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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좋소' 빠니보틀 "여행유튜버→드라마 연출, 코로나가 준 도전"(인터뷰)


"충범은 쉬운 길 찾아 도망다니던 20대 내 모습, 본업은 여행 유튜버"

[조이뉴스24 정명화 기자] 구독자 63만명. 국내 여행 유튜버 중 구독자와 팬덤에서 정상을 다투는 빠니보틀(34, 본명 김재한)은 코로나19로 한순간 일을 잃었다. 러시아 여행 중 갑작스러운 코로나 팬데믹으로 급귀국해 해외 여행 유튜버라는 정체성에 걸맞지 않게 시간을 보냈다.

고향집에 돌아가 가축을 키워보거나 농사를 짓고,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려 재미있는 콘셉트의 여행지를 찾기도 했지만 본인 스스로나 구독자들의 반응은 시들했다.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그에게 뜻밖의 제안이 다가왔다. 바로 중소기업을 소재로 한 웹드라마를 함께 해보자는 것. 한번도 제대로 배운 적 없는 대본을 직접 쓰고, 총감독을 맡아 드라마를 연출했다. 반응은 예상 외로 '대박'이었다. 부담없이, 유튜브 채널에, 스태프 4명이 모여 기획해 업로드했던 단편 웹드라마 시리즈 '좋좋소'(좋소 좋소 좋소기업)는 누적조회수 1500만에 빛나는 입소문과 인지도를 올리며 대중들을 열광하게 했다.

여행 유튜버 겸 '좋좋소' 총감독 빠니보틀 [사진=정소희 기자]
여행 유튜버 겸 '좋좋소' 총감독 빠니보틀 [사진=정소희 기자]

'좋좋소'는 29살 사회초년생 조충범(남현우 분)이 중소기업 ;정승 네트워크'에 취업한 뒤 경험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그린다. 극 중 회사 임원진들이 최저임금 수준인 신입사원 조충범의 연봉을 임의로 깎는가 하면, 정품 인증이 되지 않는 사무용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사용하는 등 척박한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현실을 코믹한 상황 설정과 디테일한 현실 고증으로 녹여내 '극사실주의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15부작, 시즌2까지 제작된 '좋좋소'는 ''미생'이 판타지라면 '좋좋소'는 다큐'라는 카피처럼 극강의 리얼리즘을 자랑한다. 국내 기업 중 98%를 차지하며 1천700만명이 넘는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공감을 불러모은 이 드라마의 리얼리티는 초히트를 치며 유튜브를 넘어 왓챠로 진출했다. 매주 2회 업로드되고, 왓챠에서는 확장판이 공개되는 '좋좋소'는 매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모으며 호평을 받고 있다.

'내 옆에 있을 것 같은' 인물들과 '우리 회사같은' 드라마 속 '정승 네트워크', 여기에서 벌어지는 리얼한 에피소드들은 웃음과 비애를 함께 불러오며 일명 '현자타임'을 갖게 한다. 지질하고 조악한 우리 삶을 그대로 투영한 '좋좋소'의 인기와 함께 총감독을 맡은 빠니보틀의 재능에도 많은 찬사가 이어졌다.

디자인 회사를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에서 여행 유튜버로 변신, 해외 곳곳을 소개하던 빠니보틀은 코로나19로 강제 휴업하던 시기, 드라마 작가와 연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중소기업 출신 유튜버 '이과장'과 의기투합해 만든 '좋좋소'는 빠니보틀의 촌철살인 유머와 개성있으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 구현, 매회 반짝이는 에피소드들로 '웹드라마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

드라마 감독으로 새로운 프로필을 더한 빠니보틀은 "내 정체성은 여행 유튜버"라며 "시즌 3까지의 연출만 맡고 본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밑천이 드러나는 것 같아 이제 '좋좋소'는 다른 이에게 넘겨줘야 할 것 같다"라며 "이 드라마를 통해 중소기업은 절대 가서는 안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문화를 모두 바람직하게 바꿔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으면 한다"고 취지를 전했다. '좋좋소'는 매주 화, 금요일 오후 5시에 미공개 분량이 포함된 확장판을 왓챠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여행 유튜버 겸 '좋좋소' 총감독 빠니보틀  [사진=정소희 기자 ]
여행 유튜버 겸 '좋좋소' 총감독 빠니보틀 [사진=정소희 기자 ]

이하 '좋좋소' 빠니보틀 감독 일문일답

-'좋좋소'에 참여한 계기는?

