 3명이 미국인이고, 의장도 미국이 맡고 있어 스위프트는 미국의 경제 제재를 위한 아주 유용한 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

◇칩스((CHIPS : Clearing House Interbank Payment System)

그러나 미국의 제재에 불응하는 개인·기업·국가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러한 대상에 대한 최종 응징은 칩스가 담당한다.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달러 결제는 이 칩스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최종 거래가 완성된다. 하루 1조5천억에 달하는 달러 결제를 관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이 시스템을 통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결국 달러 표시 거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제를 거부당한 개인·기업·국가는 세계 경제에서 불구가 된다. 그래서 미국의 제재를 받은 거의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미국의 처벌을 거부하지 못하고, 대개 때로는 거액의 벌금을 지불하면서 합의를 통해 해결한다.

◇올해 OFAC의 제재 사례

OFAC는 개인이나 기업, 국내 기업이나 외국 기업 등을 가리지 않고 제재법을 위반한 경우는 예외 없이 기소를 하지만, 대부분 벌금 납부로 합의를 보는 형식으로 사건을 종결 짓는다. OFAC는 형사 처별과 민사 처벌을 모두 과할 수 있으나, 대부분 민사 처벌인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콤텍 텔레커뮤니케이션(Comtech Telecommunication : 9월17일)

뉴욕에 본부를 둔 콤텍은 지분 전량을 소유한 자회사인 콤텍 EF 데이터를 통해 제재 대상 국가인 수단에 장비와 용역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후 89만4천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이 회사는 제재 품목인 위성 장비를 간접적으로 수단에 수출하고 수단 정부 소유 기업의 직원들을 교육시킴으로써 미국이 제정한 ‘수단제재법’(SSR)을 위반한 것이다.

*파크 스트레이트지스(Park Strategies : 1월21일 )

파크 스트레이트지스는 뉴욕에 본부를 둔 로비 회사로 ‘글로벌 테러리즘제재법’(GTSR)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1만2천 달러의 벌금으로 합의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7년 8월 25일 경 소말리아 소재 알 바라카트 그룹과 용역 계약을 체결해 명백히 GTSR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도이체 방크(9월 9일)

도이체 방크 아메리카(DBTCA)는 키프러스의 석유회사로부터 미국을 통해 석유를 구매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15만7천500 달러를 지불하고 합의했다. 키프러스의 석유회사와 거래를 하면서 ‘우크라이나 관련 제재법 및 행정명령’(Ukraine-Related Sanctions Regulations and Executive Order)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것이다.

도이체 방크는 거래 당시 스위프트의 회원으로 가입돼 있지 않아 위법 거래 여부를 통보받지 못했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스위프트에 가입했다.

*개인(미국인, 8월11일)

미국의 한 자연인은 제재 대상인 마약 거래상과 24차례 거래한 혐의로 기소된 후 5천 달러의 벌금을 지불했다. 이 미국인은 평소 알고 지내던 마약 거래상이 제재 대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해외에 근무하던 중 마약을 거래해 ‘해외마약상제재법’(FNKSR)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아마존(7월8일)

미국 시애틀에 본부를 둔 아마존은 OFAC의 제재를 여러 건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13만4천 달러의 벌금을 내고 합의했다. 아마존이 OFAC의 제재 대상인 개인들에게 상품과 용역을 판매했다는 것이다.

구매자들은 크리미아, 이란, 시리아 등 제재 대상 국가에 거주하는 개인들이다. 아마존은 또 수백 건의 거래를 OFAC에 제 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이렇게 OFAC가 엄중한 감시를 하면서 적발되면 과중한 처벌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화웨이 사냥에 연루된 기업들이 미국의 명령에 거부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 거미줄은 너무나 촘촘하고 치밀해서 목표가 된 중국의 거대 기업들이 줄줄이 포획되고 있는 것이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글로벌 인사이트]핵무기보다 무서운 달러④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