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 사태] ⑤ '메이드 인 코리아?'…시험대 오른 K콘텐츠


제2의 '조선구마사' 되지 않으려면…"오리지널리티·책임의식 필요"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조선구마사'가 방영 2회 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역사왜곡, 더 나아가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였고, 시청자들은 광고주와 드라마 협찬사까지 움직였다. '중국 자본' 경계령까지 내려지며 향후 제작될 드라마들은 비상이 걸렸다. '조선구마사' 사태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마주한 현실을 짚고,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는 어떠한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업계의 고민을 들었다. [편집자주]

'조선구마사' 사태는 단순히 역사왜곡 논란으로만 선긋기할 문제도, 한 드라마의 폐지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는 K콘텐츠와 문화 산업, 역사관, 반중 정서와 국제 정세, 중국 자본의 침투, 그리고 소비자의 주체적 참여까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통해 한국 드라마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글로벌 거대 자본이 투입되고 문화적 파급력이 커졌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시청자들은 역사·문화 왜곡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고, 스쳐지나가는 PPL에도 날을 세운다.

'조선구마사'와 '킹덤' 포스터 [사진=SBS/넷플릭스]

'조선구마사' 사태가 분수령이 되어 아직 방영도 하지 않은 드라마들의 '블랙리스트'도 생겼다. 혹여 '제2의 조선구마사' 사태가 될라, 제작사는 해명을 하고 방송계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업계에서는 '제작 단계부터 철저한 검증과 문화적 파급력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부터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반응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2의 조선구마사'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 드라마들이 직면한 문제를 짚고, K콘텐츠의 바람직한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볼 시점이다.

◆ "역사왜곡·PPL 불똥 튈라"…시스템 재정비

'조선구마사'는 사극 드라마 더 나아가 현재 제작 중인 드라마의 시스템 전반의 재정비를 요구하게 만들었다.

'조선구마사'는 충녕대군(장동윤)이 구마사제 일행에게 월병과 오리알 등 중국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 중국식 소품으로 꾸민 공간 등 중국풍 소품이 문제로 지적됐다. '빈센조'는 중국산 비빔밥 PPL로 역풍을 맞으면서 향후 예정됐던 중국산 비빔밥 PPL 잔여분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례에서 보듯 콘텐츠 속에 등장하는 작은 소품들부터 PPL 등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감수가 필요해졌다. 판타지 사극, 허구의 드라마라고 해도 적정선의 수위를 지켜야 하며, 표현의 자유나 상상력 못지 않게 대중의 정서가 중요함을 인지해야 한다.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SBS]

우리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파급력이 커질 수록, 우리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작은 소품들까지 제대로 챙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빈센조'의 비빔밥 사례는 중국 제품이 대중화 되는 것에 대한 고찰이 전혀 없었다"라며 "제작사의 욕심이 컸다"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일본 차 브랜드에서 고액의 PPL이 들어왔으나 국민 정서상 이를 받지 않았다"는 사례를 들며 "김치와 불고기 같은, 우리 문화적인 것을 홍보 수단(PPL)으로 활용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특히나 중국, 일본과의 특수한 관계성을 고려해 정서적인 부분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평론가는 "대중 드라마는 보통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선에서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다큐멘터리 정도의 고증은 아니더라도, 대중 인식 수준에 맞게 연출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철저한 고증이나 검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에 사극 제작이 위축되거나, 소재의 제한, 창작자의 상상력 제한으로 이어진다면 도리어 K콘텐츠에 독이 될 수 있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예컨대 조선이 청나라를 침공하는 소재의 드라마가 나올 수도 있지 않나.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시청자들이 싫어하거나 잘못 됐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픽션이라고 하는 장르에 역사적, 시대적 배경이 맞아야 하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빈센조' 에서 중국 브랜드의 비빔밥이 PPL로 등장해 논란이 됐다. [사진=tvN]

◆ "넷플릭스는 되고 차이나머니는 위험해?"…韓 향한 글로벌 투자

'조선구마사' 사태로 중국 자본 경계령이 내려졌다. '조선구마사'는 중국 자본과는 무관한 작품이었지만 시청자들의 반중 정서를 자극해 폐지까지 이르렀다. 최근 들어 국내 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중국 브랜드 PPL도 한몫 했다. 자칫 우리 드라마가 중국 자본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들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우리는 글로벌 시장 속 K콘텐츠의 위치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내 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우리의 순수자본만으로 '눈 높아진' 잠재적 소비자들을 만족 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은 되지 않는다. 넷플릭스 투자를 받는 드라마들이 많아졌고, 여기에 디즈니플러스도 국내 상륙이 임박했다. 아이치이 같은 중국 플랫폼 역시 K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들이 우리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활용해 아시아 시장, 더 나아가 전세계 시장을 선점하려고 한다.