"처음에는 촬영 감독님과 인연이 있었다. 제 팬이었던 촬영 감독님과 친분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드라마에는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만 나오는데 그건 상위 몇프로 얘기 아니냐, 중소기업을 다니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데 그런 얘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중소기업 하면 쉬쉬하고 터부시되는 느낌이 있는데, '미생2' 같이 만들어보자라고 의기투합이 됐다. 평소에 드라마를 안보지만 '미생'은 참 좋아해서 해외 여행 중에도 '미생'을 즐겨봤다. 3번이나 정주행했는데, 중소기업판 '미생'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다 중소기업 콘텐츠를 다루는 '이과장' 채널에 웹드라마를 올려보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처음에는 자본도 없고 사람도 없이 스태프 4명이서 시작했다. 여기에 카메라 감독님이 알고 있던 이미나 역의 김태영 배우가 캐스팅되고, 김태영 씨 지인인 남현우 배우가 조충범 역으로 출연하게 됐다. 모두가 노개런티였다. 제작비는 초반에 다 내가 충당했다. 초기 5편 찍는데 1천만원 정도가 들어갔다."

여행 유튜버 겸 '좋좋소' 총감독 빠니보틀  [사진=정소희 기자]
여행 유튜버 겸 '좋좋소' 총감독 빠니보틀 [사진=정소희 기자]

-연출과 시나리오까지 한다니 놀랐다. 각본 작업은 배운 적이 있나?

"시나리오 작법은 전혀 공부해 본 적 없다. 그냥 유튜브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어떤 시도나 어떤 콘셉트, 컨펌도 가능하지 않나. 그래도 시청자들이 많이 봐주셔서 나쁜 반응이 오면 반영을 즉각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왓챠에도 시나리오를 보내도 0.1도 관여하지 않더라. 제작 진행이나 프로세스에 대한 업로드 일정은 협의를 했지만 창작자를 굉장히 존중해주려고 하는걸 느꼈다. 사실 조금은 관여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웃음) 아직도 감사한 마음이다. 작품에 대한 애정도 크시고, '한국의 오피스'라 비교도 해주시니, 영광이다. '미생'의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면 좋겠는데, 함께 비교해주니 너무 감사하다."

-제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좋좋소'는 시즌 3에 들어간 상태다. 각본도 소재가 있어서 문제는 없다. 중소기업 소재는 이과장님과 곽튜브, 제 지인들에게 얻고 있다. 또 기업들을 통해 에피소드 취재도 한다. 사실 곽튜브는 '어떻게 개인이 저런 일을 다 겪을수가 있지' 싶을 정도로 다양한 에피소드가 많다. 하지만 그걸 드라마화 하면 과장한다고 욕 먹을 정도라 적당한 수위로 녹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3까지만 연출을 하고 본업인 유튜버로 돌아갈 예정이다. 하다보니 밑천이 드러난달까, 점점 아쉬움도 커지고 역량이 달리는 걸 느낀다. 더 능력있는 분이 '좋좋소'를 이어가줬으면, 누가 하던 '좋좋소'는 계속되지 않을까."

-캐릭터들이 실감나고 현실적이다. 어떻게 구현했나?

"충범은 20대 때 내 모습을 투영한 캐릭터다. 극중에서 충범이 '쉬운 길만 찾아다니고 도망다녔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게 바로 내 모습이었다. 마음에 안들면 도망가고 노력이란 걸 안하면서 치열하게 뭔가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저를 보고 사람들이 '수퍼노멀'한 캐릭터라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주인공 역시 누구나 공감할만한 평범한 사람으로 하고 싶었다. 사실 20대 미취업 남성은 아무도 신경을 안써주는 소외된 계층이다. 군대도 갔다오고 젊고 사지가 멀쩡하면 알아서 해야지 라는 시선이랄까. 여성, 아이, 노인, 장애인처럼 관심을 가져주는 매체가 전혀 없다. 이런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고 싶었다.

가장 어려운 캐릭터는 이미나 대리다.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데 있어서 실수로 오해받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러면서도 여성들과 어떻게 공감을 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그런 부분에서 김태영 배우가 많이 도와줬다. 함께 얘기를 많이 하고 늘 의논하면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인 이미나가 나올 수 있었다. 예영이라는 인물도 예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비슷한 인물을 본적이 있었다. 신입인데 눈치 없고 그러면서 상사들도 건드리지 못하는. 이예영은 자칫하면 너무 무겁고 삭막하면서 답답해질 수 있는 중소기업이라는 소재 속에서 중화제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이사는 극중 캐릭터와 실제는 전혀 다르다. 실제로는 학생회장 출신에 인맥도 넓고 대기업에 다니는 '핵인싸'다. 그 친구가 이번에 연기를 해보고 '배우로 감정소모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할 정도로 열의를 쏟고 있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인지라 일정이 빠듯해 촬영 일정을 맞춰주고 있다.

'좋좋소'를 통해 배우분들이 좋은 작품이나 광고 제안을 많이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들 엄청난 애정을 보여주고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비연기자들의 생활연기가 빛이 난다. 연기 수업을 주문했나?

"이과장님에게는 절대 연기수업을 받지 마라라고 했다. 그 부분을 강조한 건 기존 드라마 연기는 어딘가 과잉감정이 많은데 이런 것에 피로감을 느꼈다. 그래서 과장님한테 과외를 받는 순간 기존의 연기대로 똑같아진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하지 말고 과장님이 그런 상황에서 자기가 행동하는대로 그냥 하시라고 했다. 특히 13화에서 연기 포텐이 터진 것 같다."

여행 유튜버 겸 '좋좋소' 총감독 빠니보틀 [사진=정소희 기자]
여행 유튜버 겸 '좋좋소' 총감독 빠니보틀 [사진=정소희 기자]

-'좋좋소'를 연출하며 가장 중점을 둔 것이 있다면?

"일단은 유머다. 회사 생활이라는게 매일 똑같은데 드라마에서까지 똑같다면 내가 이걸 왜 볼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커피에 설탕을 한스푼 넣듯이 쓰디쓴 회사생활에 유머 한스푼을 집어넣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희화화하면 중소기업을 비하한다라는 비판이 있을 것 같아서 유머와 리얼리티를 적당히 안배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너무 진지하면 답답해보이고 리얼하면 현실을 보는 것 같아서 중간지점을 잡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중소기업에서 실제로 근무한 기간이 1년 정도 되는데, 드라마의 소재는 3개월 정도 일한 중견기업에서 더 많이 얻은 것 같다. 중견기업은 옛날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허례허식이 남아있다. 구성원 누구나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보수적인 문화가 너무 많다. 이걸 개선할 의지가 있으면 좋겠다. 너무 꽉 막힌 느낌을 받았고 그런 점은 '좋좋서'에서 드러내려고 했다. 유튜브 러닝타임상 쉽지 않았다."

-'좋좋소' 시즌3는 어떻게 구성되나?

"어젯밤에도 시나리오를 구상하느라 잠을 잘 못잤다(웃음). 시즌3 이후로는 연출을 못 할것 같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이다. 시즌3도 10편 정도로 구성하려고 한다. 시즌2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보는 분들이 관대하게 봐주셨다. 유튜브다보니 이정도면 잘했다라고 평가해주셨다. 공감대나 리얼리티 고증에 신경 쓰다보니 다른 면에서는 허술한 부분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 고민이 많다."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고민 중이다. 사실 청년의 성장기, 해피엔딩으로 끝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너무 현실적으로 마무리 되면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슬프고 답답할 것 같다.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중소기업은 절대 가지마라'가 아니다. 중소기업은 바뀌어야 한다는 거다. 사장 뿐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바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문화가 바뀌면 중소기업을 다닌다는 것 자체를 창피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조금씩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열에 하나라도 변화가 있다면 '좋좋소'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로서의 계획은?

"내 정체성은 여행 유튜버라는 걸 다시 한번 확실하게 깨달았다. 국내 여행도 좋지만 해외에서의 경험을 보여드리고 싶어 조만간 출국해 여행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백신 접종 일정을 알아보고 있는데, 일단 올 여름에는 출국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쉬면서 드라마 연출을 하면서 제 과거 영상들을 보니 화질이라던가 제 화술을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팬들만 믿고 안주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좋소'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자신감도 많이 얻었고, 진심을 다해서 하면 성공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정명화 기자(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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