넷플릭스 투자는 되고 중국 자본은 왜 경계해야 되냐고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볼 필요도 있다. 중국 자본의 경우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중국향 소재를 넣는 '조건부' 투자가 이뤄진다는 데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중국 자본은 '민족주의적' 색채를 띤다. 중국 문화와 역사와 부딪힐 지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뮬란'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김헌식 대중평론가는 "중국은 자본 강대국이다. 작품의 진정성과 상관 없이 중국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제작했을 때, 다른 문화권에서 이질감을 느낀다. 영화 '뮬란'이 대표적이고 그렇기에 흥행에 참패했다"라고 할리우드 영화 '뮬란'을 실패의 예시로 들었다.

김 평론가는 "중국 자본을 순수하게 받아들였을 경우, 투자 이외에 개입하느냐 여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민족주의 관점에서 중국 자본을 터부시하는 것보다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고,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 지가 중요한데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한령 해제 기대감을 걸고 중국 시장을 노린 K콘텐츠들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국 시장을 의식해 이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콘텐츠를 제작하다 자칫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잃을 수 있다는 것.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경우 사상적 이론 검증이 제작사 자본 유입과 궤를 같이 한다. 넷플릭스와 다르게, 중국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는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중국 시장을 노렸다면, '조선구마사' 사태와 같은 경우가 또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자본을 받았을 때 조금 더 조심해야 한다"라며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떠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깊게 해야 할 것"라고 지적했다.

◆ '킹덤'이 되지 못한 '조선구마사'…"작품 오리지널리티 우선돼야"

'조선구마사' 사태와 맞물려 판타지 액션 사극 '킹덤'이 재조명 됐다. '킹덤'은 전세계 K-좀비 신드롬에 불을 지폈고, 외국인 시청자에게 흩날리는 도포, 갓 등 조선시대 의상에 대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킹덤'을 연출했던 김성훈 PD는 당시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측에서 처음 포스터 콘셉트 아트를 짜왔을 때 일본 혹은 중국의 소품을 가져와서 깜짝 놀랐다. 우리의 이미지가 이렇게 받아들여지는 구나 싶었다. 그래서 책임감과 사명감이 생겼고, 한국적인 매력을 서사에 잘 엮어서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은희 작가 역시 '킹덤' 속 가상마을을 잘 구현하기 위해 '대동여지도'를 보며 지형 공부까지 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사진=넷플릭스]

'킹덤'은 철저한 고증에 풍부한 상상력이 덧대여져 차별화 된 K콘텐츠를 만들어냈다. 사극 판타지라는 같은 토대 위에서 출발한 '킹덤'과 '조선구마사'의 전혀 다른 결과에서 어쩌면 K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답을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김 평론가는 "과거에는 일본이나 대만에서 의미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면, 지금은 한국이 아시아의 센터가 됐다. 우리 콘텐츠와 문화에 대한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책임을 안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에 대한 학습과 필터링이 중요하다. 단순히 나열과 짜깁기, 이미지 차용으로 만들면 안된다. 센터에 있다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모든 것이 허물어질 수 있다. 오리지널리티에 대해서 긴장감을 가질 필요가 있고,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어야 진정한 위너가 될 수 있다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것이 여실히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심상민 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콘텐츠 정체성은 우선 미학적 가치, 정서적 가치, 교육을 포함한 사회문화적 가치 수준에서 만들어진다. 고증과 같은 사실 검증, 이용자 정서 확인 등은 제작진과 미디어 기업 경영진의 기본기, 책무"라며 "이를 지키려는 윤리 준칙, 직업 정신과 정체성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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